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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회담 합의 없었다" 발뺌한 日…반복되는 '불편한 외교' 왜

이런 걸 과연 '흔쾌한 합의'라 하는가. 과연 누구의 문제인가.

한국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일정을 설명하면서 "뉴욕에서 한일정상회담을 갖는다. 일찌감치 서로 흔쾌히 합의가 됐다. 30분 남짓 얼굴 마주보는 양자회담이 될 것"이라 말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 브리핑룸에서 순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국 언론은 이를 1면 기사로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러자 당장 일본 정부는 "합의된 게 없다"(마쓰노 관방장관)고 불쾌감을 드러냈고, 18일에는 산케이신문이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정상회담에 합의하고 일정을 조율 중이란 건 사실과 다르며 한국 측에 항의했다. (앉아서 대면하는 양자회담이 아닌) 두 사람이 서서 짧게 이야기를 하는 약식 만남에 그칠 것"이라 전했다.

한국 정부와 언론이 먼저 운을 띄우면, 일본 정부와 언론이 이를 내치는 구도는 지난 6월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 때와 크게 다를 게 없다. 오는 20~2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정식으로 열릴 지는 불투명하다. 게다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태풍 피해 점검을 위해 당초 19일 출국 예정을 20일로 하루 미뤘다. 뉴욕에서의 일정이 하루 짧아진 셈이다. 설령 양자회담이 성사된다해도 양국 국민 모두 전혀 흔쾌하지가 않다. 서로가 서로를 탓하는 이런 불편한 외교가 반복되는 배경은 뭘까. 크게 두가지 관점에서 짚어본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오른쪽 사진). 이번 주 미국 뉴욕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2019년 12월 중국 청두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만남 이후 2년9개월 만이다. [AP=연합뉴스]
①기시다의 '어중간' 스타일= 한국 대통령실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다. '한국'기준으로 따지면 정상회담 이야기가 다 오케이 사인이 나온 것이라 오해했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일본의 의사결정 구조는 말 그대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크게 보면 한국 문제를 놓고는 온건파(외무성)와 강경파(자민당)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하야시 요시마사 외상은 여러 자리에서 "한국과의 관계개선은 어떻게든 조속히 이뤄내야 한다. 초조감을 느낀다"는 생각을 피력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를 보좌하는 총리 관저 쪽은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결정은 하면 안 된다"는 쪽이다. 소수 파벌인 기시다 총리를 떠받치고 있는 자민당의 아소 다로 부총재(전 총리)와 차기 총리를 노리고 있는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전 외상)도 '혐한파'에 가깝다.

한 소식통은 "대통령실의 정상회담 개최 발표를 접한 자민당 측에서 '왜 우리 모르게 합의를 했느냐'고 기시다 총리에 강하게 항의해 총리 관저도 곤혹스런 입장이라 들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강경파와 온건파 중간에 끼인 기시다 총리는 결코 '결단'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검토하고 또 검토하는 스타일이다. 검투사와 일본어 발음이 같은 '검토사'란 별칭이 붙을 정도다. 특히 한국 문제는 최종 순간까지 '네마와시(根回し)'라 불리는 사전조율을 반복하면서 분위기를 지켜본다.
한미일 3국 정상이 지난 6월 29일(현지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 국제회의장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물론 다른 해석도 있다. 일본 정부는 언제부터인가 한국이 초조해서 달려들 때까지 기다렸다 이를 트집잡아 '한국 길들이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엄밀히 보면 두 주장 모두 맞다. 의도했든 안 했든 혼재돼 있다고 볼 수 있다.

②거친 한국, 디테일 집착하는 일본=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에 뉴욕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원칙에는 양측이 합의가 돼 있었다고 한다.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자 배상 문제와 관련 민관협의회를 설치하고 피해자 단체를 설득하는 '노력'을 일본이 일정 부분 인정한 결과라고 한다. 한국 대통령실은 이를 최종 합의로 보고 서둘러 발표했다.

하지만 양국이 회담 사실을 언제 공식 발표하기로 했는지까지는 세밀하게 챙기지 않았다. '큰 틀'만 본 결과다. 이 과정에서 용산 대통령실과 외교부 간 소통, 국가안보실 내부의 체계가 정치하지 못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간 지휘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8일(현지시간) 런던 스탠스테드공항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19일 오전 11시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거행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한 뒤 뉴욕 유엔총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뉴시스]
한편 일본은 공동발표라는 '디테일'에 집착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 국장 개최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기시다 총리로서는 보수층이나 여론의 반대가 상당한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데 대해 이전보다 더 신중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를 한국 정부가 잘 알면서도 일방적으로 발표한 데 대한 불쾌감, 불신이 크다.

일본의 한 고위 관계자는 19일 "이러면 될 것도 안 된다"고 말했다. 모든 외교 사안을 빈틈없이 매뉴얼에 맞춰 전개하는 데 익숙한 일본으로선 "아니, 회담 하기로 합의를 했으면 된 거지 뭘 그런 사소한 사안으로 문제를 삼느냐"는 한국 측 주장이 생리적으로 맞질 않는다. 또 '흔쾌히' '일찌감치'와 같은 단정적 표현을 쓴 데 대한 불만도 상당하다.

하지만 한국에선 "일본이 만용을 부리는 것"(홍현익 국립외교원장 19일 라디오 인터뷰)이란 거친 반응이 나온다. 때문에 일본에선 최근 들어 정상회담 뿐 아니라 한국과의 중요 일정이 외부에 관련 내용이 사전에 알려지는 순간 그 일정이 취소 내지 축소되고 있다. 반감이 고조되는 악순환 구조다. 결과적으로 한국 대통령실이나 외교부 내에 일본의 특수성을 능숙하게 조율하는 '디테일 전문가'가 없고, 일본 총리 관저와 자민당에는 한국 사정과 스타일을 이해하는 '큰 그림 전문가'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기(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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