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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무대 데뷔하는 尹…'순방 핵심' 미·일 양자외교는 난제

윤석열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 도착해 최대 다자외교 무대인 제77차 유엔총회 일정에 돌입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뉴스1
윤 대통령은 10번째 기조연설을 맡아 자유연대ㆍ경제안보ㆍ기여외교 등 3대 외교축을 천명하는 등 무난한 ‘유엔 무대 데뷔’를 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순방의 실질적 과제로 꼽히는 미국ㆍ일본과의 양자외교에 대해선 난제에 봉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4개 월만의 한·미 정상회담

윤 대통령은 유엔총회 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크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국 현지 브리핑에서 “(찰스 3세 국왕 주최) 리셉션장에서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조우하고, 곧 유엔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다”며 양자 회담을 공식화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강당에서 한미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다만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때 이뤄진 첫 회담 이후 4개월여만의 대면 상황은 녹록지 않다.

윤 대통령은 전기차 보조금을 둘러싼 한국 기업의 피해가 예상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1400원 돌파를 목전에 둔 원ㆍ달러 환율 부담 완화를 위한 통화스와프 체결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도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해당 사안에 대한) 자연스러운 논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해당 사안이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가 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국 중심주의로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의 요구를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예상이다. 한국 정부는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서명하기 전까지 IRA의 처리 기류를 전달받지 못했고, 이후 미국은 한국 정부와 의회 등의 다각적 요구에도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13일 백악관에서 연 인플레이션 감축법 통과 축하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통화스와프에 대해선 대통령실에서도 “정상간 긴밀히 논의하겠다는 의미이지, 정상회담에서 통화스와프 체결을 위한 담판을 지을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안다”라는 말이 나온다.

성사조차 불투명한 한ㆍ일 회담

윤 대통령은 18일 공개된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위협이 커짐에 따라 미ㆍ일과의 안보 협력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과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문제 등을 안보협력, 경제ㆍ무역 문제 등 현안과 함께 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해결하는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ㆍ일괄 타결)을 하고 싶다”며 한·일 관계의 급진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6월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시아 태평양 파트너 4개국 정상-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과의 기념촬영을 마친 후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 함께 아시아 태평양 파트너 4개국 자격으로 나토 정상회의에 초청 받았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에 앞서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은 15일 “한ㆍ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해놓고 시간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2019년 12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간 회담 이후 2년10개월만의 정상회담으로, 안보실 고위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성사된 회담에 대해 “양측이 흔쾌히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의 회담 발표는 진실공방으로 이어졌다. 대통령실의 발표 직후 일본 언론은 일본 당국자를 인용해 “한국의 발표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았다”, “한국에 항의의 뜻을 전했다”는 등의 보도를 이어갔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15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해외 순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한일정상회담과 관련 "흔쾌히 성사됐다"고 강조했다. 뉴스1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즉각 “(회담 성사와 관련)달라진 것은 없다”며 일본 언론의 보도 내용을 부인했지만, 18일(현지시간) 첫 순방지인 영국에서 기자들과 만나 “언급할 게 많지 않다”며 ‘노코멘트’ 입장으로 돌아섰다.

미ㆍ일 정치상황 등 부담 가중

외교가에선 “유엔총회 중 한ㆍ일 정상이 어떤 형식으로든 만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대통령실이 밝힌 ‘흔쾌한 회담’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한ㆍ일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말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8일(이하 현지시간) 런던 스탠스테드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19일 오전 11시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거행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뉴시스
특히 기시다 내각은 지지(時事)통신이 지난 9∼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32.3%의 지지를 받았다. 부정 평가는 40%였다. 기시다 내각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선 ‘데드크로스’다. 이 때문에 일본 보수층의 지지를 받는 기시다 총리가 보수층이 민감해하는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해결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윤 대통령을 만나 획기적 관계 개선을 논의하기가 어려워진 평가가 적지 않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자국 중심주의를 버리기 어렵고 대중(對中) 견제에 에너지를 쏟는 와중에 한ㆍ일 관계 개선을 위한 리더십을 발휘할 여력이 없는 데다, 기시다 총리 역시 정치적 부담을 안고 회담에 임한다”며 “이번 양자회담에선 가시적 성과보다 다자주의와 한·일 관계 개선의 필요성 등에 미·일 정상의 분명한 동의를 이끌어 내는 정도의 목표를 기대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강태화(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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