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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총력취재 부동산 ‘대폭락 시대’ 오나?

“오늘이 가장 비싸”…두려움이 낳은 거래 빙하기

文 정부 규제 안 풀리고 美 금리 인상에 부동산 수요 뚝, 전셋값도 하락세
총선 전까지 尹 정부 규제 완화책 안 나올 듯… 오세훈·원희룡의 ‘동상이몽’
물가는 오르지만 집값은 떨어지는 상황이 도래했다. 급매가 아니라면 쉽사리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형국이다. 연합뉴스
'우리 아파트 집값은 단지 내에서 가장 신용 안 좋은 X이 정한다.’ 온라인에서 수긍을 얻고 있는 2022년 9월 부동산 시장에 관한 촌철살인이다.

금리 인상이 공급 부족을 압도하는 이슈임이 확인될수록 ‘부동산 불패신화’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2022년 9월 5일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유동성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기준금리가 1%p 오를 때마다 서울 아파트는 2.1%p, 수도권 아파트는 1.7%p, 지방광역시 아파트는 1.1%p 가격 하락이 발생한다”고 추정했다. ‘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인건비·자재비를 포함한) 물가가 올랐기 때문이고, 이는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니까 부동산에 악재일 수 없다’는 논리가 무너진 셈이다. 초유의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국 중앙은행은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충격을 감수하면서까지 돈줄을 죄는 금리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9월 15일 한국부동산원이 공개한 전국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2011년 조사 시작 이래 가장 낮은 수치(89.9)를 찍었다. 특히 수도권(87.6)의 내림 폭이 심했다. 9월 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집계한 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하 계약일 기준)은 421건이었다. 범위를 2022년 1~8월로 늘리면 8979건이었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의 25.9%에 불과한 숫자다.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도 ‘거래 절벽’은 있었다. 다만 그때는 간헐적으로 신고가가 터지는 ‘점(點) 상승’이 출현했고, “폭등 열차가 나만 빼놓고 출발할 것 같다”는 포모(FOMO) 심리가 발동하며 패닉 바잉으로 비화했다. 돌이켜보면 문 정부 임기 내내 ‘팔려는 사람이 적어서 초래된 거래 절벽→점 상승→패닉 바잉’의 반복이었다. 부동산 전문가인 김현아 전 미래통합당 의원의 지적처럼 “부동산 세금을 ATM 기기처럼 여겼던” 문 정부의 기만적 부동산 정책은 고비마다 폭등을 유도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보수 정부가 들어서며 더는 ‘비상식적 정책’이 나오지 않게 됐고,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매파’로 태세 전환하자 1년 새 상황이 돌변했다. ‘사려는 사람이 적어서 초래된 거래 절벽→점 하락’의 단계까지 왔다. 하지만 다음 수순이 ‘패닉 셀’이 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폭락의 서막? 일시적 조정?
송파구 잠실·신천에는 ‘엘·리·트·레·파’가 있다. 엘스, 리센츠, 트리지움, 레이크팰리스, 파크리오를 줄여서 이렇게 부른다. 이들 아파트 단지는 예전부터 서울 집값의 상승과 하락을 예고하는 풍향계처럼 여겨졌다. ‘엘·리·트·레·파’에서 국민 평형이라 칭하는 ‘전용 84㎡=20억원대’가 위협받는 현상을 다수 언론이 기사화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9월 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엘스(최고가 27억원→최근 거래 20억5000만원)와 트리지움(최고가 24억5000만원→최근 거래 20억8000만원) 등에서 뚜렷한 하락이 있었다. 물론 매물마다 층과 조망권 등에 따라 가격 편차가 생길 수 있다. 거래 중 일부는 할인 가격으로 거래되는 증여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하락론자들은 “그나마 상급지인 잠실이니까 떨어진 가격에 거래라도 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직 집값이 안 내려간 지역은 가격 방어력이 빼어난 것이 아니라 수요자들이 눈길조차 안 주기 때문”이라며 “엘·리·트 국민 평형의 2019년 상반기 가격이 13억원대였다”며 “급하게 올랐으니 급하게 내려가는 것이 거래의 상식”이라고 말한다. 실제 9월 12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16주 연속 하락 중이다.

이 와중에 강남의 대표 재건축 아파트 잠실주공5단지(잠5)에서는 8월 9일 일대 사건이 터졌다. 6월 24일 전용 82.51㎡ 매물의 계약이 31억8500만원에 성사됐다. 통상적으로 부동산 거래는 계약서 작성과 동시에 총액의 10%가 매도인에게 넘어간다. 이후 매수인이 계약을 깨면 계약금을 날리고, 매도인이 깨면 배액배상(계약금의 2배)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어지간해서는 합의를 깨지 못하도록 구속하는 ‘안전장치’다. 하지만 ‘잠5’ 매수인은 3억원 이상을 포기하면서까지 계약 파기를 선택했다. 이 아파트의 호가가 27억원대까지 낮아졌기 때문이다. 비단 잠실뿐 아니라 강남과 서초 같은 최상급지에서도 거액의 계약 파기가 포착되고 있다.

반면 조정론자들은 “특수한 사례 몇 가지만 가지고 폭락 운운하는데, 한번 동네 부동산에 가보라”고 맞선다. 신혼인 A씨는 결혼 전부터 보유했던 경기도 부천 아파트를 팔고 서울로 진입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는 “부천 아파트는 6억원 이하 저가라 9월에 겨우 팔 수 있었다. 하지만 직장 근처라서 원하는 서울 신촌 부근 아파트는 구축으로 찾아봐도 여전히 엄두가 안 나는 가격대”라고 말했다. 같은 직장을 다니는 A씨 부부는 도심의 오피스텔 월세에 일단 머물며 집을 찾아볼 계획이다.

‘일본과 같은 집값 대폭락은 성립할 수 없다’는 주장의 근거는 역설적이게도 문재인 정부의 초강력 규제 덕분(?)이다. 고가 주택일수록 구조적으로 대출을 못 받게 만들어놨기 때문에 금리가 아무리 올라도 영향을 거의 안 받는 것이다. 소위 ‘사연 있는’ 매물 몇 개만 ‘급급매’ 형식으로 팔리고 있는 형국이다. 조정론자들은 “어느 시점에 미국의 금리 인상이 진정되고, 윤 정부의 규제 완화책이 나오면 서울의 공급 부족과 맞물리며 집값이 회복할 것”이라고 바라본다. 긍정론자들은 “지금이야말로 내 집 마련이나 갈아타기 적기다. 지금 못하면, 더 떨어지면 더 못산다”고 주장한다.

2022년 추석 밥상에서 “그동안 집 안 사고 뭐 했냐?”는 핀잔은 사라졌다. 서울 아파트는 시차를 두고 미국 나스닥과 연동되는 경향이 짙다. 이런 상황에서 추석 연휴 직후인 9월 13일 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는 ‘충격과 공포’를 전 세계 투자자에게 안겼다. 시장 예상치 8.1%는 물론 내심 7%대 진입까지 기대했지만, 결과는 전년 동월 대비 8.3% 상승이었다. 이는 7월에 비해 불과 0.2%p 내린 것인데, 물가가 여전히 정점을 찍지 못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물가가 꺾였다는 확실한 신호가 잡히지 않는 한 미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0.75%p 인상) 기조는 확실시된다.

“대한민국 집값을 파월이 잡았다”
2022년 8월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오른쪽) 미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잡을 때까지 금리를 올릴 뜻을 천명했다.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금리를 언제, 어디까지 올릴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은 환율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CPI 발표 다음 날인 9월 14일 오전 원·달러 환율은 1390원대까지 치솟았다. 2009년 3월 이후 13년 5개월 만에 처음 보는 가격이다. 더 큰 문제는 미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이나 울트라 스텝(1.0%p 인상)을 한국은행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현실이다. 그나마 유럽·일본에 비해 여력이 있는 한국(기준금리 2.50%)은 미국(2.25~2.50%)과 비슷한 수준의 금리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미국이 더 급속도로 올려 한·미 금리 역전이 발생하면 원·달러 환율 1400원 돌파는 시간문제다. 금리가 치솟을수록 빚내서 집을 살 수요는 줄어든다. 또 기존 변동금리 대출자의 부담은 올라간다.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모든 재료를 금리 이슈가 흡수하는 형국이다. “대한민국 집값을 파월(미연준 의장)이 잡았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어느덧 “정부 차원에서 집값 경착륙을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특히 서울 바깥인 인천 송도와 청라, 경기도 남부의 동탄·위례·광명·인덕원 등의 하락 폭이 가파르다. 힐스테이트레이크송도 전용 84㎡가 11억3000만원에서 8억5000만원까지, 청라한양수자인레이크블루 전용 84㎡가 12억9500만원에서 8억6000만원까지 내려갔다. 경기도 화성의 동탄더샵레이크에듀타운 전용 84㎡는 11억6500만원에서 8억원으로, 인덕원푸르지오엘센트로 전용 84㎡는 16억3000만원에서 11억9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서울의 강서구 마곡과 강동구 고덕 신축에서도 명징한 하락 거래가 확인되고 있다. 침체의 파도가 수도권에서 서울 외곽을 거쳐 마포·용산·성동, 강남·서초·송파 등 중심부로 스며드는 흐름이다.

집값이 내려가면서 전세가도 동반 하락 중이다. 주택 임대차 2법(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에서 비롯된 ‘8월 전세대란’ 우려는 현실화하지 않았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2022년 2월 이후 전셋값은 계속 내림세다. 이 와중에 금리 인상과 맞물려 ‘전세의 월세화’ 현상은 강화하고 있다. 전세 대출을 내느니 차라리 월세를 지불하는 편이 저렴하게 된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정부는 바뀌었지만 정책은 바뀐 게 없다”고 요약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GTX 등 SOC 개발과 재건축 등 민간 정비 사업의 활성화 그리고 대출 규제나 세금 완화 등을 공약했지만 정작 이뤄진 것은 거의 없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이 계승되고 있는 환경에서 미국발 금리 인상이 겹치자 시장은 휘청거렸다.

8월 17일 취임 100일을 맞은 윤 정부는 10대 치적 중 하나로 ‘폭등한 집값과 전셋값 안정’을 꼽았다. 대통령이 이렇게 선언한 이상 추경호 경제부총리, 원희룡 국토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이 완화책 혹은 개발 플랜을 꺼내기 어려워졌다. 이 연구원은 “임기 초반에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내놓진 않을 것”이라며 “선거(2024년 4월 총선) 직전 시점에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 이미 나왔던 공약을 다시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동산 비단주머니’ 꺼내지 않는 尹 정부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00일 회견에서 부동산 안정화를 치적으로 꼽았다. 이로써 완화책은 당장 나오기 어렵게 됐다. /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결국 윤 정부가 내심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는 집값의 ‘점진적 하향’이고, 침체가 올 정도로 급락하지 않는 한 부양책을 내놓지 않을 것이 유력하다. 8·16대책을 통해 경기도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재정비 플랜을 사실상 동결시켜놓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과거 정부에서 경험했듯 정부 정책은 집값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윤 정부도 언제든 집값의 물줄기를 바꿔놓을 수 있는 카드를 몇 개 쥐고 있다. ▷15억원 초과 주택의 대출규제 폐지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2주택자 8%, 3주택자 12%) 완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추 부총리는 9월 7일 “조정지역으로 묶여 있는 부분에 대해 우선 필요하면 더 해제하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분의 대책을 먼저 낸 뒤 금융규제(완화)는 시간을 많이 두고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 2분기 가계 빚은 1810조원을 넘어섰다. 추가 금리 인상 기조가 여전한 상황에서, 경기 침체 우려보다 물가와 집값 안정에 중점을 두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읽힌다.

원희룡 장관과 오세훈 시장의 견제
원희룡(왼쪽) 국토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동조하면서도 각자의 업적을 쌓아야 하는 상황이다.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향후 부동산 시장의 숨은 변수는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 후보군으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미묘한 관계다. 익명의 부동산 전문가는 “취임 직후만 해도 원 장관은 윤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규제 완화를 추진하려 했다. 하지만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경계론에 설복돼 태세를 전환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이제는 집값이 하향 안정화할수록 원 장관은 자기 업적으로 홍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딱히 아무것도 안 해도 집값만 하락하면 입지가 올라가는 원 장관과 달리, 서울 유주택자들의 열렬한 지지로 당선된 오 시장은 가시적인 무언가를 보여줘야 할 처지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여의도 재건축, ‘그레이트 선셋 한강 프로젝트’ 등이 테이블 위로 올린 플랜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시의 플랜은 대부분 ‘오래 걸리는 것들’이다. ‘오세훈 때문에 집값이 올랐다’는 민주당의 프레임을 피하면서 2027년 대선까지 (파괴력을) 이어가기 위해 일단 던져놓고 필요할 때 다듬어서 내놓는 전술을 택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원 장관과 오 시장의 견제 심리는 8월 서울을 덮친 폭우 직후 공개 설전으로 비화했다. 오 시장이 “지하·반지하의 주거 목적 용도를 전면 불허하겠다”고 나서자 원 장관은 “반지하도 사람이 사는 곳이다. 반지하를 없애면 그분들은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맞섰다. 서울 주택 공급을 놓고도 둘(원희룡=민간주도로 50만 호 공급, 오세훈=신속통합기획)은 무게중심이 미묘하게 다르다. 이를 두고 복수의 부동산 전문가는 “당장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거스르지 않겠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오세훈=개발, 원희룡=안정’에 방점을 찍고 차별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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