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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만난 리잔수, 반도체동맹·IPEF·사드 불만 다 쏟았다

김진표 국회의장과 리잔수(栗戰書)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16일 국회에서 이뤄진 회담에서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을 놓고 다소간 신경전을 벌였다. 리 위원장이 “중국 측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고 공세를 펴자 김 의장은 “그런 것만은 아니다”며 맞섰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리잔수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과의 공동언론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한중일 의장회의를 제안했다. 연합뉴스
김 의장과 리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본청 접견실에서 약 1시간 동안 회담했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리 위원장은 “미국 중심의 반도체 동맹은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소위 ‘칩(Chip)4’로 불리는 반도체 동맹은 설계(미국), 생산(한국·대만), 소재·장비 공급(일본) 등 역할 분담을 통해 동맹국 간 공급망을 구축하자는 구상이다.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해 경제적으로 압박하려는 게 미국의 의도다. 일본·대만은 참여하기로 했지만 한국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한국의 참여 가능성에 리 위원장이 대놓고 우려를 드러낸 모습이다.

그러자 김 의장은 “한·중 경제의 상호의존성을 고려할 경우 (반도체 동맹이) 중국을 배제하는 집단으로 발전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한·중 간에도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 다층적 경제협력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지난 5월 20일 취임 후 처음으로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리 위원장은 또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 워크(IPEF)’에 대해서도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억제할 수 있다”고 지적했고, 김 의장은 “개방성·투명성·포용성의 원칙에 따라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적 번영을 이끌기 위한 플랫폼”이라고 해명했다고 국회 관계자가 전했다.

두 사람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설치 문제로도 다소간 설전을 벌였다. 리 위원장이 “중국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것은 한국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 중국의 전략 안보 이익을 훼손하는 불순한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오른쪽)과 리잔수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국회에서 회담을 마친뒤 악수하고 있다. 뉴스1
그러자 김 의장은 “사드는 북한의 심각한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려는 자위적 수단으로, 제3국을 위협하는 수단이 아니다”라며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사드 문제도 자연히 해결될 것이므로 북한이 대화와 외교의 길로 나설 수 있도록 중국이 도와 달라”고 리 위원장을 설득했다는 것이다.


한·중 의장 “북핵 문제 위해 한·중 소통 강화” 합의
회담 직후 발표된 공동발표문에서는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중 간 전략적 소통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두 사람이 공감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북 성주 사드기지에 관련 장비가 들어가는 모습. 리잔수 중국 상무위원장은 16일 "중국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것은 한국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 중국의 전략 안보 이익을 훼손하는 불순한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김 의장은 “우리도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와 함께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하되, ‘담대한 구상’에서 보듯이 북핵 문제의 평화·외교적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 측의 건설적인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비핵화 로드맵 ‘담대한 구상’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 모습이다.

김 의장은 ▶한·중·일 3국 국회의장 회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추진 ▶인천-상하이 직항 항공편 재개 및 증설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 논의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위한 중국 지지 등도 리 위원장에게 요청했다.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인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리잔수 위원장은 국회의장 초청으로 66명의 대규모 수행단을 대동하고 방한해 2박 3일 동안 윤석열 대통령 예방,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회담 등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중국 상무위원장 방한은 2015년 장더장 전 상무위원장 이후 7년 만이다. 국회사진기자단
다만 김 의장은 “우리는 역사문제가 정치·외교적 사안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양국 의회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관리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회 관계자는 “소위 ‘동북공정’ 등 중국 측이 한국 역사·문화를 편입하려는 움직임을 경계하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리 위원장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를 구축하는 것이 양측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며 “한·중 양측은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추진하기 위해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중 FTA 2단계 협상으로 공급·생산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통합 발전을 실현하는 것을 지지한다”고도 말했다.

다만 “양측이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관심사를 존중한다는 정신에 따라 ‘예민한 문제’에 대해선 지속해서 적절히 처리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비공개 회담에서 설전을 나눈 사드, 반도체 동맹에 대한 우려를 재차 표현한 것이란 말이 나온다.

한편 전날 리 위원장이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할 당시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이 직접 마중했다. 지난 달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 방한 당시 국회가 마중을 나가지 않아 ‘의전 실패’ 논란이 일었던 것을 의식한 셈이다.




김효성(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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