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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의 시시각각] 연설문에 박제된 자유

이상언 논설위원
#1 장승준과 우영우의 대화

“내가 신입들이 의견 내는 거 가지고 뭐라고 그러는 게 아니잖아. 어? 나 그렇게 꽉 막힌 사람 아니에요. 진짜.”

“하지만 지난번에는 묻지 않은 말 하지 않고, 시키지 않은 일 하지 않고….”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6화에 등장하는 권위적이고 욕심 많은 ‘빌런’ 선배 변호사와 우영우 변호사의 대사.)

대통령 연설마다 ‘자유’ 수십 번
여당은 ‘양두구육’ 표현 못 참아
그 꼰대스러움에 지지자들 떠나

#2 선배의 훈계와 취준생의 대꾸

“요즘 학생들 보면 이렇게들 패기가 없어서야, 참 걱정이다 싶을 때가 있어. 세세한 스펙 따위 별 상관도 없으니 거기에 목숨 걸고 그러지 말고 큰 꿈을 가져봐.”

“그런데 왜 청년들에게 도전정신이 있어야 하는 거죠? 도전정신이 그렇게 좋은 거라면 젊은이고 나이 든 사람이고 할 것 없이 다 가져야지, 왜 청년들에게만 가지라고 하나요?”

“젊을 때는 잃을 게 없고, 뭘 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으니까 그럴 때 여러 가지 기회를 다 노려봐야 한다는 얘기지. 그러다가 뭐가 되기라도 하면 대박이잖아.”

“저는요, 젊은이들더러 도전하라는 말이 젊은 세대를 착취하려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뭣 모르고 잘 속는 어린애들한테 이것저것 시켜봐서 되는지, 안 되는지 알아보고 되는 분야에는 기성세대들도 뛰어들겠다는 것 아닌가요? 도전이라는 게 그렇게 수지맞는 장사라면 왜 그 일을 청년의 특권이라면서 양보합니까? 척 보기에도 승률이 희박해 보이니까 자기들은 안 하고 청년의 패기 운운하는 거잖아요.”

“이름이 뭐랬지? 넌 우리 회사 오면 안 되겠다.”

(빈정대는 말투로) “거봐 아까는 도전하라고 훈계하더니 내가 막상 도전하니까 안 받아주잖아.”

(장강명 작가의 소설 ‘표백’의 한 대목. 대기업에 다니는 대학 선배가 취준생들을 앞에 두고 패기와 도전정신을 강조하다가 후배의 도발적 발언에 이름을 물으며 불쾌감을 표출하는 장면.)

#3 갑질 선배의 푸념

“요즘 애들은 그렇다? 실력은 없는데, 자기가 뭐나 되는 줄 알고, 이름이나 알리려고 하고, 도무지 동료의식 같은 건 없고. 사실 이렇게 함께 밥 먹고 얘기 나누는 것도 다 회사 생활의 일부인 건데. 그런 걸 잘 모르더라고. 너희들이 그렇다는 건 아니고. 요즘 그런 애들이 많다고.”

(박상영 작가의 단편소설 ‘요즘 애들’에 등장하는 직장 선배 배서정이 인턴 직원들에게 한 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 기념사에서 ‘자유’를 서른세 번 말했다. 5월의 대통령 취임 때는 서른다섯 번이었다. 지난해 6월의 대선 출마 선언문에는 스물두 번 나왔다. 20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는 11분간 스물한 차례 언급했다. 그의 연설에서 늘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자유’다. “자유 없는 민주주의는 독재” “자유는 보편적 가치” 등의 주옥같은 말이 많다.

대통령 국정 철학을 충실히 따른다는 국민의힘은 지난 18일 이준석 당원에 대한 추가 징계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이양희 당 윤리위원장은 “객관적 근거 없이 당원, 소속 의원, 당 기구에 대해 모욕적 표현을 사용했다”고 징계 논의 이유를 설명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정치인을 겨냥해 양두구육(羊頭狗肉), 삼성가노(三姓家奴), 신군부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을 문제 삼은 듯하다.

표현의 자유는 여러 자유 중 으뜸이다. 미국 수정헌법 1조에는 발언의 자유를 저해하는 어떠한 법률도 만들 수 없다고 적혀 있다. 지금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뜻을 어기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약속했는데, 그의 정부와 당시의 여당은 평등·공정·정의에서 멀어지며 정권을 내줬다. 국민의힘은 말과 실제가 다른, 그 특유의 꼰대스러움을 기어이 되살려 다시 지지를 잃고 있다. 자유와 정의를 외친다고 해서 그것들이 살아 숨 쉬지는 않는다.



이상언(lee.sang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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