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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바이든 족’과 ‘날리면 족’

김동필 논설 실장

김동필 논설 실장

‘미국 언론들은 어떻게 보도할까?’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으로 생긴 궁금증이었다. 그러다 보니 단어 선택에 초점을 맞춰 기사들을 읽었다.  
 
한국 언론들이 보도한 것은 ‘이xx들이…, ooo이 쪽팔려서’라는 내용. 지극히 한국적인 표현들을 미국 언론들은 어떤 단어로 미국 독자들에게 전달할까.
 
결과는 예상 가능한 단어들이었다. 구체적으로 옮기지는 않겠지만 ‘xx’는 두 가지 , ‘쪽팔려서’도 2~3가지 정도로 번역했지만 그리 강한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또 핵심 내용은 취재보다 타사 기사를 인용해 보도한 것이 많은 것도 특징이었다. 그리고 대부분 한 차례 보도로 끝났다. 후속 기사나 없다는 것은 단순 해프닝 정도로 여겼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런데 오히려 한국에서 더 난리가 났다. “한국은 지금 ‘바이든 족’과 ‘날리면 족’으로 갈라졌다”는 한 정치 평론가의 분석이 지나친 과장이 아닐 정도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ooo’을 ‘날리면’으로, 반대하는 쪽에는 ‘바이든’으로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일한 말을 전혀 다르게 주장하는 것은 양쪽의 갈등관계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의미다. 그러다 보니 해당 영상을 수십번씩 봤다는 사람도 많다. 오죽하면 윤 대통령의 말을 해독하기 위해 전 국민이 듣기 평가 시험을 치렀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이제는 소리 전문가, 언어 전문가의 분석까지 등장한다.  
 
사태는 갈수록 확전 양상이다. 해당 영상과 자막을 처음 보도한 언론사는 고발을 당하고, 국회에서는 외교부 장관 해임안이 통과됐다. 안타까운 것은 모든 국가 에너지를 쏟아부을 만큼 이렇게 확대될 만한 사안이었나 하는 것이다.  
 
정작 미국 정부나 언론, 국민은 해프닝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다.  비속어 논란이 일자 미국 정부는 즉각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한국과의 관계는 굳건하다”며 차단막을 쳤다. 연방의회도 별 반응이 없다. 미시간 주의 공화당 연방하원의원인 피터 마이저라는 의원이 트위터에 ‘그런 말은 우리끼리나 할 내용’이라는 글을 올렸을 정도다.  
 
그렇다면 일반인들의 생각은 어떨까?  윤 대통령의 발언 논란을 보도한 일부 기사에는 꽤 많은 댓글이 달렸다. 하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비난보다는 ‘맞는 말 했다’는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네티즌들은 “의원들, 그런 말 들을만 하지” , “마이크에 잡힌 것은 문제지만 맞는 말 했네”, “전적으로 옳은 말”, “연방의회에 대해 잘 알고 있네” “전적으로 동감, 연방의원들은 쓸모없는 욕심쟁이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부적절하거나 모욕적인 발언이라는 주장은 소수에 불과했다. 마이저 의원의 트위터 댓글에도 “한국 대통령 스마트하네” “그는 잘못 말한 게 없다”는 등의 반응이 훨씬 우세했다. 연방의원들에 대한 불만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일 수도 있지만 윤 대통령의 발언을 심각한 이슈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왜곡 보도로 (한국의) 국익이 훼손되고 한미 동맹관계가 손상을 입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오히려 미국 언론들은 한국 여당 등의 언론사에 대한 압박 상황을 더 유심히 지켜보는 듯하다.  ‘대통령의 발언 논란’으로 더는 한국의 에너지자 낭비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미국 언론들이 이와 관련해 후속 보도를 하는 일도 벌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정치인의 말실수나 막말 논란은 늘상 있는 일이다. 주로 말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막말로 인해 많은 비난을 받은 정치인 중 한 명이다.  그는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후 멕시코 출신 이민자를 ‘강간범, 마약범’으로 지칭했다 라티노 커뮤니티는 물론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얼마 후 미국을 방문한 멕시코 대통령을 만나서는 “멕시코인은 굉장한 사람들”이라며 치켜세웠다. 말을 말로 푼 것이다. 

김동필 / 논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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