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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1970년대 모스크바 대사관 극초단파 노출 알고도 쉬쉬"

조지워싱턴대, 정보공개법으로 1967∼1977년 외교 뒷얘기 공개 "대통령·국무장관까지 나서서 소련에 항의…직원들엔 위험성 은폐"

"미, 1970년대 모스크바 대사관 극초단파 노출 알고도 쉬쉬"
조지워싱턴대, 정보공개법으로 1967∼1977년 외교 뒷얘기 공개
"대통령·국무장관까지 나서서 소련에 항의…직원들엔 위험성 은폐"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1975년 12월 9일 당시 미 국무장관이던 헨리 키신저는 옛 소련 방문을 앞두고 다급하게 전화 한통을 걸었다.
상대는 미국 주재 소련 대사였다.
키신저는 "당신들이 모스크바에 있는 우리 대사관에 전파를 쏘고 있죠?"라고 다그치며 "내가 거기 가기 전에 아마도 그걸 꺼줄 수 있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15일(현지시간) 미 조지워싱턴대 산하 국가안보기록문서관(NSA)은 정보공개법(FOIA)으로 나온 자료를 토대로 이른바 '모스크바 신호'(Moscow Signal)를 둘러싼 미국과 소련의 외교 뒷얘기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1967∼1977년에 걸쳐 미 당국자들은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에 소련이 매일같이 극초단파를 쏘는 것을 중단해달라고 항의했다.
하지만 정작 극초단파에 노출된 미 대사관 직원들에게는 이를 은폐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고위급 당국자들까지 나서서 극초단파를 꺼달라고 소련에 요구했다는 첫 언급은 1967년 6월 나왔던 것으로 기록됐다.
이 극초단파는 대사관 벽에 숨겨진 장치와 연관됐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최근 들어 해외 주재 미 외교관과 정보요원들이 의문의 신경계 질환으로 숨지는 이르나 '아바나 증후군'과 연계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아바나 증후군은 현기증과 두통, 피로, 메스꺼움, 인지 장애 등을 동반하는 원인 미상의 질환으로 2016년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처음 보고됐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아바나 증후군 조사를 벌여왔지만 그간 유력하게 의심해 온 중국이나 러시아의 극초단파 공격설을 뒷받침할 증거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조지워싱턴대 NSA는 "모스크바 신호를 둘러싼 과거가 최근 몇달 동안 아바나 증후군의 전례일 가능성을 놓고 새삼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항의에도 당시 극초단파는 오히려 확대되고 강해졌으며, 1975년에는 제럴드 포드 당시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미 우리 대사관 직원 1명에게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켰을 수 있다"고 경고 서한을 보냈다.
가디언은 포드 대통령이 언급한 대사관 직원이 당시 백혈병이 발병했다가 10년 전 백혈병으로 사망한 월터 스토셀 대사였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소련 측은 미 대사관 근처의 전자파가 "산업적으로 유래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런 위험성이 언급됐지만 정작 미 대사관 직원들은 이에 대해 듣지 못했으며, 이는 언론에 유출될 우려, 미국과 소련간 무기감축 협상에 차질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NSA는 짚었다.
백혈병으로 숨진 미 대사 사례도 그대로 묻혔다.
키신저 전 장관은 이를 농담거리로도 삼았다고 NSA는 전했다.
그는 자신의 모스크바 방문을 앞두고 극초단파를 꺼달라고 소련 대사에 요구하면서 "당신들이 내게 방사선 치료를 해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는 것이다.
NSA는 "그는 잠시 농담을 하면서도 그것이 웃을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고 지적했다.
newglas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신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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