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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태풍에 문단속하듯 마음도 단속해야

금강 스님 중앙승가대학 교수
볼을 때리는 바람이 시원하다. 태풍 오는 길목이지만 평소처럼 포행하듯 화북천변을 걷는다. 한라산 쪽에 많은 비가 내리더니 메말랐던 하천에 물이 굽이친다. 파도소리가 통쾌하게 들려온다. 바닷가가 가까워진 모양이다.

제주 사람들은 태풍 소식에 더 민감하다. 가을 초입의 태풍은 더 큰 피해를 준다니 신경이 쓰인다. 강도 높은 태풍이 잦아진 원인은 수온이 1도 높아져서라는 보도가 잇따른다. 언론에서 연일 최강의 태풍이 제주를 강타한다고 경고한 덕에 뭍의 지인들이 걱정 섞인 목소리로 안부를 물어온다.

인공위성 덕에 태풍이 발생과 예상 경로까지 알 수가 있다. 그때마다 절 집안 단속에 나선다. 바람에 날아갈 만한 것은 모두 창고로 들인다. 법당 나무문들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객실 창문도 촘촘히 점검한다. 그래 봐야 지난해까지 살던 산속 절에 비하면 단속이랄 것도 없다.

제주 절집서도 태풍 대비에 만전
탐욕·고집이란 병에 걸린 사람들
올바른 마음가짐으로 치유해야

사실 지금 있는 원명선원도 2007년 태풍 ‘나리’에 큰 피해를 보았다. 축대 위에 건립한 대웅전의 부처님상 무릎까지 물에 잠기고, 절에서 운영하던 유치원이 온통 물에 잠겨 결국 폐원하고 말았다. 사람이 큰 충격을 받으면 무의식에 저장되어 비슷한 상황이 닥쳤을 때 깜짝깜짝 놀라듯이 태풍에 놀란 절도 그 충격이 유·무형으로 고스란히 남아있다. 다시는 부처님상이 물에 잠기지 않도록 콘크리트로 이층집을 짓고, 지상에 있던 50평 규모의 목조 맞배 대웅전을 그 위로 올렸다.

깊은 산중은 아니지만 원명선원에서도 산중 맛을 느낄 수 있다. 앞으로 한라산이 웅장하고 뒤로 별도봉이 감싸고 있는, 할아버지가 손자를 부드럽게 감싸 안고 있는 형국이다. 살아볼수록 편안하고 맑은 도량이다. 제주와 육지에서 마음공부를 위해 하나둘씩 사람들이 모여든다.

“욕심들이 많아서 걱정이에요.” “힘들다고 자살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찾아온 이들이 세상을 걱정하는 마음을 툭 던진다. 누구에게나 삶은 힘들다. 혼란스럽고, 상처도 깊다. 그 무게를 견디며 서 있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마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의 노후를 다른 사람 손에 맡기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이에요.” 엊그제 20대 청년과 60대 후반 어르신과의 대화 도중에 불쑥 나온, 세상에 대한 걱정들이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수행자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송고승전(宋高僧傳)』에 원효 대사가 『금강삼매경론(金剛三昧經論)』을 짓게 된 연유가 설화처럼 나온다. 신라의 왕후가 머리에 종창이 났다. 숱한 명의와 산천에 드린 기도와 무당의 주술에도 효험이 없었다. 신하가 배를 타고 서해 한가운데 이르렀을 때, 한 노인이 파도를 뚫고 홀연히 나타나서 신하를 데리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바닷속에는 장엄한 궁전이 있었다. 금해(金海)라는 용왕이 나타나서 말했다. “그대의 나라 왕후는 청제(靑帝)의 딸이다. 우리 용궁에 『금강삼매경』이 있는데 보살행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원효에게 주석서를 지어 강설하도록 하면 병이 낫는다.”

왕후의 옹종(擁腫)은 혈류가 막혀서 생긴 병이었다. 아마도 노여움이나 극심한 공포, 스트레스, 무기력, 우울증 등이 원인이 되어 마음의 병으로 나타났을 것이다. 백약이 무효인 이 병을 『금강삼매경』이라는 책과, 원효의 강의로 치유한 것이다.

요즘 사람들이 앓고 있는 마음의 병도 심각하다. 대부분 욕심과 화냄과 고집에서 비롯된 병들이다. 본래 마음은 지혜와 자비심으로 가득한데 분별심과 차별심으로 탐·진·치 3독심이 일어나 마음의 병이 생겨난다. 둘이 아닌(無二) 일미(一味)로 모든 분별을 통섭(通攝)하여 화쟁하는 것이 금강삼매이다. 원효는 여덟 가지의 삼매수행을 제시한다. 주관과 객관 사이에 일어나는 마음이 올바른 관찰과 올바른 마음가짐을 통하여 일체가 되고, 바르게 사유하고 통찰하는 것이라고 했다.

원효는 신라 진평왕 39년(617년)에 태어나 신문왕 6년(686년)에 입적하였다. 무려 210여 권의 저술을 남긴 고승이다. 고려 숙종이 화쟁국사 시호를 내렸다. 대사의 삶과 사상은 진속일여(眞俗一如), 염정무이(染淨無二), 화쟁(和爭) 등으로 집약할 수 있다.

1400년 전 원효의 시대에도 마음의 병은 있었고, 이 병을 수행을 통하여 치유하였다는 이야기는 오늘날에 더 절실하게 요구된다. 욕망은 과학을 만나 크고 세밀해졌다. 오직 ‘나’ 중심의 이기주의적 의식은 법으로 보호되며 더 굳어지고 있다. 더 커진 3독심에서 뿜어져 나오는 태풍이 자신도 사회도 급속히 파괴하고 있다. 문단속하듯 마음단속도 잘해야 하는 이유이다.

금강 스님, 중앙승가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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