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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쇼크에 '1달러=1409.7원'…한국은행, 10월 또 빅스텝 밟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에 세계금융위기 이후 한 번도 깨지지 않았던 ‘1달러=1400원’의 벽이 22일 무너졌다. 이날 Fed의 3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는 0.75%포인트 차로 역전됐다. 물가 안정과 원화가치 방어를 위해 한국은행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빅스텝)할 가능성은 커졌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상황 속 한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물가와 원화가치, 금리의 세 마리토끼를 쫓는 한은이 긴축의 보폭을 키울수록 한국 경제에 침체의 그림자가 더 짙어지기 때문이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 거래일보다 15.5원 내린(환율 상승) 1409.7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연합뉴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날보다 15.5원 내린(환율 상승) 달러당 1409.7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원화값이 종가기준으로 달러당 1400원을 밑돈 건 세계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20일(달러당 1412.5원) 이후 13년 6개월여 만이다. 원화값은 장중에는 달러당 1413.5원까지 밀렸다.

Fed가 긴축의 가속페달을 더 세게, 오래(higher for longer) 밟을수록 원화가치는 떨어지고 있다. Fed는 21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연 2.25~2.5%→3.0~3.25%) 인상했다. 올해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도 4.4%(중간값)로, 내년 전망치는 4.6%로 종전보다 1%포인트가량 높였다.

Fed가 금리를 올리며 달러의 몸값은 더 뛰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1973=100)는 21일(현지시각) 111.5까지 치솟았다. 달러인덱스가 111선을 기록한 건 2002년 6월 이후 처음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치솟는 달러의 위세에 한국 외환당국이 쌓아온 방어선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외환당국은 그동안 '1달러=1400원' 선을 지키기 위해 구두개입과 실개입을 해왔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 '1달러=1400원'은 무너졌다. 추가 하락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원화가치가 달러당 1450원까지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통화가치 하락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수퍼 달러'의 위세에 주요국 통화가치도 자유낙하 중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통화 절하는)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공통문제”라고 말했다. 엔화 약세가 이어지자 일본은행은 이날 24년 만에 엔화 매수 외환시장에 개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엔화값은장중 한 때 달러당 145.9엔까지 밀렸다.

한·미 금리 역전은 굳어졌다. 이날 인상으로 미국의 기준금리는 한국의 기준금리(연 2.5%)보다 0.75%포인트 높아졌다. Fed는 올해 말까치 기준금리를 최대 1.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 기준금리가 4.25~4.5%까지 오를 수 있다는 말이다.

한은이 남은 두 차례 금융통화위원회(10월·11월)마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해도 연말 기준금리는 연 3%에 그치게 된다. 한·미 금리차가 1.5%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한은이 연말까지 한번 정도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더라도 금리차는 1.25%포인트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미국의 수퍼 긴축에 한은의 빅스텝 전망도 커지고 있다. 이 총재는 7월 금통위 직후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0.25%포인트씩 올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FOMC 직후 빅스텝 가능성을 열어두는 모양새다.

22일 이 총재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4%대에서 어느 정도 안정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한 달 사이 많이 바뀌었다”며 “한은이 생각했던 전제조건에서 벗어난 것이 우리 물가에 어떤 영향을 줄지 등을 고민해 다음 금통위 때 새로운 포워드 가이던스(금리 경로 전망)를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통화정책 테이블 위에 빅스텝도 올려둘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박석길 JP모건 금융시장운용부 본부장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한은이 미국과의 과도한 금리 차를 막기 위해 10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며 “11월과 내년 1·2월 금리를 0.25%포인트씩 추가로 인상해 최종 금리 수준은 연 3.75%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이 빅스텝까지 고민하는 건 한·미 금리차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과 그에 따라 커지는 원화 약세 압력 때문이다.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 수입물가가 오르며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진다. 이 총재가 지난달 27일 “한은의 통화정책은 한국 정부로부터 독립했지만 Fed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것은 아니다”고 언급한 이유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Fed의 기세에 한은도 긴축 가속페달에 발을 올리게 됐지만, 문제는 민간 부분의 빚이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가계(1869조4000억원)와 기업(2476조3000억원)의 빚은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배(221.2%)가 넘었다. 이자 비용에 증가에 따른 경기 둔화와 자산 가격 하락 등이 겹칠 경우 경제 침체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의 주요 위험요소로 부동산 가격 하락, 취약부문의 부실 위험, 한계 기업(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기업) 증가 등을 꼽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부채문제 등을 고려했을 때 빅스텝은 경기둔화 우려가 너무 크다”며 “빅스텝보다 점진적으로 금리를 꾸준히 올리는 게 더 나을 수 있다”고 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빅스텝 인상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수출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빅스텝으로 내수까지 망가지면 한국의 투자 매력도가 더 떨어져 원화가치가 오히려 더 하락할 수 있다”며 “과거 사례를 봐도 한국금리가 미국보다 높을 때 원화가치가 오히려 하락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의 전조현상인 장·단기 금리역전도 발생했다. 이날 서울채권시장에서 3년물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257%포인트 오른 연 4.104%에 장을 마쳤다. 3년물 국채금리가 4%를 넘어선 건 2011년 2월 9일(4%) 이후 처음이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 3.997%에 장을 마쳤다. 3년물 금리가 10년물 금리보다 0.107%포인트 높아졌다. 3년물과 10년 물 금리가 역전된 건 2008년 7월18일 이후 14년 2개월 만이다.

한은이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3고(高) 상황 속에서 딜레마에 빠졌다는 진단도 나온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을 제외한 각국 중앙은행은 물가와 통화가치, 경기에 대한 부담도 같이 떠안고 있다”며 “한은도 지금까지 물가를 중시해왔는데 앞으로는 환율 방어와 경기 중 어떤 걸 중시할지 선택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안효성(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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