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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러 패권 경쟁 속 인도 '마이웨이'…非동맹 아닌 多동맹

쿼드부터 SCO까지 '광폭 행보'…미국은 물론 중·러와도 군사훈련 러시아산 원유 수입 등 경제서도 철저히 국익·실용주의

미중러 패권 경쟁 속 인도 '마이웨이'…非동맹 아닌 多동맹
쿼드부터 SCO까지 '광폭 행보'…미국은 물론 중·러와도 군사훈련
러시아산 원유 수입 등 경제서도 철저히 국익·실용주의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쿼드(Quad)에선 미국, 일본 정상과 악수 그리고 상하이협력기구(SCO)에선 러시아, 중국 정상과 회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몇 달 간 보여주고 있는 글로벌 행보다.
최근 미국, 중국, 러시아가 치열한 패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인구 대국' 인도의 외교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정치·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진영을 넘나드는 독특한 '마이웨이 외교' 노선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에서는 국익과 실용주의를 앞세운 인도가 전통적 비동맹 노선이 아닌 '다자동맹'(multi-alignment), '전부동맹'(all-alignment) 외교를 펼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 과거엔 비동맹 리더…지금은 폭넓은 스펙트럼

인도는 전통적으로 비동맹 외교 노선을 견지한 것으로 유명한 나라다.
미국과 구소련이 주도하던 냉전 시대에 어느 진영에도 속하기를 거부한 채 제3 세계 국가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특히 1955년 반둥 회의로 촉발된 비동맹 운동의 좌장 노릇을 하며 국제정치의 한 축을 담당했다.
하지만 지금의 인도는 단순히 비동맹주의 국가로 정의되기엔 과거와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1997년에는 벵골만기술경제협력체(BIMSTEC) 설립을 주도, 남아시아 지역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BIMSTEC는 인도, 태국, 방글라데시, 미얀마, 스리랑카, 네팔, 부탄 등 벵골만에 인접한 7개국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아울러 인도는 중국과 러시아가 영향력 확대의 발판으로 삼고 있는 브릭스(BRICS), SCO의 회원국이기도 하다.
동시에 '중국 견제' 목적이 강한 것으로 평가받는 안보 협의체 쿼드에도 미국, 일본, 호주와 함께 속했다.
지난 5월에는 역시 미국이 주도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선언하기도 했다.
또 인도는 이스라엘, 미국, 아랍에미리트(UAE) 간 협의체인 I2U2의 멤버이자 주요 20개국(G20) 회원국이다.
가입한 국제 협의체의 다양한 성격만 놓고 볼 때 인도의 정치 색채는 그야말로 폭넓은 스펙트럼을 띠고 있다.
인도 일간 더 힌두는 "인도는 그런 모든 집단의 한 부분으로써 교차로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고 평가했다.



◇ '앙숙' 중국부터 쿼드 회원국까지 군사 협력

인도의 군사 부문 행보를 살펴보면 이런 상황이 더욱 두드러진다.
1962년 국경 문제로 중국과 전쟁을 치른 인도는 2020년 다시 국경에서 충돌한 후 중국이라면 치를 떠는 나라로 여겨진다.
2020년 충돌 후 인도에서는 중국산 제품 보이콧 목소리가 커졌고, 정부는 중국 기업과의 계약 파기와 수입 규제 등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도는 이달 초 러시아가 주도하고 중국 등이 참여한 다국적 군사훈련 '보스토크(동방)-2022' 훈련에 군 병력을 파견했다.
공군과 해군이 빠진 채 소수의 육군 병력을 보내긴 했지만 이들이 '앙숙' 중국군과 함께 훈련에 참여한다는 점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인 결정이다.
더힌두는 "인도는 이번 훈련 참가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관계를 지속하겠다는 점, 국제 위기 속에서 균형을 찾겠다는 점, 중국과도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점 등의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도는 미국의 제재 위협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제 첨단 방공미사일 S-400도 도입해 배치하고 있다.
물론 인도는 최근 밀착 강도를 높인 쿼드 회원국과도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2020년 11월과 2021년 10월에는 '앞바다'인 인도양에서 쿼드 4개국이 참여한 합동 군사훈련 '말라바르'을 실시하기도 했다.
오는 10월에는 북부 우타라칸드주 스키 휴양지 아우리에서 미국과 고지대 전투 훈련에 초점을 맞춘 연합훈련을 한다.
아우리는 인도와 중국 간 사실상의 국경인 실질 통제선(LAC)으로부터 약 95㎞ 떨어진 곳이다. 이번 훈련은 18년째 진행하는 연례 합동군사훈련 '유드 압하스'의 일환이다.
인도는 또 최근 호주에서 열린 다국적 연합훈련 '피치블랙'에 공군을 파견했고, 지난 11일부터는 벵골만에서 일본 해상자위대와 연합 훈련을 벌이고 있다.



◇ 경제서도 독자 행보…IPEF선 무역 협상 불참키도

경제 부문 곳곳에서도 인도는 독자 행보를 걷고 있다.
우선 인도는 서방의 우려 속에서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확대하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2위의 원유 수출국이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미국 등의 제재로 인해 판매에 어려움을 겪자 각국에 할인된 가격으로 원유 판매를 제안했고 인도가 이에 흔쾌히 응한 것이다.
원유 수입의 80%를 수입에 의존하는 인도는 제재 동참이라는 '명분'보다는 국내 물가 안정이라는 '실리'를 택한 것이다.
인도는 주요 7개국(G7)이 결정한 러시아산 원유가격 상한제 참여에도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러시아는 과거부터 인도와 깊은 우호 관계를 이어온 데다 러시아산 무기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현실적인 이유 등이 러시아를 외면하지 못한 이유로 분석된다.
인도는 미국 등의 요청으로 IPEF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역시 자신만의 목소리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인도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IPEF 장관회의에서 무역 부문 협상 불참을 선언했다.
무역은 공급망, 청정경제, 공정경제 등과 함께 IPEF의 핵심 4대 의제 중 하나다.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은 인도 국민과 기업에 가장 이익이 될 수 있도록 협상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인도는 '세계 최대 FTA'로 불리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경우 협상 초기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2019년 11월 최종 타결 직전 불참을 선언하기도 했다.



◇ 경제·외교서 커지는 '체급'…"위험 분산 위해 파트너 고르지 않아"

이런 행보는 인도의 정치·경제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과 맞물려 더욱 주목된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의 자체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인도의 GDP는 명목 기준으로 8천547억 달러를 기록, 영국(8천160억 달러)을 넘어섰다.
인도 국영 스테이트뱅크오브인디아(SBI)는 인도의 GDP 규모가 2027년에는 독일, 2029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3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2000년만 하더라도 인도의 GDP가 한국보다 낮은 세계 13위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드러진 성장세다.
인도 경제는 구매력평가지수(PPP) 환산 기준으로는 이미 세계에서 3번째라는 분석도 나온다.
인도는 올해 2분기에서 경제 성장률 13.5%를 기록, -0.6%(잠정치)와 0.4%에 그친 미국이나 중국보다 훨씬 나은 성적도 거뒀다.
인도 경제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에서도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실제로 애플은 인도에서 아이폰14 조립 일부를 계획하는 등 중국의 생산 설비 상당 부분을 인도로 옮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부문에서도 인도는 내년 9월 수도 뉴델리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하는 등 '체급'을 올리고 있다.
경제·외교 등 여러 부문에서 중국 대신 '세계의 엔진'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엔진의 연료는 다자동맹이 될 전망이다.
S.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부 장관은 위험 분산(헤징)은 오늘날 펼쳐지는 게임의 이름이라며 "인도는 전 세계의 파트너 사이에서 누구를 고르지 않고 다자동맹 또는 전부동맹이라는 특유의 브랜드를 위해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김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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