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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순방 날 "남북합의 지켜야"…잊혀지겠다던 文 침묵 깼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18일 윤석열 정부를 향해 “대화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며 “신뢰는 남북 간에 합의한 약속을 지키는 데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잊혀진 삶을 살겠다”던 문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정치 현안에 메시지를 내며 ‘장외 정치’를 시작한 것 아니냔 관측이 나온다.


퇴임 후 경남 양산 사저에 머무는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은 8월 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사저를 찾아 만나는 모습. 사진 더불어민주당

문 전 대통령은 ‘9ㆍ19 군사합의 4주년 기념토론회’(주최 국회 한반도 평화포럼)를 하루 앞두고 공개된 축사에서 “7ㆍ4 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ㆍ15 남북공동선언, 10ㆍ4 남북정상선언,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 등은 모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역지사지하며 허심탄회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만들어낸 역사적 합의들”이라며 “정부가 바뀌어도 마땅히 존중하고 이행해야 할 약속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를 향해 “여전히 불신의 벽이 높고 외교안보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게 지금의 현실이지만, 우리가 상황을 비관하지 않고 주도적 입장에서 극복하고 헤쳐나갈 때 비로소 평화의 길로 갈 수 있다”며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는 한순간도 포기할 수 없는 겨레의 숙원”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주도자가 되어 흔들림없이 추진”한 사례로 본인 임기 중 있었던 남북 대화를 열거했다. 그는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 속에서도 우리의 주도적 역할을 통해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어내고, 세 차례의 남북정상 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평화의 길을 개척했다”며 “이런 경험을 거울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남측으로 넘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그는 본인 임기 중 남북 대화가 단절된 데 대해선 “아쉽게도, (2019년 2월) 하노이 북ㆍ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교착되었고 남북과 북미 간 대화에서 더 이상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만 말했다. 북한을 향해선 “거듭된 합의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며 “합의 준수를 위해 남북이 함께 노력해나갈 때 신뢰가 쌓이고, 대화의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만 짧게 말했다.

尹 순방 날 우회 비판한 文…주변에도 정치 현안 우려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의 핵무기를 둘러싼 한반도 정세가 경색된 상황에서 나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8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절대로 먼저 핵포기란, 비핵화란 없으며 그를 위한 그 어떤 협상도, 그 공정에서 서로 맞바꿀 흥정물도 없다”고 못박았다. 이에 지난 16일 한ㆍ미 당국은 5년 만에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를 열어 공조 강화를 논의했다.

결국 문 전 대통령이 나선 건 현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9ㆍ19 군사합의 등 전임 정부의 성과가 퇴색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간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남북 대화 진전을 자신들의 최대 치적으로 내세웠다.

또 정치권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영국ㆍ미국ㆍ캐나다 3국 순방길에 오른 날 메시지를 공개했다는 점에서 이번 메시지가 현 정부에 대한 경고이자 정치 재개 신호탄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수사 당국은 각종 사건에서 문재인 정부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중이며, 최근 윤 대통령은 직접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사업에 대해 “참 개탄스럽다”는 말까지 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사진 페이스북 캡처

실제 문 전 대통령은 최근 주변에 정치 현안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지난 16일 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를 방문한 홍익표 의원은 18일 페이스북에 “최근 정치 상황에 문 전 대통령의 우려와 당부의 말씀이 있었다. 특히 한반도 상황과 국제정세에 여러 말씀을 하셨다”고 썼다. 최근 사저를 다녀온 인사도 “문 전 대통령이 위태로운 한반도 정세와 고물가 등 경제 상황 등 현안에 걱정이 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최고 업적으로 자부한 남북문제가 도전받자, 이른바 장외 그림자 정치를 보여준 것”이라며 “또 언제든 정치 전면에 부상할 수 있다는 걸 암시한 것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문 전 대통령 측은 “9ㆍ19 합의 4주년에 낸 메시지일 뿐”이라며 “정치 전면에 나선 것이란 추측은 과하다”고 말했다.



김준영(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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