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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자유와 연대로 위기 극복하자"…유엔서 '자유' 21번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자유를 열쇳말로 국제사회의 연대를 통한 글로벌 위기 극복을 강조했다. 지난해 6월 정치 선언, 올 5월 취임사와 광복절 경축사 등에서 자유를 전면에 내세웠던 윤 대통령은 유엔이란 국제무대에서도 11분 간 3200자 분량의 연설을 하는 동안 21차례 자유를 언급했다. 연설문 제목부터가 '자유와 연대: 전환기 해법의 모색’이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치 입문 이후 8ㆍ15 경축사까지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자유와 연대로, 이번 연설도 그 연장선”이라고 부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자유를 21번 언급하면서 연대를 통한 위기 극복을 강조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은 2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분수령의 시점(watershed moment)’을 주제로 열린 제77차 유엔 총회 연설에서 “우리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위기는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확고한 연대의 정신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 토의 첫날, 회원국 중 10번째로 오후 12시50분께 연단에 선 윤 대통령은 “유엔 헌장은 더 많은 자유 속에서 사회적 진보와 생활 수준의 향상을 촉진할 것을 천명하고 있다. 또한,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인류의 연대를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들의 현대사는 이렇게 연대하고 힘을 합쳐 자유를 지키고 문명적 진보를 이룩해온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연설 앞부분에서 “한 국가 내에서 어느 개인의 자유가 위협받을 때 공동체 구성원들이 연대해 그 위협을 제거하고 자유를 지켜야 하듯이, 국제사회에서도 어느 세계 시민이나 국가의 자유가 위협받을 때 국제사회가 연대해 그 자유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윤 대통령이 언급해온 자유의 의미에 대해 대통령실은 “전쟁이나 기아 같은 속박에서 벗어나는 의미의 소극적 자유가 아닌, 번영과 풍요, 경제 성장의 토대가 되는 적극적 의미의 자유”라고 설명해왔다. 이번 연설에서도 윤 대통령은 “진정한 자유는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아니라 자아를 인간답게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고, 진정한 평화는 단지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인류 공동 번영의 발목을 잡는 갈등과 반목을 해소하고 인류가 더 번영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는 것”이라며 “진정한 자유와 평화는 질병과 기아로부터의 자유, 문맹으로부터의 자유, 에너지와 문화의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북한을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담대한 구상에서 밝힌 것 외에 더할 것도, 덜어낼 것도 없다”(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유에서다. 윤 대통령은 다만, “오늘날 국제사회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과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 살상 무기, 인권의 집단적 유린으로 또다시 세계 시민의 자유와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는데, 여기에 북한을 향한 간접적인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윤 대통령은 “유엔과 국제사회가 그동안 축적해온 보편적 국제 규범 체계를 강력히 지지하고 연대함으로써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국제 사회에 대한 한국의 기여 강화 의지도 천명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세계 시민의 자유와 국제사회의 번영을 위해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의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ACT-A 이니셔티브에 3억 달러, 세계은행의 금융중개기금에 3000만 달러를 공약하는 등 글로벌 보건 체계 강화를 위한 기여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주도하는 ACT-A 이니셔티브는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의 개발 속도를 높이고 공평한 배분을 보장하기 위한 국제 공조체계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쉐라톤 뉴욕 타임스퀘어호텔 내 프레스센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또, “세계보건기구의 팬데믹 협약 체결을 위한 협상에도 참여 중이며, 오는 11월 미래 감염병 대응을 위한 글로벌 보건 안보 구상(GHSA) 각료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글로벌 감염병 대응이라는 인류 공동과제 해결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글로벌펀드에 대한 기여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기후변화 문제 관련 녹색 원조(Green ODA) 확대 ^전자정부 디지털 기술의 개도국 이전 등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 등도 언급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천명한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한국의 위상과 책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안 되는 국가에서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현주소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집단으로 목소리 낼 수 없는 약자들 옆에 국가가 있어야 한다는 약자 복지의 글로벌 버전으로, 목소리 낼 수 없는 약소국 곁에 유엔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윤 대통령이 천명한 것”이라며 “70년 전 자유와 연대의 손길로 인해 ODA(공적개발원조) 공여를 늘릴 수 있는 나라라고 선포하게 된, 유엔의 과거이자 현재로서의 대한민국의 모습을 증거하는 연설”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돌이켜 보면 유엔이 창립된 직후 세계 평화를 위한 첫 번째 의미있는 미션은 대한민국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승인하고 유엔군을 파견해 대한민국의 자유를 수호한 것”이라며 “유엔의 노력 덕분에 대한민국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세계 시민의 자유 수호와 확대, 그리고 평화와 번영을 위해 유엔과 함께 책임을 다하겠다”며 연설을 마쳤다.

기조연설을 마친 윤 대통령은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와 오찬을 함께한다. 오후엔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한다. 구테흐스 총장과의 면담은 지난 8월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난 데 이어 두 번째로, 한국과 유엔의 협력 강화 방안과 북한 문제를 비롯한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저녁엔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동포 만찬 간담회에 참석한다.

유엔 총회 참석을 계기로 한·미, 한·일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도 계속해서 협의 중이다. 당국자들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현지에선 21일에 열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권호.이경은(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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