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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野정치인 추천 이스타 조종사, 영어도 조종도 못했다"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은 전현직 야당 의원과 여당 자치단체장 등 조종사 채용 청탁자 명단이 담긴 문건을 확보하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주지검은 지난달 22일 이스타항공 본사 사무실 2곳 등을 압수 수색을 해 2019년분까의 인사 채용 문건을 확보했다. 특히 이 가운데 2013년과 14년, 16년의 조종사 채용 문건에서 정치인들의 추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난 이들 가운데 일부는 "조종사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영어 실력과 조종 능력에 문제가 있어 함께 비행하는 것이 어려웠다"는 동료 조종사의 증언이 나왔다.

이스타항공에서 기장으로 근무했던 중견 조종사 출신 A씨는 "야당 정치인의 추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난 조종사 2명은 영어 구사 능력이나 조종 능력에 문제가 있어 구설에 올랐다. 그중 1명과 항공기를 조종하기도 했는데 부기장 역할을 제대로 못 해 애로가 컸다"고 했다.
그는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조종사를 뽑는 과정에서 특혜 채용이 벌어진 결과 이런 부작용이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A씨는 "야당 정치인의 추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난 B씨와 동남아 한 국가로 함께 비행한 적이 있다"며 "나는 기장으로 조종간을 잡았고, A씨는 부기장으로 나를 돕는 역할을 해야 했는데 이를 못해, 나 혼자 1인 2역을 해야 했다."고 했다. 일문일답.

-B씨가 부기장 역할을 제대로 못 했다면
"조정석에는 수많은 버튼과 장비가 있는데, 내가 조종을 하다가 B씨를 보면 만져서는 안될 버튼이나 장비를 만지작거리더라. '그거 왜 만지나'고 물으면 '모르겠다'고 답하더라. 더욱 큰 문제는 B씨가 조종사에게 필수인 관제탑과의 영어 교신 능력이 안 된다는 점이었다"
-교신 능력이 안 됐다니?
"항공기 조종석(Cockpit)에는 기장과 부기장이 타는데, 조종간을 조작해 항공기를 조종하는 사람은 기장이다. 부기장은 기상 상황 등을 모니터해 기장에게 알려주고 이착륙 시 지상 공항 관제탑과 교신해 조정을 돕는 사람인데, 가장 중요한 역할이 교신이다. 기장은 조종에 전념해야 하므로 관제탑에서 내리는 지시는 부기장이 수신하고, 알아들었다는 의미에서 복창(Read Back)하게 돼있다. 그런데 A씨는 관제탑의 영어 지시를 알아듣지 못하고, 복창도 못 하더라. 히어링과 스피킹이 안 되는 거였다. 내가 놀라서 '당신은 가만있어라. 내가 하겠다'고 지시한 뒤 조정간을 잡고 관제탑의 지시도 복창하며 부기장 역할까지 1인 2역을 했다. 진땀이 났다. 조종하면서 관제탑의 영어 지시를 수신하고 복창하면 조종의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조종을 끝내고 항공기에서 내리는데 평소보다 만 배는 더 피곤이 몰려왔다. 나만이 아니라 다른 조종사들 사이에서도 A씨는 같은 평가를 들었다. 그는 그냥 '짐짝'이나 다름없었다. 그와 한 번 더 같이 조종을 했는데 변한 게 없었다."
-그 외에도 문제가 있던 경우는
"역시 야당 정치인 추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난 조종사 C씨는 영어 조동사 'Would(우드)'를 '울드'로 읽어 구설에 올랐다. 'Would'는 항공기 매뉴얼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다. '기상이 나쁘면 이렇게 대처하라' 같은 가정법 문장이 많기 때문이다. B씨가 매뉴얼을 소리 내 읽는 걸 동료 조종사가 우연히 듣게 됐는데, B씨가 'Would'를 '울드'로 읽더라는 그거다. 처음엔 장난삼아 그렇게 발음하나 싶어 계속 들어보니 줄곧 '울드'라고 읽더라는 것이다.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 공항에 이착륙할 때 관제탑과 무조건 영어로 소통해야 하는데 기본적인 단어의 발음을 잘못하면 중대한 실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0일 "(이스타항공의)조종사 채용 비리는 국민생명을 담보로 하는 범죄행위입니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원 장관은 "이스타항공이 조종사를 채용하며 정치권 등 청탁을 받고 부적격자를 여러 명 채용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사실이라면 중대한 범죄행위"라며"수사와는 별개로 (이스타항공의) 인적구성이 적절한지 등을 면밀히 살피겠다. 어떤 이유로도 국민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른 직종도 아니고 항공기 안전을 책임지는 조종사 직군에서 부정채용이 있었다면 국토부가 좌시할 수 없는 큰 문제임을 장관이 직접 지적한 것"이라고 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채용 비리 의혹은 현재 형남순 회장과는 관련 없는 과거의 일이지만, 검찰 수사 결과 채용과정에 특혜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사람은 부정채용은 해고한다는 사규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문제의 2013년과 14년, 16년의 조종사(부기장) 채용 자료엔 야당 소속의 전·현직 의원과 여당 소속 광역단체장 등이 추천인으로 나와 있다. 강서경찰서는 이 사안을 2차례나 무혐의로 덮었지만, 최근 검찰이 재수사를 시작했다. 검찰은 이후 2019년까지 인사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 만큼 특혜채용 의혹이 조종사에 이어 스튜어디스 등 승무원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강찬호.정수경(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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