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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남노 할퀸뒤 쓰레기 1만t 쌓였다…"악몽 같다" 포항마을 눈물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물난리가 난 경북 포항 대송면 제내리. 생활쓰레기가 길에 쌓여 있다. 포항=백경서 기자
포항 주민 "이런 물난리 평생 처음"
“집안에 진흙을 모두 치우고 지금은 이불을 깔고 생활하고 있어요. 이 동네에 40여 년 살았지만, 이런 물난리는 처음입니다.”

13일 오후 경북 포항 대송면 제내리에서 만난 주민 홍모(77)씨가 한 말이다. 이날 홍씨는 비에 젖은 가재도구를 꺼내 길가에 내놓고 있었다.

홍씨는 “태풍이 오던 날 밤, 무릎까지 물이 차서 급하게 밖으로 나왔다”며 “길 건너 대송초등학교로 대피하려고 했는데 골목길에서 물살이 쏟아져 나와 건널 엄두가 안 났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홍씨는 “밖에 나와 있던 마을 사람들이 도와줘서 원룸 2층 계단에서 버텼다. 그날부터 지금까지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주민 상황도 비슷했다. 한 주택에 들어서니 자원봉사자들이 진흙더미가 된 가재도구를 빼내고 있었다. 비어가는 집안을 보던 70대 주민은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포항시에 따르면 대송면에는 지난 5∼6일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453㎜의 비가 내렸다. 6일 오전 1시부터 6시까지 5시간 동안에만 338㎜가 쏟아졌다. 이번 폭우로 1135가구 2001명이 사는 대송면 제내리가 약 90% 이상 침수 피해를 봤다. 인근 마을에도 약 80가구가 침수됐다.

마을 칠성천 범람으로 피해 커
주민들은 마을을 관통하는 칠성천(지방하천)이 범람해 피해가 컸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마을은 칠성천 제방보다 저지대여서 침수에 취약한 구조라고 한다. 한 60대 주민은 “태풍이 온다고 하길래 칠성천 물이 동네 저지대로 넘치지 않게 하려고, 주민들이 둑 주변에 제방을 쌓았는데 속수무책이었다”고 전했다.
지난 6일 오전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 칠성천 남성교 인근 도로와 주택가가 침수됐다. 연합뉴스.
포항시에 따르면 집안 가재도구 등이 물에 젖어 못 쓰게 되면서 처리해야 하는 생활 쓰레기가 제내리 일대에만 약 1만t 발생했다. 실제 대송초등학교 인근 골목에는 냉장고·가스레인지·옷장 등 쓰레기 더미가 쌓여있었다. 포항시가 추석 연휴 내내 트럭 40여 대를 투입하고 해병대와 자원봉사 도움을 받아 폐기물을 치우는 등 응급복구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전국서 자원봉사 손길
자원봉사자들도 구슬땀을 흘리며 피해 복구에 힘을 쏟고 있다. 이날 제내리에는 해병대, 안동새마을부녀회, 포항새마을회, 포스코건설봉사단 등 자원봉사자들이 정리에 나섰다. 안동새마을부녀회에서 왔다는 고덕자(64)씨는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진흙이 마을을 뒤덮은 정말 참담한 상황이었다”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고 말했다. 이상해(66) 포항새마을회장은 “추석 연휴 동안 쓰레기를 정리했는데, 정말 총칼 없는 전쟁터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상황을 전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2일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 일대에서 해병대 장병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태풍 '힌남노' 피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물난리가 난 경북 포항 대송면 제내리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진흙이 묻은 옷을 빨고 있다. 포항=백경서 기자
이날 제내리의 한 유니폼 공장에서는 진흙이 묻은 파란 유니폼을 세탁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유니폼 공장 관계자는 “자원봉사자분들이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면서도 “당장 납품하기로 한 옷들을 못 쓰게 돼 막막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폐기물 처리와 세척 등을 맡을 인력과 장비, 침수된 주택 보일러를 수리하고 벽지를 도배할 인력 등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폭우로 지하주차장에서 7명이 사망하고 2명이 생환한 포항 남구 인덕동의 아파트도 이날 배수 작업 등 피해 복구가 한창이었다. 아파트 입구에는 “냉장고(필수) 외 전기는 절약해서 사용하세요”, “조금만 더 힘내세요” 등의 글귀가 붙어 있었다. 입구에서 만난 주민들은 “이제 임시로 전기가 들어오긴 한다”면서도 “아직은 막막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9일 오전 경북 포항 남구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 사고 현장에서 주민과 해병대 장병, 한국전력 직원 등이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포항. 수해 피해액만 2조원"
포항시에 따르면 태풍 ‘힌남노’로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대송면을 중심으로 오천읍·동해면 등 남구 지역 대다수의 읍면지역을 비롯해 도심 곳곳에서 대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잠정집계 결과 1만4000여 곳에 이르는 도로와 주택·상가가 침수됐다. 또 8000여 대의 자동차가 침수피해를 보는 등 추산된 피해액만 약 2조원에 달한다.

특히 폭우가 내린 남구 일대의 포항제철소·현대제철 등 철강산업단지를 비롯한 기업체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포항제철소는 변전소 침수에 따른 전기 공급 중단으로 공정이 일부 중단됐다. 현대제철도 공장 내 64곳이 침수돼 126억원가량 피해가 발생했다. 포항 철강산업단지는 104개사가 침수 등 피해를 봤다. 포항시는 진행중인 재산 피해조사가 완료되면 공장 피해 규모는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조업 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조속한 복구로 포항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자원봉사자 관심과 도움의 손길을 기다린다”라고 말했다.



백경서(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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