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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주 논설위원이 간다] ‘당당(當當ㆍ당일 튀겨 당일 판매)치킨’은 소비자 앞에 당당(堂堂)해도 된다

문병주 논설위원
통계청이 전년 대비 5.7% 상승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한 지난 2일 오전, 가까운 홈플러스로 향했다. 한 주 앞서 행사를 마친 이마트의 5980원짜리 치킨을 한 번도 못 산 터라 기필코 6990원짜리 ‘당당치킨’을 맛봐 보리라는 생각에서였다. ‘얼리어닭터’(닭과 얼리어답터의 합성 신조어)가 됐다. 이날 방문한 지점의 경우 오전 11시부터 1시간 단위로 12마리에 해당하는 번호표를 나눠준 뒤 1시간 지나 판매하고 있었다. 치킨 1마리만을 위해서 번호표 줄 서는 시간까지 마트 안에서 약 1시간 30분을 대기해야 했다. 뒤늦게 줄을 서다 직원의 안내를 받고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있었다. 2만원짜리 프랜차이즈 치킨 못지않은 양은 물론 맛도 괜찮다는 가족 시식평을 받았다.

‘물가 안정 프로젝트’ 내세운 까닭
홈플러스는 당당치킨을 ‘물가 안정 프로젝트’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지난 6월 30일 출시했다. 9월 첫 주까지 약 50만 마리가 팔리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회사조차 기대 못 한 히트작이 됐다. 주철범 홈플러스 홍보실장은 “준비된 물량은 다 팔린다고 보면 된다”며 “각 점포 상황에 따라 한정된 물량만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일 낮 12, 1시간 전에 받은 번호표로 당당치킨을 받기 위해 줄 서 있는 모습. 문병주 기자


숨 가쁘게 오르는 물가가 우군이었다. 한국은 치킨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로 치킨이 인기 간식이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5월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월평균 2~3회 정도 치킨을 사 먹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이 치킨 주문 시 가격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편(86%)이고, 더는 치킨이 서민의 외식 메뉴가 아닌 것 같다(73.5%)고 했다.


이마트의 경우 8월 18일부터 24일까지 1주일간 5980원짜리 치킨을 한시적으로 팔았다. 점포당 하루 50∼100마리를 준비했는데 6만 마리 모두 팔렸다. 현재는 ‘5분 치킨’이라는 이름으로 998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가성비 좋은 치킨에 대한 고객들의 수요가 크기 때문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올해 안으로 맛과 품질을 보장하면서도 합리적 가격을 갖춘 상시 제품을 내놓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8월 11∼17일 카드할인 행사를 진행해 정상가 1만5800원에서 7000원 할인된 가격인 8800원에 판매했지만 저가 치킨 경쟁에 뛰어들 계획은 세우지 않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과거 '통큰치킨'이라는 브랜드를 출시했을 때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물론이고 정부로부터도 골목상권 죽인다는 비판을 받아 특별한 기간 행사 때에만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판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 관계자의 말처럼 롯데마트엔 뼈아픈 경험이 있다. 2010년 12월 9일 통큰치킨을 출시했지만 8일 만에 접어야 했다. 당시 1만2000원 넘는 프랜차이즈 치킨의 반값도 안 되는 5000원에 양은 20% 더 많았다.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하지만 한국프랜차이즈협회가 ‘롯데마트 치킨판매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반발했고, 자영업자 여론을 의식한 정부 관계자들 역시 호의적이지 않았다. 점포당 하루 300마리를 한정 판매하고 배달도 하지 않아 프랜차이즈 시장과 중복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롯데마트 경영진은 비상회의를 열고 통큰치킨 판매를 중단했다. “가치 있고 품질 좋은 상품을 판매해 서민에게 혜택을 주고 한편으론 물가안정에 기여하는 ‘대형마트의 본질’에 충실하고자 개발된 상품 중의 하나였습니다.” 이런 입장문만 남았다.


본사 높은 이익률에 소비자 반발
상시판매 제품이 된 당당치킨을 바라보는 롯데마트 임직원들은 착잡하다. 취지도 같았고, 설명도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지만 소비자는 물론 프랜차이즈업계와 정부, 자영업자들의 반응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4%를 넘어섰다. 당당치킨이 출시된 6월에는 6%, 7월에는 6.3%나 됐다. 외식물가 상승률 역시 6월에 8%를 돌파했다. 이런 가운데 치킨은 6월 11% 넘게 상승한 후 지난달 11.4%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저가 치킨을 접한 소비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여기에 프랜차이즈 본사의 폭리 논란이 더해졌다.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bhc의 지난해 매출은 4771억원, 영업이익은 1537억원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해 영업이익률이 32%에 달했다. BBQ제너시스는 1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식품업계의 평균 영업이익률 5%를 크게 웃돌았다. 이런 가운데 원자재 가격의 상승을 이유로 “치킨 가격이 3만원은 돼야 한다”는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의 주장이 부각됐다. 본사들은 가맹점들에 납품하는 자재 가격을 재룟값 상승을 이유로 인상했다. 본사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은 bhc는 지난해 7차례에 걸쳐 원부자재 가격을 올리는가 하면 올해 역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달에는 가맹점에 독점 공급하는 닭고기 가격을 일부 인상했다.
프랜차이즈 치킨값의 절반 안돼
외식비 폭등에 “가성비 좋다” 평가
“골목상권 죽인다” 예전 비판 없어
가맹점주 수익구조 개선 요구도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생닭 가격은 지속해서 오르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이달 들어선 연중 최저 가격 수준을 기록했다. bhc는 튀김에 사용하는 해바라기씨유 값을 크게 올렸다 가맹점들의 저항에 부딪히기도 했다. bhc는 해바라기유의 가맹점 공급가(15㎏ 기준)를 지난해 10월 6만8130원에서 7만4880원, 12월에는 8만2500원으로 올렸다. 그러더니 지난 7월에 13만2750원으로 종전 대비 61% 올렸다. 이에 가맹점주들과 시민단체가 나서 본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해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후 12만5700원으로 가격을 낮추고, 지난 7일에는 다시 해바라기씨유 가격을 4650원(3.7%) 인하한다고 밝혔다. 공정위 조사에 대응하고, 다가오는 국정감사에서 회사 대표가 증인으로 불려가는 걸 막기 위한 방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프랜차이즈 간판을 달고 영업하는 자영업자들은 대형마트의 치킨 공략에 속수무책이다. 통큰치킨 출시 때처럼 ‘골목 상권, 자영업자들 죽이는 대기업 반성하라’는 구호도 조직적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기준 BBQ 가맹점은 1604개, bhc는 1518개에 달한다. 이들이 원하는 해결책은 무엇일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이중선 사무국장은 “본사가 가져가는 영업이익을 줄여 가맹점주와 본사의 영업이익률을 비슷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맹점주들도 본사만큼은 남겨야”
최근 홈플러스를 비롯한 대형마트의 저렴한 치킨 출시를 가맹점주들은 어떻게 바라보나.
“자영업자들은 그 가격대에 절대 팔 수 없다. 근본 원인을 생각해봐야 한다. 6990원은 아니더라도 치킨 가격의 정상화 방법이 있다. 가맹본부가 과도한 물류마진을 취하지 않으면 된다.”
어떻게 개선할 수 있나.
“가맹본부가 자발적으로 개선할 수 없다면 가맹사업법을 개정해야 한다. 지난해 국회에서 이런 시도가 있었지만 진척이 없었다.”(가맹본부가 점주들에게 필수품목을 강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해 발의됐지만 처리되지 않았다)
12년 전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판매 때와 소비자들이 바라보는 시각도 좀 달라진 것 같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30% 넘는 영업이익률을 낸다는 걸 소비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나. 치킨값이 더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겠나. 자영업자들은 억울하다. 2만원짜리 닭 한 마리 팔아 재료비, 임대료, 세금에 더해서 배달료까지 지불하고 나면 손에 쥐는 건 1000원도 안 되는 경우도 있다. 프랜차이즈 치킨과 마트 치킨의 수요자가 다른 점도 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 본사의 폭리 구조가 문제라는 인식이 큰 것 같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 사무국장의 말처럼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설명과 가맹점주들의 자료를 근거로 2만원짜리 치킨 판매 마진을 분석해본 결과, 닭 한 마리 튀겨 남기는 돈은 거의 없어 보였다. 대형마트 치킨은 이런 치킨 원가 논란까지 몰고 왔다. 반면 대형마트들이 앞세운 ‘물가 안정 프로젝트’란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소비자도 많지 않다. 오히려 마트방문을 유도해 다른 제품을 팔려는 ‘미끼 상품’이라는 해석이 많다. 원가를 맞추려다 보니 기존 매장과 인력을 활용하면서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는 반발도 나온다. 2만원짜리 치킨을 집에서 편히 시켜 먹을 것인지, 6990원짜리 마트치킨을 줄 서 기다려 살 것인지는 이런 모든 점을 고려한 소비자 선택의 문제다.



문병주.박경민(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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