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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냉혈한

한 은행과장이 있는데 이 사람은 아주 사무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은행 업무의 일점 착오도 허락하지 않는 사무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완전무결을 목표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이라서 일상생활에서 웃는 일이 없었고 항상 싸늘한 표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직원들이 그의 옆에만 가도 감기에 걸린다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떤 날 은행 직원이 업무 중에 쓰러져 병원에 데려갔는데 의사가 수혈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피검사를 하니 이 은행 간부 밖에 맞는 피가 없었습니다. 냉정한 은행가는 싫다고 버텼으나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은행 직원들의 강권 때문에 채혈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수혈했는데 환자가 사망했습니다. 환자의 가족은 항의하고 병원에서 조사했는데 아무런 착오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알아본 결과 은행원의 피가 너무 차가워서 피가 들어가면서 환자가 얼어 죽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세상 살면서 차가운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항상 표정은 냉랭하고 얼굴에 웃음을 보이는 일이 없습니다. 우리가 의과대학에 다닐 때 C라는 교수님이 계셨습니다. 아주 훌륭한 의사였는데 그 교수님이 웃는 것을 본 사람이 없다는 냉랭한 분이었습니다. 그 교수님 밑에서 교육받은 전공의들은 교수님의 웃는 얼굴을 일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하다는 교수님입니다. 전공의가 아침에 늦으면 “그렇게 출근하기가 힘들면 집에서 쉬어”라고 한마디 하고는 돌아서서 온종일 한마디도 안 한다는 것입니다. 환자가 교수님의 지시를 어기는 일이 있으면 “그렇게 말을 안 들으려면 병원에는 왜 와, 한약방에나 가보지”하고는 일어서 나가신다는 것입니다. 물론 학생들이나 전공의는 교수님 옆에만 가면 한기가 느껴지고 감기에 걸린다고도 하고 실수가 있을까 전전긍긍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졸업 사은회 때 그 교수님을 초대하고 사은품으로 그때 상영 중이던 토니 커티스와 메릴린 먼로가 출연하는 ‘뜨거운 것이 좋아’라는 입장권을 사드린 일이 있습니다. 물론 교수님 중에는 무서운 교수님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섭게 야단을 치시고는 좀 있다가 웃어주시는 교수님들이 계셨습니다. 우리는 야단을 맞아도 이런 온기가 있는 교수님이 좋았습니다.  
 


몇 년 전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했습니다. 그런데 어찌 다수당의 대통령이 3분의 2의 표가 필요한 탄핵투표에서 패배했을까요. 물론 좌파들의 선동과 음모 때문이지만 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잘못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는 법적으로 잘못이 없을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자기의 옳은 것과 많은 사람을 포용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그러니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몸을 던지려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는 말입니다. 한참 광화문에서 데모할 때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홀로 그 불길을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두환 대통령을 보호하던 장세동 같은 인물이 없었던 것입니다.  
 
우리 몸속에서 따뜻한 체온이 풍겨야 하고 얼굴에 미소가 묻어나야 하고 사랑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은 이런 따뜻한 웃음과 온기가 있는 분이었습니다. 그는 장님을 고칠 때 침을 뱉어서 진흙을 이겨서 소경에 눈에 바르고 연못에 가서 씻으라고 하셨습니다. 얼마나 장난기가 있는 분입니까. 나사로가 죽었을 때는 울기도 하셨고 세금을 내라고 하니까 베드로에게 낚시하여 처음 잡은 물고기 입에서 동전을 갖다가 세금으로 내라고 하시는 그 유머 있는 분입니다. 곧은 것과 차가운 것은 다른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이용해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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