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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Zoom 으로 만납니다.”

지구 여기저기에 흐트러져 사는 저희 식구입니다. 펜데믹 덕분인지 대충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길어지니 아이들이 많이 보고 싶습니다.
 
이 엄마, 아빠가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는 뒷전에 아이들에게도 어떤 변화가 보이는 모습과 느낌에 선 듯 제 가슴이 움츠려집니다. 무엇에 움츠림인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아이들에겐 제 생각이나 느낌과는 전혀 다른 현실에 돌진하는 그 모습이 이 엄마 마음에 어딘가 아주 힘들어보여서일까요? 생각해 보면 우리도 그렇게 살았지요! 이제 우리에겐 그때를 잊으라 하는 하늘의 명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늙었단 말이 싫지요! 실제로 기억력이 급속도로 감소하는 나 자신을 확연하게 느끼면서도 겸손하게 받아드려야 한다고 조용히 저 스스로 타이르곤 합니다.
 
일요일 오전 여덟시 Zoom 문이 열렸습니다. 하나는 저녁 시간, 저기는 아침 시간, 바다 건너는 잘 시간, 온통 다르고 피곤해 보이는 아이들과의 만남입니다. 큰아이가 오늘 모임에 숙제를 냈습니다. “각자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가족여행…? 을 회고하라는 명령이었습니다. 추억을 짜내느라 밤잠을 설칩니다. 제 머리에는 온갖 것이 스쳐 갔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눈을 뜨니 흐릿한 영상만이 아물거립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족히 가족휴가란 것이 뚜렷하게 있었던가? 의심스러웠습니다. 그래도 엄마로서 숙제는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으로 한 가지 찾아낸 것이 북쪽으로 올라가 페리를 타고 건넜던 섬(Block Island)으로 돌아가 보았습니다.
 
다섯살 터울로 태어난 성격도 가지각색인 세 아이에 속마음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던 기억 속에서 ‘두려웠다, 맛있었다’를  골라보았습니다.
 


블랙베리 넝쿨 속에 차를 몰고 들어가 실컷 따먹다가 길을 잃었습니다. 공포 속에 좁다란 가시넝쿨 사이를 뚫고 길을 찾아 나가야 했습니다. 우리 자가용에는 온통 그럴싸한 무늬를 그려가며 힘겹게 탈출했던 탐험대였습니다. 덕분에 저녁 식사는 랍스터로, 마음 졸였던 가슴을 달래기로 했습니다.
 
뒤뜰 큼직한 냄비 속에 랍스터 다섯 마리, 그 위에 껍질을 반쯤만 벗긴 옥수수 5개를 올리고 맥주 두 깡통을 뿌리곤 장작불을 지폈습니다. 순서를 제 머리에 얌전히 넣었습니다. 가족이 참으로 맛있게 먹었던 랍스터  요리였습니다. 집에 돌아와 실습도 했습니다. 아들과 아빠는 발버둥 치는 바닷가재를 다루느라 열중! 어린 막내는 살아있는 랍스터를 잡아먹는다고 통곡, NYU 영화과 일년생 큰 아이는 작품 찍기에 바쁩니다. 그리하여 현장 다큐멘터리 필! 큰아이의 작품이 만들어졌습니다. 또한 이 레시피는 귀한 손님이나 때로는 아이들을 먹이고 싶을 때 가장 쉽고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그래서 생색을 내는, 식당보다 저렴하고 손쉽게 주목을 받는 제 특선 밥상이 됐습니다.  
 
나이가 층지는 아이들을 데리고 휴가를 간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보니 그런대로 얻은 것이 있었고 배운 것도 많았다고 추억이 말해줍니다. 후회보다는 짧은 여행이라도 어떤 추억거리가 될 수 있고 어떤 점에서라도 삶에 에너지 보탬이 되었고 그 경험에서 지혜를 얻을 수 있는 배움의 터가 거기에 있었다고 아이들에게 말해 주고 싶었습니다.

남순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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