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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잃고 육상선수 된 그…메달 딴 뒤 서울대 대학원생 됐다

인도 패럴림픽 육상 선수 매니쉬 판데이(30)가 트랙을 달리고 있다. 사진 독자 제공
2014년 튀니지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그랑프리 남성 T44(장애 육상 종목 분류, 절단 및 기타 장애) 200m 은메달(27.71초). T42~T44 100m 동메달(13.00초). 인도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 선수 출신으로 현재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매니쉬 판데이(30)의 기록이다. "어떻게든 졸업해 취직"할 생각뿐이던 경영학과 학생은 다리 절단 사고 후 느닷없이 육상 선수가 됐다. 메달을 딴 뒤 한국에 와 체육학을 공부하고 있는 그는 “롤러코스터 같은 삶이었다”고 돌아봤다.

운명 가른 통학 길
2011년 4월 2일 오후 3시. 판데이는 아직도 자신의 삶이 ‘180도 유턴’하게 된 순간을 또렷이 기억했다. 크리켓 월드컵 결승전에서 인도-스리랑카가 맞붙은 날이었다. 자이푸르 매니펄 대학 경영학과 1학년이던 판데이는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고 있었다. 평소엔 버스를 타고 통학했지만, 그날만은 열차를 탔다. “열차를 타면 집에 더 일찍 갈 수 있어서, 빨리 가 경기를 볼 생각이었다”는 거였다.

집 방향으로 가는 열차는 붐볐다. 열차 문 가까이 서 있던 판데이는 인파에 밀려 운행 중이던 열차에서 떨어졌다. 선로에 떨어진 그의 오른 다리 위로 열차가 지나갔다. 그는 “인도 열차는 대부분 항상 문이 열려 있다”며 “모든 일이 너무 갑자기 일어났다. 처음엔 무슨 일인지 몰랐다”고 했다.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그는 의식을 잃었다.

깨어났을 때, 그가 의료진에게 가장 먼저 물어본 건 인도가 크리켓 월드컵에서 우승했는지였다고 한다. 우승 소식에 쾌재를 부른 것도 잠시, 판데이는 오른 다리 무릎 아랫부분이 절단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판데이는 “다시 걸을 수 없을지 모른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너무 우울해 사고 후 거의 6개월간 방에만 틀어박혀 있었다”며 “대학도 그만뒀다”고 했다.
판데이 선수. 사진 독자 제공
하지만 병원 진료비로 가족에게 빚이 쌓여가자 그는 다시 일어섰다. 재활 치료를 받기 시작한 판데이는 사고 약 1년 후 의족을 달고 혼자 걸을 수 있는 수준이 됐고, 2012년부터 인도 카르나타카주 방갈로르의 한 회사 콜센터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때 패럴림픽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됐다고 했다.

판데이는 “패럴림픽은 당시까지만 해도 인도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었다. 방갈로르에 인도 패럴림픽 위원회 본부가 있어서, 처음으로 장애인 올림픽이란 세계를 알게 됐다”며 “다리가 없어도 스포츠 분야에서 커리어를 만드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나도 무언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장애인 육상 종목에 참가하려면 4000~5000달러(약 563~704만원)짜리 육상경기용 의족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된 그는 의족을 만드는 회사들에 이메일을 보내 협찬을 요청했고, 2013년 한 회사로부터 경기용 의족을 지원받아 인도 텔랑가나주 하이데라바드의 한 센터에서 훈련에 나섰다. 그리고 1년만에 출전한 경기에서, 그는 메달을 따는 쾌거를 거뒀다. 판데이는 “어릴 적부터 공부보다 운동이 더 좋았다. 성적이 안 좋은 만큼, 운동을 잘했다. 하지만 모든 중산층 인도 가족들이 그렇듯, 아버지는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평범한 직업을 갖길 바랐다”며 “어린 시절에 이루지 못했던 걸, 사고 후에 이루게 된 것”이라며 웃었다.

대학원생 된 장애인육상 선수
판데이 선수. 사진 독자 제공
그는 최근엔 달리기를 멈추고 스포츠학을 공부하고 있다. 현실적 한계에 부딪혀서다. 판데이는 “육상을 하려면 거의 매 6~7개월마다 새로운 의족을 달아야 하는데, 협찬을 받는데도 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반면 세계 레벨의 선수들은 대부분 더 비싸고 좋은 경기용 의족을 가지고 있었다"며 “학문으로서 스포츠를 더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자이푸르 매니펄 대학 체육학과에 재입학한 그는 졸업 후 한국으로 와 지난해 서울대 사범대 체육교육과 글로벌스포츠매니지먼트 전공 석사 과정에 입학했다. 서울대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개발도상국 스포츠행정가 양성 과정 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판데이는 "한국은 스포츠를 사랑하는 이들의 허브"라며 "한국은 견고하고 광범위한 스포츠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월드컵 등 스포츠 행사 주재 경험도 많다"고 한국행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메달을 딴 뒤, 인도에서 열린 행사에서 한 다리 절단 수술을 받은 환자가 '극단 선택을 하려 했는데 당신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해준 때를 꼽았다. 판데이는 "장애인들의 삶에 내가 무언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다는 생각에 기뻤다"며 "졸업 후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에서 일하며 인도와 한국, 전 세계가 장애인을 더 잘 포용할 수 있도록 변화를 이끌어가고 싶다"고 했다.



이병준(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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