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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공산주의자" 고영주에 손배 요구한 文...대법서 패소했다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고 발언해 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지난 2020년 6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공산주의자” 발언에 대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직접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대법원은 고 전 이사장 발언은 의견 표명일 뿐, 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사실 적시라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앞서 고 전 이사장은 지난 2월 같은 발언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 형사 재판에서도 무죄를 확정받은 바 있다.

16일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고 전 이사장이 문 전 대통령에게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한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한다고 밝혔다.

고 전 이사장은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인 2013년 1월, ‘애국시민사회진영, 2013년 신년 안보 결의 신년하례회'에 참석해, 당시 대선에서 낙선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언급했다. 부림사건 당시 검사와 변호사로 만난 인연을 설명하던 고 전 이사장은 연설 말미에 "저는 문재인 후보도 공산주의자이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는 적화되는 건 그야말로 시간문제라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진짜 우리나라가 지금 적화를 면할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고, 그 일에 앞장 서주신 여러분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습니다."라고 마무리했다.

2015년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이 발언으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고 전 이사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문 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은 문 전 대통령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하기 충분한 명예훼손적 발언이라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이 체제전복 활동을 한 범죄자들을 변호하고, 참여정부 때는 자신과 반대되는 사람들에 대해 공정하지 못한 인사를 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부분 등을 예로 들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판결을 뒤집었다. 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라고 보기 어렵고, 고 전 이사장이 자신의 경험을 통해 느낀 의견과 입장을 표명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의 의미와 발언 당시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어느 한 개인이 공산주의자인지에 대해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징표가 존재하지도 않을뿐더러, 판단하는 사람에 따라 평가가 상대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일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이 북한과 연관 지어 사용된다고 해도,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인 기본질서를 위협할 수 있는 구체적인 언급이 더해지지 않는 이상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도 고 전 이사장이 '사유재산제도 부정 등 공산주의 체제의 핵심적인 내용을 주장하거나 북한 체제를 지지하고 추종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문 전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지칭했는지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우리나라가 적화될 것을 확신했다"는 내용 역시 고 전 이사장이 정치적 상황에 대한 자신의 개인적인 견해를 축약적으로 밝힌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문 전 대통령이 당시 공적 인물이었던 만큼, 이 사건 발언도 "공적 인물이 가진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견 교환과 논쟁을 통한 검증 과정의 일환"이라고도 봤다. "문 전 대통령의 사회적 평가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만을 부각해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고 전 이사장은 이 발언으로 인해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재판에도 넘겨졌다. 지난해 9월 대법원은 처벌을 할 수 없다고 봤고, 파기환송심을 거쳐 올해 2월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은 형사판결의 취지와 동일한 판결"이라며 "공적 인물에 대한 평가나 비판이 옳은지 그른지는 사회적 공론의 장에서 이뤄져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오효정(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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