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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가 수출 늘려 활황? 이 공식 안 통한다…日경제 비명, 왜

"환율이 올해 안에 달러 당 140엔대까지 갈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로 물류 비용이 올랐지만 가격 인상을 안 하고 버텼는데, 이제 한계네요."

일본 지바(千葉)현에서 직원 30명 정도의 식품업체를 운영하는 니시무라(가명)씨는 요즘 환율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이 회사 생산품 원재료의 절반 이상은 수입품으로,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그만큼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 그는 연료비 상승에 엔저(円低) 가속화로 "연내엔 상품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안전자산이던 일본 엔화 가치가 미일 금리 격차 확대 전망과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라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엔화 환율은 6일 1달러=142엔대까지 떨어져 24년 만에 최저치를 다시 경신했다. 사진은 지난 3월 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는 모습. 연합뉴스

외환 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의 가치가 올해 들어서만 20% 떨어지는 등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일본 기업과 가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엔저가 수출을 촉진해 기업 이익 증가 및 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는 '공식'은 이미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2000년대 말 엔고(円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제조업체 상당수가 생산 기반을 해외로 이전한 탓이다. 달라진 환경 속에서 엔저는 일본 물가 상승을 촉진하고 기업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줘 경기를 더욱 얼어 붙게 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업 3.2%만 "엔저, 경영에 도움"
엔저 상황이 대기업들의 경상수지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분석에 따르면 내년 3월까지 달러당 140엔대가 유지될 경우, 상장기업들의 연간 경상이익은 8%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도요타자동차의 경우 달러대 엔화 가치가 1엔 떨어질 경우 연간 영업이익이 450억엔(약 4300억원)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엔저에 따른 일본 수출 기업의 이익 증가 폭은 20년 전에 비해 절반 가까이로 줄었다. 야마토 증권 분석 결과 달러당 엔화 가치가 1엔 하락할 경우 2000년에는 기업의 경상 이익이 0.7%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지만, 현재는 0.4%에 그친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엔고에 대한 대책으로, 수출 대신 해외 생산을 택한 기업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혼다는 2010년대부터 미국 오하이오와 멕시코 공장 가동을 대폭 늘렸고, 현지에선 달러 기준으로 원자재를 조달한다. 혼다의 경우 달러 대비 엔 가치가 1엔 떨어지면 2000년대엔 이익이 200억엔 증가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증가폭이 120억엔까지 줄었다. 소니 등 전자업체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엔저로 인해 일본의 한 연구소는 일본이 세계에서 애플 아이폰이 가장 싼 나라가 됐다는 조사 연구를 발표하기도 했다. 사진은 긴자에 있는 애플 매장. 사진 김현예 도쿄 특파원

대신 엔저 상황에서 원재료를 수입해 상품을 생산하는 내수 기업들의 비용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도쿄상공리서치가 8월 1~9일 일본 내 기업 5907곳을 조사한 데 따르면 "엔저 시장이 경영에 마이너스(-)" 라고 답한 기업이 전체의 48.7%로 절반에 달했다.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답한 기업은 3.2%에 머물렀다.

김명중 닛세이 기초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일본의 무역수지는 수입 금액이 수출 금액을 상회해 지난 8월 기준 1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엔저가 가속화하면 일본 경제 전체에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닛케이 분석에 따르면 1달러가 80엔에서 140엔으로 떨어졌던 1995~1998년엔 엔화 가치가 1엔 하락하면 TV나 자동차 업체 이익이 늘어 연 970억엔의 무역 흑자를 가져왔다. 그러나 2011~2015년 엔저 국면에선 연 160억엔의 적자로 돌아섰고, 2016년에서 현재까지의 기간에는 엔화 가치가 1엔 하락할 경우 일본의 무역 적자는 연간 약 7000억엔으로 늘어나게 된다.

편의점도시락 15%, 햄버거도 10% 올라
엔저의 더 큰 위협은 물가 상승이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지난 7월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 올라 4월(2.1%)-5월(2.1%)-6월(2.2%)에 이어 4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주요국의 물가 상승률과 비교하면 아직 낮지만 주로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 급등해 소비자들의 체감도는 상당한 수준이다.

지난 봄부터 편의점 도시락 가격 등이 15%까지 오른 데 이어 9~10월에는 제과업체와 주류업체들이 상품 가격을 5~20% 인상한다. 전자업체 파나소닉도 9월부터 17품목 가격을 최대 33%까지 올린다고 발표했다. 제국데이터뱅크가 주요 식품업체들을 조사한 결과 9월에는 2424품목, 10월에는 6532품목의 가격이 오른다.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 업체들도 연내 5~10%씩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에 따른 가계 부담 증가가 결국 소비 둔화, 경기 악화로 이어질 것을 경고한다.

엔화 가치는 점점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 정부나 일본은행은 유효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일본 재무상은 지난 7일 엔화가 달러당 144엔까지 오르자 "(이런 움직임이) 계속된다면 필요한 대응을 하겠다"고 구두 개입했다. 하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환율 안정을 위해선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필요하지만 미국의 동의를 얻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일본은행은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을 위해 저금리 및 금융 완화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거듭 밝혔다.

현재의 엔저 상황이 일본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단기적으로 판단하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경제학자 혼다 유조(本多佑三) 오사카학원대학 교수는 13일 닛케이에 "세계적인 자원·식품 가격의 상승에 따른 일본의 물가 상승과 엔저가 동시에 일어나는 상황"이라 설명하면서 "엔저가 일본의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시간차가 수반되므로 주의 깊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3일자에서 "엔저로 대기업 제조업체의 이익이 늘어나는 것은 틀림없지만, 전력이나 가스, 생활필수품의 가격이 줄줄이 올라 그 고통이 일본 전체로 퍼지게 될 것"이라 우려하면서 "현재 정부는 손을 쓰고 싶어도 움직일 방법이 없는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이영희(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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