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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 몰린 푸틴 위험…러 이기거나, 핵재앙 두가지 결말 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부분적 군 동원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서방 전문가들이 회의적인 견해를 내놨다. 다만 일각에선 핵 사용까지 시사한 푸틴의 벼랑 끝 전술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21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예비군 30여만 명 동원령을 발표하는 한편, 핵 무기 위협을 고조시켰다.

"부대 조직, 내년 초에나 가능...총알받이 될 것"
이날 뉴욕타임스(NYT)·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대다수의 서방 군사 분석가들과 전·현직 군 관리들은 "러시아가 예비군을 훈련시켜 새 부대를 조직하는 데 몇 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 주둔 미 육군사령관을 지낸 벤 호지스는 "예비군이 제대로 훈련받고 장비를 갖추고 조직돼 우크라이나에 배치되기까지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군이 계속 반격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 측의) 대규모 포병 지원이 없다면, 이 새로운 병사들(동원된 예비군)은 올겨울 춥고 습한 참호 속에서 총알받이(cannon fodder)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그는 21일 예비군 부분 동원령을 발표했다. AP=연합뉴스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예비군을 동원할 수 있게 되더라도, 러시아군은 무기·군용차량·장비 등이 심각하게 부족하기 때문에 전투에서 패배한 이들을 대체하는 새로운 부대를 만드는 건 내년 초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NYT는 전했다.


미 국방연구기관 CNA의 러시아 연구 책임자 마이클 코프만은 크렘린궁이 동원령의 첫 번째 조치로 예비역 장교들과 최근 군사 경험이있는 이들을 소집해 전장에서 심각한 피해를 입은 부대를 보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푸틴 대통령의 이같은 명령을 예상하고 몇 달간 이에 해당되는 사람들을 확인해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러시아군은 이번 전쟁에서 겪은 많은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할 것이며, 추가 병력 배치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기적 훈련받은 예비군 4000~5000명"
미 전쟁연구소는 러시아 예비군은 징집병과 계약병 출신을 모두 합쳐 200만 명가량이지만, 적극적인 군사 훈련을 받았거나 참전 준비가 돼 있는 사람은 극소수라고 분석하고 있다. 미 싱크탱크 랜드연구소는 정기적으로 훈련을 받은 러시아 예비군은 4000~5000명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FT는 러시아군이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정규군 18만 명을 동원했으나 이 중 사상자는 7~8만 명에 달한다는 추정이라고 지적했다. 정규군으로도 피해가 컸는데, 동원이 되더라도 예비군으로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예비군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경찰이 진압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랜드연구소의 사무엘 차랍 선임 연구원은 "만약 러시아의 동원령이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항복하도록 겁을 주려는 의도라면, 그건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그것(동원)이 실패할 경우, 푸틴에게 나쁜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원령에 대한 러시아 내 반발도 러시아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오랜 기간 러시아 정치를 연구해 온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예비군) 동원은 점차 확대될 것이고, 러시아 사회에 분노의 물결이 일 것”이라며 "푸틴의 지도력은 도전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궁지에 몰린 푸틴, 그 어느 때보다 위험"
푸틴 대통령 역시 이런 반발을 예상해 그간 예비군 동원령을 피해왔다고 BBC는 전했다. 푸틴이 이런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동원령을 내린 것은 러시아가 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란 해석이 나온다.

미 싱크탱크 외교정책연구소의 롭 리 연구원은 "러시아는 최근 몇 주간 우크라이나에서 수천 제곱킬로미터(㎢)의 영토를 잃었다"며 "선택지가 적은 상황에서 전황을 바꾸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또 BBC는 우크라이나는 물론이고, 사실상의 전쟁 상대인 서방에 맞서 승리하겠다는 결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포린폴리시는 푸틴의 예비군 동원령 발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세계 지도자들이 유엔총회에 참석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고 지적했다.
21일 한 소년이 세르비아에서 푸틴의 예비군 동원령에 반대하는 포스터를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이 동원령과 함께 유사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선 '엄포'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러시아와 가까운 세르비아의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은 미 매체와의 21일 인터뷰에서 "나는 푸틴 대통령을 여러 차례 만났다. 그의 핵무기 위협이 엄포라고 보지 않는다"며 푸틴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재벌 콘스탄틴 말로페예프는 FT에 "전 세계는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의 승리를 기원해야 할 것"이라며 "왜냐하면, 이번 전쟁은 러시아가 승리하거나 핵 재앙 둘 중 하나의 방법으로만 끝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NYT는 이날 "궁지에 몰린 푸틴은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고 평했다.



임선영(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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