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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대박'으로 만족해선 안된다...K방산 당장 돈 써야할 곳 [Focus 인사이드]

최근 K-방산 전성기를 알리는 소식이 자주 들리고 있다. 호주, 아랍에미레이트(UAE)에 이어 폴란드에서의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의 대형 수출계약 성사 소식 등이다. 지난 50여년간 국방 연구개발 현장에서 갖은 위험을 무릅쓰고 묵묵히 기술개발에 매진한 연구자들과 개발한 기술을 활용해 가성비 높은 무기체계로 생산한 방산업체 종사자들의 피땀과 눈물 덕분에 방산 경쟁력이 축적된 결과가 이제 국제 방산시장에서 폭발적으로 발현되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 교체기라 하더라도 일관된 자세로 국내 기술 개발과 방위산업 육성정책을 추진해온 정부 정책 또한 큰 몫을 하였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을 세계 4대 방산 수출국가로 만들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약속이나 취임 초기부터 직접 방산 세일즈 정상외교에 나서는 모습은 방산육성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일관성 측면에서 국내 방산업계에는 극히 고무적인 일이다. 향후 당분간 방산 관련 희소식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거안사위(居安思危), 편안할 때 미래에 닥칠 위험과 곤란에 대비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K-방산의 열풍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방위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16일(현지시간) 폴란드 민스크 마조비에츠키시(市)에서 폴란드 군비청과 FA-50 전투기 48대 수출 이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식에서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오른쪽)과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이 악수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우리나라 방위산업은 1970년대 기본병기 국산화를 시작으로 80~90년대 성장기를 거처 전차ㆍ잠수함ㆍ전투기 등 육해공 각군의 무기체계 대부분을 자체 개발하는 수준으로 성장해 국가안보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에도 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방위산업을 구조 측면에서 살펴보면, 재래식 무기체계를 중심으로 투자됐으며, 방산에 종사하는 기업과 매출액이 주로 이 분야에서 나온다. 기동(전차ㆍ장갑차), 함정 등이 전체 국내 방산 매출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 방위산업은 플랫폼 중심의 무기체계를 가성비 높게 안정적으로 제작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기반과 세계 9위 수준에 이른 국방 기술력이 결합해 현재의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국방분야에서 기술력과 안정적 제조 능력을 동시에 갖춘 나라는 독일 등 극히 소수 국가로 한정된다. 따라서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은 꿈이 아니라 조만간 현실이 될 것이다. 그런데, 최근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활용한 무기체계가 개발되고, 이들이 전쟁의 양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게임체인저로 등장하고 있다. 하드웨어적 요소가 강한 기존 재래식 무기체계와 달리 인공지능(AI)ㆍ무인ㆍ로봇ㆍ우주/위성 등으로 상징되는 신기술의 특성은 소프트웨어적 요소가 강함을 알 수 있다. 즉, 신기술이 지배하는 미래 전장환경을 고려하면, 기존의 재래식 무기체계에 신기술을 통합 적용하고 융합하는 것이 미래 방산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가 가진 국방 기술력과 제조업의 강점 분야가 바뀌어야 미래에도 K-방산의 열풍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술의 특성이 하드웨어적 요소에서 소프트웨어적 요소로 변화할수록 기술 경쟁력은 물적 기반보다는 인적 기반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즉, 소프트웨어적 신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전문인력 양성이 미래 경쟁력 확보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K2 전차를 생산하고 있는 현대로템 공장. 현대로템

반면, 2018년 4월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발표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AIㆍ클라우드ㆍ빅데이터ㆍAR/VR 등 4차 산업혁명 핵심부문을 중심으로 심각한 인력난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방산은 드론ㆍ로봇ㆍ신소재 분야를 중심으로 신속한 대응이 필수적이란 점을 고려할 때 신산업 분야의 전문인력 부족은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수준별 인력 현황을 고려할 때, 첨단산업의 경우 고급 인재가 특히 부족하다.

일례로 핵심 분야인 AI 전문가 수는 2018년 기준으로 미국ㆍ프랑스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15개 국가 중 14위)으로 분석된다. 4년이 지난 현재도 그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과감한 기술개발예산 증액과 국방 R&D 구조 개편 등 여러 노력에도 불구, 신기술 분야의 전문인력 부족은 기초ㆍ원천기술 개발을 어렵게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변화에 맞게 새로운 획득 방산 전문인력을 선제적으로 양성ㆍ확보하기 위한 체계적이며 장기적 플랜이 절실한 시점이다.

한편, 미국ㆍ일본ㆍ중국ㆍ이스라엘 등 주요국은 기술패권 경쟁시대에서 미래전장을 선도하기 위해 기존 하드웨어 플랫폼 중심의 무기체계뿐만 아니라 AI 등 첨단 신기술을 중심으로 무기체계의 성능과 운영, 군사전략 시행 등에서 차원을 달리하는 소프트웨어 분야의 미래 국방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1972년 4월 3일 국산병기 시험발사 행사에서 시제품을 살펴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왼쪽에서 네번째). 정부기록사진집

방위산업의 지속적인 성장, 이를 위한 인재양성을 위해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일자리 창출 등 신기술 분야 산업육성과 인재양성을 연계해 국방 R&D 예산을 투자하여야 한다. 방위산업에 신기술 분야 기업의 진입ㆍ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국방 R&D 투자를 확대하고 방산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해야 우수 인재의 양성과 유입도 가능하다고 본다.

즉 양자물리ㆍ인공지능 등 신기술 분야에 국방 R&D 예산 투자를 집중하고 군이 초기시장을 창출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군이 신기술의 테스트 베드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신속시범획득사업과 신속시제연구개발사업 등을 과감하게 확대 시행해야 한다.

둘째, AI·우주 등 방산 신기술 분야 산업인력 양성을 위한 정규 교육 과정 신설을 제안한다. 신기술 개발에 강점을 가진 대학과 방사청ㆍ국방과학연구소(ADD) 등이 협약을 맺어 국방 R&D 수행 및 방산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첨단학과(계약학과)를 학부 과정에서 설치하고 석ㆍ박사과정으로 이어지도록 하여 대학 입학자부터 전문 연구자에 이르기까지 양성하는 정규과정을 신설 및 확대해야 한다.

독일 육군 병사가 군사용 로봇독 울프강 001의 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

현재, 방위산업에 특화한 대학 학부 정규과정은 전무한 실정이다. 학부과정 교육 프로그램은 졸업 후 즉시 방산현장 또는 획득 방산관련 부서 등에서 업무 수행이 가능토록 현장 중심의 내용으로 짜여져야 한다. 그래야 방산현장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소프트웨어적 기술능력을 갖춘 인력양성이 가능하다.

또한 학업수행→군복무→취업 등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대학 측이 국방부ㆍ방사청ㆍ방산업체 등과 협업하며 학생 개개인에 대한 진로 지도가 이뤄져야 한다. 이스라엘에서 운영 중인 탈피요트 제도는 그 모범이 될 수 있다.

셋째, 한국형 ‘획득방산인력 양성 및 관리법’(가칭)을 제정하고, 민군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 획득분야 재직자 등의 자격관리 등을 규정한 미국의 국방획득인력개선법(DAWIA)을 넘어 국가 차원에서 획득 방산 기술을 개발ㆍ보유한 전문인력을 양성ㆍ관리하는 기본법의 제정이 시급하다고 본다.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캐너버럴 미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하고 있다. AP=연합

최근 K-방산의 흐름이 나타나면서, 북한 등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에 의한 기술탈취 시도가 급증하고 있다. 또한 재직자뿐만 아니라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기술매수 또는 인력 자체 매수를 시도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여 대외무역법, 방산기술보호법 등에서 각종의 장치를 마련하고 있으나, 전문인력 특히 퇴직자의 해외 유출 등에 대한 대책은 미비한 실정이다. 이를 위해 ‘획득방산인력 양성 및 관리법’을 만들어 양성ㆍ재직ㆍ퇴직에 이르는 전 과정을 관리하는 각종의 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소 논쟁적인 주제가 될 수 있으나, 획득 방산분야 기술 연구 개발자 및 계급 정년이 있는 현역 장교들의 취업제한 폐지 또는 완화를 강력히 제안한다. 현재, 획득 방산기술의 최고 산실인 ADD의 경우 책임연구원(약 15년 이상 재직해 방산기술을 연구한 최고 전문가)급 이상은 퇴직 후라도 3년간은 국내 방산업체 취업이 금지돼 있다. 현역 중령 이상 장교도 취업금지 대상이다.

의사결정의 왜곡 등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취업제한의 근본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나 기술개발 전문가와 계급 정년이 있는 현역 장교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ADD의 퇴직자들이 국내 방산업체에 취업할 경우 민군간 기술교류 및 국내 방산기업의 기술 수준 향상 차원에서 그 긍정적 효과가 취업제한을 통한 사회적 이익보다 클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획득 방산분야 재직 중인 현역 장교들의 경우 취업제한으로 인한 전문성 활용기회 상실 측면에서 국가적 손실과 개인적 손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제도의 개선을 검토할 시점이라고 본다.

지난 6월 프랑스에서 열린 최대 국제 방산전시회 유로사토리에서 각 업체들이 내놓은 군사용 무인기. AP=연합

중동ㆍ동남아뿐만 아니라 유럽 국가들로부터 각광을 받는 K-방산의 추세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첨단기술의 집합체인 무기체계로 세계 최고인 유럽시장에서까지 각광을 받는다는 것은 우리의 기술 수준과 제조업 능력의 결합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는 증거라고 본다.

4차 산업혁명으로 표현되는 신기술이 지배하는 미래에도 K-방산 전성기의 지속을 위해서는 고졸부터 대학→대학원→(군복무)→취업→퇴직 후 재취업 등에 이르는 전 과정을 아우르는 획득 방산 전문인력, 특히 소프트웨어적 요소가 강한 신기술 분야의 인력양성 관리 방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기존 연구진 및 전문가들의 전문성 활용을 위해 기술 연구 개발자 및 계급 정년이 있는 현역 장교들의 취업제한 폐지 또는 완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강은호(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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