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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애써 추경 편성해 놓고도 3조원 가까이 못 썼다니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수요조사도 없이 습관성 추경 반복한 탓 아닌가
재정중독에는 여야가 따로 없어 벌써부터 걱정

“재정의 역할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월과 불용을 최소화해 역대 최고 수준의 총지출 집행률을 유지해 왔다.” 정부가 지난해 말 발간한 ‘문재인 정부 경제분야 36대 성과’에서 여섯 번째로 꼽은 ‘적극 재정’의 한 대목이다. 실제로 2017~2020년 총지출 집행률은 96~98%에 달했다. 계획대로 예산의 대부분을 썼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난해 두 차례 추경은 달랐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 2차 추경으로 지방교부세·교육재정교부금을 제외하고 모두 40조835억원의 예산이 편성됐지만 2조7618억원이 실제 집행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실집행률이 1차 90.8%, 2차 93.1%에 불과했다. 여성가족부의 아이돌보미 양성 사업은 추경에서 1만4000명을 증원했지만 본예산 목표(2만9000명)도 채우지 못한 1만1125명에 그쳤다. 심지어 1000명을 목표로 잡은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 고용인력 지원 사업엔 고작 38명만 지원했다. 제대로 된 수요조사도 없이 직접 일자리 사업을 하거나 선심성 퍼주기로 예산을 편성하니 불용액이 커졌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열 차례나 추경을 했다. 추경으로 늘어난 예산이 150조원을 넘어 이전 3개 정부의 추경을 모두 합한 90조원을 크게 넘어섰다. 코로나19 대응 추경이 많았지만 2019년에는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추경도 있었다. 본예산 편성 시 발생하지 않은 긴급한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게 추경인데 상습적·일상적 추경이 많았다. 툭하면 예산에 기대려는 ‘재정 중독’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 정부와 보수 여당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올해 초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1월 추경’을 논의할 때 대선을 앞둔 여야는 경쟁적으로 ‘묻고 더블로’식의 증액 레이스를 펼쳤다. 윤석열 정부는 소상공인 손실 보전 등을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5월 국회에서 특수 상황이 없는 한 올해 추경은 없다고 했다. 추경 요건에 명실상부하게 부합하지 않으면 추경을 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올해 ‘1월 추경’이나 정권 교체 직후의 ‘소상공인 추경’에서 알 수 있듯이, 국가재정법이 정하는 추경 요건은 얼마든지 정치적 이익을 위해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현 정부가 법제화를 추진하는 재정준칙도 마찬가지다. 재정준칙을 강화한 건 잘한 일이지만, 재정준칙의 예외 사유를 추경 편성 요건과 동일하게 규정했다는 게 걱정이다. 추경처럼 정부나 정치권 입김에 휘둘릴 가능성이 있다.

고금리·강달러 충격에 내년 경제가 걱정이다. 세계경제가 침체되면 무역국가 한국에 힘든 시기가 올 수 있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내년 정치권이 앞다퉈 추경 레이스를 펼칠 것 같아 벌써부터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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