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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위 만찬 뒤 추진한 ‘878억 영빈관’…수석들도 몰랐다

지난 7월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2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방한때의 공식 만찬. 이 행사 이후 대통령실 내부에서 정상 만찬 행사장으로는 국격에 맞지 않는다는 얘기와 함께 영빈관 신축 논의가 본격화됐다고 한다. [KTV 캡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철회를 지시한 ‘878억원 영빈관’ 신축에 대해 복수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은 “언론에 나오고서야 알았다”고 반응했다. 상승세를 타던 대통령 지지율이 출렁일 정도로 큰 이슈였는데도 대통령실 내에서 소수 참모와 경호처 정도만 추진 계획을 알았다는 것이다. 한 수석은 “이렇게 공론화 없이 추진될 일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영빈관 신축 논란은 어떻게 시작된 걸까. 대통령실 주변의 말을 종합하면 결정적 계기는 지난 7월 28일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만찬 행사였다. 이날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2층 다목적홀에서 조코위 대통령 일행을 맞았다. 5월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만찬은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만큼 대통령실에서 열린 첫 주요국 정상 만찬 행사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행사 뒤 시설이 국격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내부에서부터 쏟아졌다”고 전했다. 경호처 역시 “신라호텔 영빈관 등 외부 시설이나 이미 개방된 청와대 영빈관을 사용하면 경호 부담과 비용이 크다”는 주장을 수차례 제기했다고 한다.

이어 7월 말 경호처와 관련 업무를 맡은 소수의 참모를 중심으로 영빈관 신축 논의가 시작됐다. 결국 영빈관 신축 예산(2년간 878억6300만원)은 지난 2일 국회에 제출됐다. 정치적 파장보다는 신축 필요성 위주로만 논의가 이뤄진 것이다. 지난 15일 밤 언론 보도로 영빈관 신축 이슈가 돌출했고, 이튿날(16일) 낮까지도 대통령실은 “내외빈을 영접할 국격에 걸맞은 공간이 필요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불과 약 6시간 뒤 “즉시 예산안을 거둬들여 국민께 심려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가 발표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참모들은 명분이 있으니 국회를 설득해 보자고 했으나 윤 대통령이 ‘국민의 반대가 너무 크다’고 말해 철회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두 달 만에 30%대를 회복한 윤 대통령의 지지율(한국갤럽)이 다시 20%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고 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탁현민 전 의전비서관이 ‘영빈관이 구민회관보다 못했다’고 말했듯 신축의 필요성은 충분했다”면서도 “명분이 있더라도 긴 호흡을 가졌어야 했는데 전략적 고려가 부족했다”고 답답해했다.

정치권은 주말에도 영빈관 신축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8일 페이스북에 “국가 영빈관을 지금 당장 신축한다 해도 최소 2, 3년은 걸릴 것이므로 영빈관은 윤 대통령보다 후임 대통령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라며 “민주당도 미래지향적으로 이 문제를 봐야 한다. 국가 영빈관에 대한 논의는 지속돼야 한다”고 썼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민주당의 무분별한 공격과 비방은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 물타기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정부가 영빈관을 신축하고자 한다면 먼저 국민을 설득해야 했다”며 “정부·여당의 대응 태도가 부실하니 국민들은 ‘응, 영빈관 옮길 거야’라는 김건희 여사의 발언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고 맞받았다.

미국·중국·일본 등에는 국빈을 접대하는 별도 시설이 있다. 미국은 백악관 맞은편에 침실·접견실·서재 등 119개 방을 갖춘 블레어하우스(Blair House)가 있다. 일본은 1923년 일왕이 거주했던 아카사카 이궁(離宮)을 74년 영빈관으로 개조해 활용 중이다. 중국이 국빈을 맞는 시설은 베이징에 위치한 댜오위타이(釣魚臺)다.



박태인.김서원(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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