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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팍한 장군, 전투력 최강…패튼 전차도 그랬다, K2가 갈 길 [Focus 인사이드]

반공주의자의 이름이 붙여진 전차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북아프리카와 서부전선에서 독일군을 격퇴한 저돌적인 선봉장으로서 명성이 드높은 조지 패튼은 미국 기갑부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다. 그는 수행하는 부하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만큼 성정이 모나고 괄괄했지만, 실전에서의 지휘력은 당대 미군 중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마디로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싸움만 잘하는 무인이었다.

그런데 그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사후에도 상당히 오랫동안 이름이 회자했다. 전후 미국이 주력으로 사용한 일군(一群)의 전차들이 패튼으로 명명됐기 때문이다. M46, M47, M48 전차의 공식명이었다. M60 전차는 이름이 부여되지는 않았지만, 비공식적으로 패튼이라고 불렸다. 이들 전차는 일정한 플랫폼을 유지하며 개량한 형태로 진화해왔기에 흔히 패튼 시리즈라고 한다.

유럽 전역이 끝난 직후인 1945년 6월 9일 벌어진 LA 환영 행사에서 참석한 조지 패튼. 극렬한 반공주의자였는데, 공교롭게도 냉전 시기에 활약한 전차들이 그의 이름으로 명명됐다. 위키피디아

현재 패튼시리즈는 개발국인 미국에서는 퇴역했지만, 여전히 많은 나라에서 현역으로 활동 중일 만큼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 한국군도 주요 사용자 중 하나인데, M48A3K와 M48A5K는 잔존가가 남아 있지 않을 만큼 오래됐음에도 일선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 중이다. 종합적인 기갑 전력은 우위지만, 양적으로 여전히 북한군이 더 많은 전차를 보유하고 있기에 2선급 전력으로 운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미군을 기준으로 최초의 패튼인 M46이 데뷔한 1949년부터 M1 에이브럼스 가 본격적으로 배치되면서 물러난 마지막 패튼인 M60이 활약했던 90년대 초까지의 기간은 세계를 살얼음판 같은 긴장 상태로 몰아넣었던 냉전 시기였다. 즉, 패튼이라는 이름은 냉전 동안 공산주의에 대항한 많은 서방 국가의 주력 전차를 의미하며 세계 곳곳에서 활약한 것이다.

M68 105㎜ 주포를 장착한 M48A5K 패튼. 퇴역할 시점을 넘겼음에도 여전히 국군의 주요 전력으로 활약 중이다.

냉전이 시작하기 직전에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지만, 패튼이 공산주의를 극도로 혐오했던 인물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상당히 흥미로운 인연이라 할 수 있다. 영화에서 만찬장에서 만난 소련군 장군을 면전에서 욕하고 항복한 독일을 무장시켜 함께 소련을 공격하자고 주장하는 장면까지 묘사됐을 정도였다. 실제로 그는 툭하면 공개 석상에서 그런 의견을 자주 드러내 워싱턴 당국을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어쨌든 미국에서도 극단적인 반공주의자로 인정받았던 패튼의 이름을 딴 이들 전차는 냉전 시기에 수많은 미국의 동맹국이나 친서방 국가에서 주력으로 활약했다. 같은 시기에 소련이 개발하여 공산권이나 친소 국가에 대량 보급한 T-54, T-55, T-62, T-64, T-72 전차와 각지에서 자웅을 겨루었는데, 한마디로 당대를 상징하는 호적수들이었다. 특히 대규모 기갑전이 자주 벌어진 중동은 그야말로 혈전의 장이었다.

냉전의 종식이 불러온 변화

80년대 이후 제3세대 전차가 본격 등장하면서 2선급 장비로 물러났지만, 이처럼 패튼 시리즈는 역사상 가장 거대한 무력이 극단적으로 대치했던 20세기 후반 동안 당당한 지상의 왕자였다. 그래서 마치 약속한 것처럼 냉전의 종식과 함께 패튼으로 명명된 전차들이 정상에서 내려온 모습은 상당히 흥미로운 장면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어렵게 찾아온 평화가 오랫동안 계속되기를 모두가 원했다.

패튼 시리즈가 주인공으로 활약하던 시기와 달리 냉전의 종식으로 90년대 이후 무기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줄면서 제3세대 전차는 개발된 지 40년 가까이 된 현재까지도 각국에서 주력으로 계속 사용 중이다. 물론 꾸준히 개량이 이루어지기는 했으나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전차가 등장했다는 소리를 들었을 만큼 변화가 극심했던 그 이전 세대 전차와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는 없다시피 했다.

냉전 당시 소련이 서베를린에서 미국ㆍ영국ㆍ프랑스 군대의 철수를 요구하면서 1961년 6월 4일부터 11월 9일까지 베를린에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졌다. 그해 10월 27일 체크포인트 찰리에서 대치 중인 미국 육군의 M48 패튼(아래)과 소련 육군의 T-55. 결국 미ㆍ영ㆍ프는 소련의 요구를 거절했고, 소련은 베를린 장벽을 쌓았다. 미 육군

2000년대 이후에 새롭게 등장한 전차도 한국의 K2, 러시아의 T-14, 일본의 10식, 중국의 99식 정도에 불과한데, 최근 폴란드 수출이 확정된 K2를 제외하고는 생산량이 의미 있는 수준이 아니고 T-14는 양산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이유로 올해 초까지만 해도 M1 에이브럼스, 레오파르트 2 같은 기존 제3세대 전차가 개량돼 계속 사용될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에서야 개념이 전혀 다른 제4세대 전차의 개발에 대한 논의가 본격 시작되었지만, 이 또한 새로운 전차가 절실히 필요해서라기보다는 조금씩 개량하는 방식으로는 기존 전차의 성능을 더 이상 향상하기 어려운 한계점까지 왔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패튼 시리즈가 주력으로 활약하던 시기와 비교해 제3세대 전차 시대에 변화가 적었다는 점은 그만큼 평화가 이어졌다는 의미였으므로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연막을 뚫고 강을 건너는 K2 전차. 위키미디어

하지만 2010년대 이후 소련의 전성기를 재현하려는 러시아와 세계 2위의 경제 강국이 된 중국이 노골적인 대외 팽창에 나서면서 새로운 동서 대립이 시작됐다. 특히 올해 초 벌어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대만 위협은 본격적인 신냉전 시대가 도래했음을 만천하에 고했다. 그리고 탈냉전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리던 유럽을 중심으로 그동안 소홀했던 군비에 대한 투자가 재개되었다.

이처럼 상황이 바뀌자 패튼 시리즈처럼 중차대한 임무를 새롭게 담당할 주인공이 도래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면서 한국의 K2 흑표가 후보 중 하나로 급격히 부상했다. 지난 2019년 어렵게 제3차 생산분 54대를 인가받았지만, 올해 초까지만 해도 향후 생산라인 유지에 고민이 많았던 점을 상기한다면 그야말로 극적인 반전이라 할 수 있다. K2가 과거의 패튼 시리즈처럼 새로운 위기의 시대를 책임질 주인공이 되기를 기원한다.



남도현(knclogix@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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