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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국민 입 막은 마스크…'자유' 강조하던 尹정부 아이러니 [박한슬이 고발한다]

지난 9일 서울역에서 시민에게 마스크를 나눠주는 한덕수 국무총리. 배경은 싸이의 '흠뻑쇼'를 즐기기 위해 운집한 시민들. 그래픽=차준홍 기자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벌써 100일이 더 지났습니다. 두 번의 후보자 낙마로 난항을 겪던 보건복지부 장관 자리도 드디어 채워져 정부 운영의 기틀이 잡혔습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가 끝났는지 체감되지 않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종종 나옵니다. 3년째 전 국민의 입을 막고 있는 마스크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문재인 정부의 방역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집권 후엔 과학 방역을 토대로 한 시민 자율 방역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는데, 왜 아직도 실내마스크 의무착용 규제를 풀지 않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적지 않습니다. 마스크를 대체 언제까지 써야 하나요?
13일 미국에서 열린 에미상 시상식. 실내 행사인데도 거의 모든 참석자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AP=연합뉴스]
마스크 벗은 선진국, 아직 쓰는 한국
한국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코로나 19의 거친 파고를 잘 넘긴 편입니다. 공식적인 코로나 사망자는 2만 7000여 명.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46%가량인 2400만 명이 코로나에 감염됐으니 확진자의 0.11%만 사망하는 정도로 잘 막아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오판으로 초기 백신 도입이 늦어져 희생자가 늘어난 점은 뼈아프지만, 백신과 치료제 도입 전까지의 공백을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의무화로 막아낸 셈입니다. 지금은 문재인 정부 당시와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백신과 치료제가 없어 전 국민에게 강력한 일상 통제를 가해야만 했던 비정상적 상황을 새 정부가 슬그머니 이어받고 있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문제입니다. 자유 민주주의를 표방한 선진국 중 일상에서 마스크를 강제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미국은 2019~2021년 사이에 평균수명이 무려 2.7년이나 감소할 정도로 코로나 영향을 강하게 받았지만, 이미 지난 4월 실내외 마스크 의무화 조치를 철회했습니다. 영국은 앞서 1월에 마스크를 포함한 모든 방역 조치를 해제했고, 독일과 프랑스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을 뿐 실내에서는 시민 자율에 맡기고 있습니다. 코로나 대유행을 겪으며 10년 만에 처음으로 평균수명이 감소한 이웃 나라 일본도 마스크 착용은 권장 사항입니다.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지 않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전체의 평균수명이 0.5년 감소하는 와중에 되레 평균수명이 증가한 한국에서 아직도 마스크를 의무화하고 있는 건 분명 과도한 통제입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평균수명이 줄었지만 한국에선 오히려 늘었다.
물론 강력한 방역 정책을 유지하는 국가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나라가 중국입니다. 중국은 아직도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정말 순수하게 방역을 위한 것일까요. 심지어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선 방역보다는 국민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하는 당 대회에 앞서, 국가 전체를 긴장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겁니다. 대통령 취임 후 첫 광복절 축사에서 33회나 ‘자유’를 강조했던 새 정부의 모습이 국민 눈엔 서구 선진국보다 중국에 더 가까워 보이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은 내 자유가 제한되더라도 정부의 강압적 방역 방침에 기꺼이 협조하던 초기와는 다릅니다. 저는 신천지 발 국내 첫 코로나 대유행이 발생할 즈음 그 중심지였던 대구에 있었습니다. 정부의 거리두기 조치에 거리는 텅 비었고, 비닐장갑에 보안경까지 착용하고 버스를 타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공포감이 컸습니다. 지금은 많이 다르지 않습니까? 백신 접종률이 오래전에 87%를 넘어섰고, 먹는 치료제는 물론 국산 백신까지 개발됐습니다. 게다가 3년이나 고강도 거리두기에 시달리다 보니, 시민의 인내심이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그런데도 새 정부 총리는 명절 귀경길에 시민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주는 등 이미 시효를 다한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만 집착하고 있습니다.
마스크 착용 안내문이 붙어 있는 서울의 한 식당 입구. 식당이나 카페에 들어갈 때 잠시 마스크를 쓰고 자리에 앉은 뒤에는 바로 벗는 게 일상화됐다. [뉴스1]
보여주기 방역 상징 마스크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 보면 허울만 남은 마스크 의무화의 실체를 알 수 있습니다. 실외에선 마스크를 꼭 쓸 필요가 없기에 밖에선 마스크를 벗고 있다가, 식당에 들어가기 직전에야 다들 서둘러 마스크를 착용합니다. 그렇게 식당 입구를 지나 자리에 앉으면 동석자들이 거의 동시에 모두 마스크를 벗습니다. 실내마스크 강제로 얻는 효과는 실질적으론 식당 입구부터 식탁까지, 길어야 한 3m뿐인 겁니다. 음식점뿐만이 아닙니다. 사무실 같은 종일 보내는 공간에서도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점점 줄고 있습니다. 사회적 교류가 많은 사람은 이미 한 번 정도는 다들 코로나에 감염되기도 했거니와, 백신을 맞은 사람 중에선 사망에 이를 정도로 악화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걸 직간접 경험으로 이미 확인했으니 다들 적당히 양해하고 사는 겁니다.

물론 마스크 착용으로 얻는 감염 전파 억제 효과는 분명 존재합니다. 코로나 대유행 기간 수많은 연구가 이를 증명했고, 마스크 착용률이 높았던 동아시아 국가들의 상대적 ‘선방’이 이를 방증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그것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잘 착용할 때나 볼 수 있는 효과입니다.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마스크를 쓰고 벗는데,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혹시 정부는 이런 식으로라도 형식상의 규제를 유지하고 있으니 할 일을 다 했다는 면피라도 하려는 걸까요. 그런데 이마저도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이번 정부 들어 방역 예산은 대폭 줄었습니다. 중증화 위험이 큰 고령층에 대한 모니터링과 중환자 병상 확보 등의 조치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약국에서 감기약이 동나 제때 약을 못 구하는 것도 여전합니다. 그런데도 정말 마스크만 붙들고 있는 겁니다.

대통령님, 국민은 바보가 아닙니다. ‘자율 방역’이라는 말만 던져놓고 실제로는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길을 다 닫아놓으면 국민은 금세 이게 이상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대통령님은 대선 즈음,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책으로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를 꼽으셨던 거로 기억합니다. 이제라도 국민에게 선택할 자유를 주십시오.



박한슬(c_projec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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