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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외출 공포에 성조숙증"…코로나 3년 무서운 후유증

초등학교 3학년인 임모(9)군은 엘리베이터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면 엄마 뒤에 숨는다. 임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2020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코로나 신입생’이다. 엄마 권모씨는 “아들이 밖에 나가는 걸 무서워하고 대인기피증이 생겨 심리 상담을 받고 있다”며 “유치원 때까지만 해도 밝은 아이였는데, 비대면 수업이 길어지면서 유대 관계가 단절돼 생긴 증상 같다.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외출 공포’ 현실화…코로나, 아동에게 악영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줄이고자 2주간 서울 중고등학교 수업이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된 2020년 12월 7일 오후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선생님이 비대면 수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유행 장기화가 아동의 발달에 미친 악영향이 심각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글로벌 아동권리전문 NGO인 굿네이버스 산하 아동권리연구소(이하 아동권리연구소)가 진행한 ‘코로나19와 아동의 재난반응 연구’에서 코로나19 장기화가 아동의 신체·인지·감정·행동발달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확인했다. 연구는 아동권리연구소가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과 이듬해인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 ‘아동 재난대응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진행됐다. 실태조사는 각각 만4세~고등학교 3학년 학생과 3308명, 3927명 및 이들의 보호자를 상대로 진행됐지만 연구는 2년간의 조사에 모두 응한 아동 1367명 및 그 보호자의 답변을 대상으로 했다.

회귀분석에 따라 점수로 표현된 연구 결과에선, 2021년에는 아동의 불면, 식욕저하, 두통과 같은 부정적 신체반응이 2020년에 비해 증가(1.18점→1.25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 우울과 같은 부정적 감정반응(1.28점→1.39점)과 집중력 저하 등 부정적 인지 반응도 (1.16점→1.30점) 전 연령대에서 늘어났다. 경계심과 대인관계 회피 등 부정적 행동발달은 만4~9세의 경우 1.15점→1.12점으로 감소했으나, 학령기인 만10~17세에선 1.05점→1.10점으로 늘어났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성조숙증·유튜브 중독”…부모 한숨 늘었다
방역 대응이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국면에 접어들면서 대면 활동이 늘었지만, 지난 3년의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서울 강북구에서 초등학교 5학년과 초등학교 2학년 두 딸을 키우는 전모(42)씨는 “코로나 초창기에는 아이들이 하루에 4시간 이상 테블릿PC와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것 같다. 지금은 1시간으로 겨우 줄였지만 그때 습관이 남아있어 끊기 어렵다”며 “성조숙증이 왔고, 책을 보는 집중력도 떨어졌고, 영상을 자꾸 찾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재난 발생 시 아동의 부정적 발달이 심화되지 않도록 하려면 규칙적이고 영양 잡힌 식습관을 유지할 수 있고 보호자의 불안·양육 스트레스를 낮게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돌봄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또한 아동의 미디어 환경과 활용에 대한 기준 마련 및 보호자와 아동의 연령별 눈높이에 맞는 인터넷·스마트폰 미디어 사용가이드를 제작해 배포하는 방법 등을 검토해 볼 것을 제언했다.

코로나가 남긴 ‘상처’…부모 지원 필요
굿네이버스 직원과 아동. 굿네이버스 제공
보고서에는 보호자의 양육 스트레스 증가는 아동 발달 저해로 직결되므로 보호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담겼다. 세 아이를 키우는 김주희(32·가명)씨는 “맞벌이 부모에게 돌봄 지원이 필요할 것 같다”며 “무엇보다 부모의 심리 상담 지원이 필요하다. 코로나로 양육 돌봄 부담이 커지면서 예민해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연구에 참여한 이화조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연구소 연구원은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에서 아동이 속한 가족의 인구 사회학적 배경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아동 연령별 맞춤 지원이 확대돼야 하며, 취약 계층 아동의 교육 격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추후 이와 같은 재난 상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종식이 되더라도 아동 발달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은 성인 또는 그 이후에도 발달의 결과가 축적될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가 아동에게 주는 부정적인 영향을 이해하고 중장기적인 대응을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며 “공공 상담 인프라 확충 등 보호자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지원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함민정(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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