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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약] 양송이는 송이가 아니다

세계인이 가장 많이 먹는 버섯은 양송이버섯이다. 재배가 가능한 버섯이기 때문이다. 먹을 수 있는 버섯은 세계 110개국에서 1000종 가까이 발견된다. 하지만 이들 중 사람이 재배할 수 있는 버섯은 기껏해야 수십 종이다.
 
양송이버섯은 17세기 중반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본격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했다. 별칭으로 ‘파리의 버섯’이라고 부른다. 햇빛이 들지 않고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파리 근교 채석장에서 한때 많이 재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양송이버섯을 먹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1966년 4월 19일자 매일경제 기사를 보면 아직 양송이의 국내 수요가 거의 없고 수출용으로 재배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름을 봐도 그렇다. 양송이는 사실 송이와 아무 관련이 없는 버섯이다. 한반도에서 송이는 역사가 오래된 버섯이다. 800년 전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가 ‘송이버섯을 먹다’라는 시를 읊었을 정도이다. 양송이는 그런 송이를 서양에서 들어온 생소한 버섯의 이름에 가져다 쓴 것일 뿐 송이와는 다른 버섯이다. 자연송이라는 말도 틀린 말이다. 양송이와 달리 송이는 아직 인공재배가 불가능하므로 전부 자연송이다.
 
사람은 생소한 것을 선입견을 가지고 보기 쉽다. 선입견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대상에 대해 이미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고정적 관념이나 관점이다. 이미 알고 있는 송이를 기준으로 양송이를 바라보니 선입견이 생겼다. 갓이 퍼지면 하품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인지 마트에서 양송이를 살 때 갓이 벌어진 걸 덤으로 준다. 하지만 버섯 특유의 향기를 내는 버섯 알코올(옥테놀)은 갓 아래 주름진 부분에서 더 많이 만들어진다. 양송이버섯 냄새를 맡으면 귤껍질이나 닭고기 수프가 연상되는 것은 이 성분 때문이다. 양송이버섯이 자라면서 갈색이 되면 향이 더 진해진다. 갓이 더 크게 펼쳐지고 주름이 더 발달하면 풍미가 더 깊어진다. 지름이 15㎝까지 자란 양송이버섯을 포토벨로 버섯이라고 부른다. 양송이가 우리 식문화에 들어온 역사가 짧기도 하지만 우리가 송이를 보는 관점으로 양송이를 바라보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만 이런 선입견을 가진 건 아니다. 과거 유럽인도 선입견 때문에 토마토를 기피한 적이 있다. 토마토가 독초인 맨드레이크와 비슷하게 생겼다는 이유에서였다. 맨드레이크에는 졸음·환각을 유발하는 독성물질이 들어있다. 토마토와 맨드레이크가 같은 가지속 식물이긴 하지만 토마토에는 독성이 없다. 그래도 선입견의 힘은 셌다. 토마토가 유럽인의 식탁에 본격적으로 오르기까지는 거의 200년이 걸렸다. 사람은 누구나 익숙한 관점에서 새로운 대상을 바라보기 쉽다. 하지만 그로 인해 내가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건 아닌가 항상 질문해봐야겠다.

정재훈 / 약사·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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