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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백신 뒤 뇌질환, 국가가 보상" 판결에…질병청 항소한 배경

“정부의 전체적인 예방접종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런 파장을 검토해야 한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은 뒤 뇌질환이 생긴 30대 남성에게 국가가 진료비 등을 보상해야 한다는 재판부 첫 판결에 대해 21일 질병관리청의 관계자가 한 말이다. 그는 의학적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입증 책임을 국가가 해야 한다는 판결 취지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접종에 의해 질병이 생겼다고 납득할 만한 정확한 근거나 정황이 필요한데, 인과성이 미약한 부분까지 포괄적으로 보상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부 설명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 따져보고 충분히 설명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번 판결에 보건 당국은 국가의 전체적인 예방접종 프로그램에 미칠 영향을 살피면서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1심 판결에 항소해 인과 관계 부분을 충분히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30대 남성 A씨가 낸 예방접종 피해보상신청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달 19일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질병관리청 예방접종피해보상전문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자신의 피해에 대해 “인과성이 없다”며 피해보상 신청을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이 판결이 20일 행정법원에서 공개되면서 뒤늦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AZ 맞고 뇌질환 7개월 뒤 ’인과성 없음’ 결론
A씨는 지난해 4월 강원도 춘천에서 AZ 백신을 맞은 뒤 뇌질환(뇌내출혈과 대뇌해면기형)을 진단받았다. 병원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질병청에 진료비 약 337만원과 간병비 25만원을 보상해달라고 신청했지만, 정부는 이 사례가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④-2(백신보다는 다른 이유에 의한 가능성이 더 높은 경우)’로 봤다. 당시 예방접종피해보상전문위원회는 접종 14일 후 증상이 나타난 거로 오인해 시간적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또 뇌 MRI(자기공명영상)상 A씨에게서 해면상 혈관기형이 발견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리저림 등의 증상은 백신보다 다른 원인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백신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이상증상이 발현됐다는 걸 증명하지 않는 한 “백신과 질병 사이 연관성이 없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접종으로 인한 것이라고 추론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며 “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대전의 한 보건소에서 의료진이 시민들에게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신중히 접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사법부가 나서 입증 책임 전환 강조한 것”
코로나백신유족회의 법률 고문을 맡은 김기윤 변호사는 “다른 사유 때문이라는 걸 정부가 입증 못하는 이상 백신 때문으로 봐야한다는 취지”라며 “행정부가 접종 피해 보상에 소극적 태도로 임하니 사법부가 나서 국민 권리 구제 차원에서 입증 책임을 전환, 국가가 져야 한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법 전문 이동찬 변호사(더프렌즈법률사무소)는 “환자 입장에서 의료 행위 전에 건강에 문제가 없고, 행위 이후 문제를 일으킬 만한 다른 요소가 없었다는 것이 확인되면 입증 책임이 경감된다는 판례가 있다”며 “이 경우 역시 질병청이 백신으로 인한 부작용이 아님을 입증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재판부는 대유행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신속한 절차에 따라 백신이 승인·허가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백신이 실제로 사용된 것은 불과 2년도 되지 않았고, 접종 후 어떤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구체적인 피해발생 확률이 어떤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정부의 입증 책임이 더 생긴다는 취지의 판결을 한 것이다.

김준래 변호사(법학 박사)는 “현재 코로나19 예방접종은 단시일내에 만들어진 백신으로 이뤄지고 있다”라며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훨씬 높고, 일반 예방접종과 달리 국가 주도로 하며, 국가가 사실상 강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이 맞고 그에 부합하는 판결”이라고 했다. 또 “이 판결을 계기로 많은 피해자가 용기낼 계기가 됐다”라며 “정부는 불복보다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라고 했다.

질병청 “다른 접종에 영향, 충분히 소명”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중앙포토.
정부는 여러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 나온 첫 판례인 만큼 항소심에서 인과성 부분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정부가 피해 국가책임제를 공약한 만큼 정부 지원은 조금씩 확대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보다 전향적인 접근을 주문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인과관계와 보상을 같이 가져가면 1년 이상의 세월, 소송 비용 등 사회적인 비용이 크다”면서 “일정 금액 내에서는 먼저 보상을 해주고, 인과관계는 다음에 따지는 ‘선보상 후정산’ 방식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엄 교수는 “법적인 유무죄와 과학적 인과관계를 따지는 것은 별개”라며 “법원에서 과학적 인과관계를 따지게 되면 향후 전문가 위원회 등에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황수연.어환희(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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