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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 무시하는게 답? 이러니 보수가 문화전쟁 지고있는 것" [노정태의 댓글 읽어드립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나는 고발한다' 필진이 자신의 칼럼에 달린 댓글을 직접 읽고 생각을 나누는 콘텐트인 '나는 고발한다 번외편-댓글 읽어드립니다'를 비정기적으로 내보냅니다. 오늘은 노정태 작가가 주인공입니다. 노 작가가 쓴 '한혜진이 곰·사자냐...탁현민 억지에 침묵하는 예술인, 비겁하다' 칼럼에 달린 댓글에 그가 직접 답변해드립니다.

노정태 작가는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에 대해 "정치적 목적 없는 문화적 행위를 정치적 잣대로 손가락질하는 분위기를 만든다면 문화예술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앞서 탁 전 비서관은 패션지 보그 코리아가 청와대에서 촬영한 화보를 공개하자 "청와대라는 대한민국 역사의 중요한 상징적 공간을, 과반의 국민적 동의 없이 폐쇄했다"며 개방된 청와대를 일제시대 창경원에 비유하며 맹비난했습니다. 노 작가는 "탁 비서관 언행은 (그간의 행보로 볼 때) 놀랍지 않지만, 그 많은 양심적 문화 예술인들이 침묵하는 게 괘씸하다"고 했습니다. "이번 화보 때문에 청와대 권위가 무너져 불쾌했다"고 주장하는 독자도 있지만 "탁 전 비서관이 청와대에 지나치게 집착한다"고 비판하는 독자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노 작가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영상을 통해 만나보세요.
청와대라는 곳이 이런 식으로 외국 잡지사 이윤추구에 놀아나는 공간이 아니라는 겁니다. 저는 이번 잡지 사진 보고 매우 기분이 나빴습니다. 청와대라는 권위를 이렇게 무너뜨리려는 시도에 분노합니다. (poet***)
A : 이게 일반적인 주장인데요. 영화 '마지막 황제'(1988)는 중국 자금성에서 찍었잖아요. 돈을 버리려고 만든 건 아닐 테니까 당연히 영화사 이익을 위해서 찍은 거겠죠. 과거 왕조 시대 궁궐도 충분히 여러 문화적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또 그 문화 활동을 통해 돈을 벌 수도 있습니다. 과거 왕이 살았던 경복궁에 지금은 누구나 한복 입고 들어가서 사진 찍고 노는데, 청와대라고 무엇이 그렇게 달라야 하는지 오히려 되묻고 싶습니다.


Q : 언제부터 겨우 패션 잡지를 예술계의 창조성과 연관시키는지. 옷 만들어 디자인해서 팔려는 디자이너가 예술인이냐. (lex4***)
A : 디자이너는 예술인이 맞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입는 패스트 패션과 다릅니다. 옷을 통해 사람을 바라보고,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영역까지 나아가는 게 디자인입니다. 명백한 예술의 한 장르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옷에 대한 인식이 참 박한 것 같아요. 세상에 어느 나라가 하이클래스 패션을 이렇게 낮게 대접합니까?


Q : 문화재에 대한 존중 자체가 한국인은 없다. 그러니 유럽 여행 가서 단색의 등산복 입고 문화재를 관람하는 것이다. (flyd***)
A : 문화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방식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손댈 수 없는 신성한 대상으로 만들어서 천연기념물 다루듯이 하는 거죠. 두 번째는 생활 속에 녹아드는 무언가로 흡수해버리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청와대든 경복궁이든 서울 한복판에 있으니 첫 번째 방법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러면 이제 이것들을 어떻게 우리 일상 속의 공간으로 바꿔서 21세기 대한민국의 문화적 자산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Q :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궤변에 쩔쩔매는 문화재청장은 도대체 무엇하는 인간인가요? 얼마든지 정정당당하게 설명하여도 될 사안이 아닌가요? (djyo***)
A : 문화재청이 여태까지 '이거는 우리의 문화재와 맞지 않고…' 이런 식으로 훈계하고 전통 감별사 같은 역할을 하면서 우리 사회 전통에 대한 인식을 퇴행시켜온 책임이 있죠. 전통을 어려운 거로 생각하게 하고, 특히 조선 후기의 무언가는 복원해야 할 대상으로만 삼게 했으니까요. 이제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문화재가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에 대해 문화재청이 더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Q : 언론들 정신 차려라. 무시하면 사라질 놈 스포트라이트 그만 비추고. (jwek***)
A : 그럴 리가요. 여러분이 여태까지 탁 전 비서관 무시해왔는데, 사라졌습니까? 오히려 더 기세가 등등하잖아요. 지금 보수 여러분은 문화라는 영역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면, 계속 지고 있는 거예요. 무시는 답이 아니라고 봅니다.


Q : 나도 탁현민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걸 가지고 좌파니 우파니 예술인의 침묵이 적절치 않느니 하는 것도 좀 너무 멀리 갔다고 생각한다. (tung***)
A : 좌파 우파 할 거 없이 이런 상황에서 예술인의 침묵은 적절치 않습니다. 예술은 속세 정치를 뛰어넘어 어떤 중립지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할리우드의 유명 우파 성향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진보 성향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는 것처럼요. 예술가 본인이 좋아하는, 혹은 싫어하는 정치인이 있는 것과는 별개로 예술이라는 가치 자체가 공격을 받을 때는 한목소리로 한마디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번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한 사람이 있었다면 저는 이 글을 쓰지 않았을 겁니다.


Q : 청와대 개방을 일제시대 창경원에 갖다 붙이는 인물은 심각하게 정신적 기능 불량으로 보여집니다. 그런데 문화예술계에서는 '또 정치판에서 시끄럽게 구는구나'하고 아예 무시하고 상대하지 않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mis0***)
A : 문화예술계의 침묵을 이렇게 이해해주면 더불어민주당 손을 들어주는 것과 같습니다. 만약 민주당이 여당인 상태로 청와대를 이전한 상황인데 보수가 탁 전 비서관이 하듯 반발했다면 아마 온갖 문화예술인들이 들고일어나 서명하고 시위하고 퍼포먼스하고 있었을 거예요. 지금 본인들 민망하니까 가만히 있는 건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무시가 답이 아니에요.
노정태의 원 픽(PICK)
탁현민은 왜 그리 청와대에 집착하는지? 문재인으로부터 하사받은 줄~ 대한민국 국민이 주인인 청와대를 누리고 즐기면 되지. (pwck***)

적잖은 분들이 이번 사안을 놓고 '대통령의 권위가 훼손됐다'거나 '대한민국의 권위가 훼손됐다'고 말씀하시는데요. 대통령의 권위는 선거로 부여되는 것이지, 청와대라는 공간이 제공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탁 전 비서관이 청와대에 집착하는 이유는 '탁현민'으로 대표되는 그 세대 문화 창작자들이 보수 정당을 공격적으로 싫어해서라고 봅니다. 권위주의에 반감을 가진 세대가 오히려 권위주의에 끌리는 경향인 거죠.




노정태(c_projec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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