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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공수처 차장, 감사 대비 감사원장 사건 잡고있어라 지시"

2022년 5월 4일 여운국 공수처 차장이 ‘윤석열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이 올해 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대한 첫 정기감사를 예고하는 가운데, 여운국 공수처 차장이 휘하 검사에게 “검찰도 그러는데 우리는 왜 안 돼”라며 “감사원 감사에 대비해 감사원장 고발 사건을 잡고 있으라”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수사기관인 공수처가 조직의 안위를 위해 감사원장을 겨냥한 수사를 활용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다.

여 차장은 하지만 중앙일보에 “검찰과 수사기법을 비교하며 일반적인 표현을 한 것뿐 감사원장 사건을 언급한 적은 없다”라는 취지로 부인했다.

공수처 신속 수사 규정한 수사준칙 위반 논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를 표적 감사했다”라며 직권남용 및 협박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에 앞서 최 감사원장은 7월 29일 국회 법제사법위 업무보고에서 “올해 하반기 공수처에 대해 기관운영 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여운국 차장이 민주당의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휘하 검사에게 “감사원 감사에 대비해서 사건을 잡고 있으라”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이 공수처에서 나왔다.

해당 고발장에는 “민주당 의원 출신인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을 찍어낼 목적으로 최 원장 지시 아래 감사원이 권익위를 ‘표적 감사’하고, 전 위원장과 직원들에게 정신적 위협을 가했다”라는 주장이 담겨 있다.

공수처가 감사원의 감사 시작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이후 최 원장 등에 대한 고발 수사를 본격화하면, 감사가 무뎌질 것으로 여 차장이 기대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다. 감사원은 기관감사에서 공수처의 지난해 무차별 통신 사찰 의혹 등을 강도 높게 점검할 예정이었다.

공수처는 고발장을 접수한 지 나흘 만인 지난달 30일 사건을 수사1부(부장검사 직무대리 이대환)에 배당했고, 한 달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고발인 조사 등 특별한 수사 관련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선 “여 차장이 실제로 ‘사건 홀딩’을 주문했다면, 관계 법령을 위반했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라는 지적이 나온다. 형사소송법에 근거한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 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3조 2항에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예단(豫斷)이나 편견 없이 신속하게 수사해야 하고, 주어진 권한을 자의적으로 행사하거나 남용해서는 안 된다”라고 돼 있다.

공수처법에 근거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사건사무규칙’ 3조 1항 등에도 비슷한 내용의 수사 원칙이 명시돼 있다.

2022년 9월 2일 최재해 감사원장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여운국, 만류에 “검찰은 그러는데 우린 왜 안돼”라고 했나
익명을 요구한 공수처 관계자는 “여 차장은 수사를 무슨 무기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라며 “아래에서 ‘그러면 안 된다’라고 말렸지만, 여 차장은 ‘검찰은 그러는데 우리는 왜 안돼’라고 질책했다”라고 밝혔다.

한 검찰 간부는 “현재 검찰에선 그런 식으로 수사 활동을 악용하지 않는다”라며 “검찰이 악용 중이라고 가정하더라도 공수처는 기존 수사기관의 잘못된 관행을 답습하지 않고 인권친화적 선진 수사를 펼치겠다며 탄생한 기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감사원장 사건 외에도 공수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의혹’ 일부와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공소장 유출 의혹’ 등에 대해 “사건을 종결 않고 잡고 있기만 한다”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두 사건 모두 수사 착수 이후 1년 반가량이 흘렀다.

이에 일부 공수처 검사가 두 사건을 두고 빨리 털어내야 한다”라고 주장했지만, 여 차장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8월 26일 김진욱 공수처장(왼쪽)과 여운국 차장이 새 공수처 현판 제막식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여운국 “감사원장 사건 잡고 있으란 말 한 적 없어”
여 차장은 이날 관련 입장을 밝혀달라는 중앙일보의 요청에 대변인실을 통해 “‘감사원 감사를 대비해서 감사원장 사건을 잡고 있으라’라는 말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검찰도 그러는데 우리는 왜 안 돼’라고 한 건 감사원장 사건과 전혀 무관하게 (일반적으로) 수사 기법 등을 검찰과 비교하는 자리에서 나온 말”이라고 밝혔다.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의혹 등 사건을 왜 아직도 붙들고 있냐는 질의에는 아무런 답을 들을 수 없었다.

한 공수처 간부는 여 차장의 ‘감사원장 사건 홀딩’ 발언 논란을 두고 “여 차장이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른다”라면서도 “감사 받기에 앞서 너무 빨리 불기소 처분을 할 경우 감사원에 잘보이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살 수 있는데, 그걸 피하기 위해 ‘사건을 잡고 있으라’는 말을 한 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민중(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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