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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선 쌀값, 부산선 공항…이재명 선물정치에 "우린 野인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경의 강도 높은 수사로 ‘사법리스크’가 점차 현실화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부산을 찾아 ‘선물 보따리’를 꺼냈다. 막대한 예산이 드는 사업들이었다. 민주당의 169석 의석으로 관련 입법·예산을 밀어붙이겠다는 게 이 대표의 계획인데 당내에서는 “우리는 야당인데 지나치게 앞서간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주도해서 (지난해 2월 특별법을) 통과시킨 가덕신공항을 반드시 2029년까지 완공해서 부산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부산을 해운산업의 메카로 만들어가는 일도 반드시 성취해내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어차피 신공항 사업을 주도하는 건 여당인데, 숟가락 얹기 차원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가덕신공항은 지난 4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가 확정됐고, 내년까지 기본계획 및 설계가 이뤄질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데다가 PK지역에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많은 만큼 추진 동력도 크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21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2030년 이전까지 가덕신공항을 완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가 지난 2일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는 가덕신공항 건설 예산으로 120억원이 책정됐다.

부산 강서구에 위치한 가덕도 전경. 민주당은 지난해 2월 가덕신공항 특별법을 국회에처 처리했다. 지난 4월 가덕신공항 건설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가 확정됐다. 중앙포토
민주당 관계자는 “만약 가덕신공항 착공되면 이에 앞장섰던 정당은 PK주민들의 상당한 지지를 얻을 것”이라며 “그래서 이 대표도 가덕신공항 건설을 주도하는 듯한 말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부산·경남·울산 메가시티 건설 ▶블록체인 특구 활성화 ▶서부산 의료원 건립 ▶2030 부산세계엑스포 유치 등도 약속했다.

가덕신공항에 목소리를 높인 이 대표지만 정작 자신이 공약했던 산업은행 지방 이전 문제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민주당과 정책협약을 맺은 한국노총이 여권이 추진하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민감한 이슈다. 부산 지역 정가에서는 이 대표가 이날 부산에서 관련 이슈를 발언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는 현장 최고위와 직후 열린 부·울·경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이를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익명을 원한 고위당직자는 “민주당 지지기반 중 하나인 노조가 강하게 반대하는 사안이라 이 대표가 나중에 보고만 받기로 한 것으로 안다”며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지도부 인사들이 21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부울경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대신 이 대표는 공개발언의 상당 부분을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데 썼다. 그는 최고위에서 “국정이 상당한 난맥상을 보인다”며 “민생과 경제위기 상황에서 이를 완화 또는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다기보다는 특권층이나 초(超)부자 감세 등을 통해 서민 고통을 심화시키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이 나서서 서민의 삶을 악화시키는 (윤석열 정부의) 잘못된 예산을 바로 잡겠다”고 주장했다.

가는 곳마다 선심성 약속 펴는 李
이 대표는 지난 16일 전북을 방문했을 때도 막대한 예산이 드는 지역 사업을 약속했다. 그는 당시 현장 최고위에서 “(정부가 초과 공급된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양곡관리법이야말로 국민을 위해 주어진 권한을 (다수당이) 최대치로 행사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전북특별자치도법 처리와 전북특화금융도시 조성도 약속했다.

이 대표는 전날 부산으로 향하는 자신의 차 안에서는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는 상징적 깃발이 기본소득”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본소득은 이 대표가 지난 수년간 밀어왔던 대표적 공약인데 수십조원에 달하는 예산으로 재원 논란이 적지 않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전북 김제 김제농협 미곡창고를 찾아 도정된 쌀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민주당 초선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긴축재정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 대표는 이와 반대되는 확정재정 정책을 펴는 셈”이라며 “재정을 푸는 게 지역 민심을 다독이는 데 효과적인 것을 이 대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내에선 비판도 적지 않다. 익명을 원한 비이재명계 중진 의원은 “국가 대계를 너무 근시안적으로 보고 밀어붙이고 있다”며 “민주당은 국정운영의 책임이 덜한 야당이어서 나중에는 국민들에게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이 대표가 주재한 예산정책협의회에는 협의 당사자인 국민의힘 소속 부·울·경 광역단체장 3명이 모두 불참했다.



김효성(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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