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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서른에 집을 뛰쳐나간 까닭은

홀드 미 타이트(Hold Me Tight)

‘홀드 미 타이트’는 정신적으로 불안한 여성이 남편과 아이들을 떠나면서 벌이는 일탈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캐릭터의 복잡한 심리를 보게 된다. [KinoLorber]

‘홀드 미 타이트’는 정신적으로 불안한 여성이 남편과 아이들을 떠나면서 벌이는 일탈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캐릭터의 복잡한 심리를 보게 된다. [KinoLorber]

대니얼 데이 루이스의 마지막 영화  ‘팬텀 스레드(Phantom Thread, 2017)’에서 그의 상대역 알마 역을 귀엽고 사랑스럽게 연기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빅키 크리엡스는 더 이상 ‘룩셈부르크 출신의 낯선 배우’가 아니다. 지난 5월 그녀가 출연한 두 편의 영화가 동시에 칸영화제에 출품되면서 다시 한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칸에서 초연됐던 ‘홀드 미 타이트’는 가족 간의 사랑과 상실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한 여성의 아픔을 심리와 표정으로 표현하는 크리엡스의 성숙한 내면 연기를 보게 된다. 제임스 본드 영화 ‘퀀텀 오브솔러스’에서의 주연급 악역으로 눈에 익은 배우 마티유 아말릭이 연출한 이 영화는 연극으로 무대에 올려졌던 희곡을 각색한 작품이다. 아말릭의 연출 역량이 비로소 인정되는 작품, 이전 작품들에 비해 가장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라는 평가다.  
 
남편 마크, 두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30대 가정주부 클라리스는 정신적으로 불안한 증세를 보인다. 영화는 관객들로 하여금 한동안 왜 그녀가 저런 행동을 할까, 라는 질문을 품게 한다. 그리고 그 설명을 유예한 채 클라리스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간다. 왜라는 질문의 깊이는 오히려 증폭될 뿐 영화가 마침내 도착하는 그 지점까지도 의도적인 반전은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클라리스에게 가족에게서 도피하고픈 심리가 있음을 엿본다. 여전히 단순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 안에 함축되어 있는 감독의 암시적 메시지를 캐내어야 한다. 대사와 이야기를 쫓기보다 인물의 표정과 몸짓을 관찰해야 하는 영화다. 정신적으로 불안한 여성이 남편과 아이들을 버리고 떠나는 일탈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관객은 클라리스의 복잡한 심리와 감정의 결에 스며든다.  
 


과거를 향해 거꾸로 떠나는 뒤섞인 시간과 공간 안에 불쑥 끼어드는 플래시백, 그녀에게 버림받고 홀로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남편 마크의 그 나름의 고통, 정서적으로 연결된 인물들을 통해 허구와 사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클라리스의 정신 상태. 그녀의 고통은 결국 추적 가능한 트라우마의 결과일 것이라는 결과에 다다른다. 아이들을 떠난 엄마, 아이들의 부재로 인한 불안이 길 위에 선 클라리스를 고통스럽게 한다. 이 가정의 운명은 어떻게 결론지어질까.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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