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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엘리자베스

이경희 이노베이션랩장
흔히 ‘태정태세문단세’로 외우는 조선시대 왕의 이름은 사후에 붙이는 ‘묘호’다. 왕자가 태어나 받는 이름은 이방원(태종), 이산(정조) 등으로 일반인들과 언뜻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 외자였다. 임금의 이름은 누구도 함부로 부를 수 없고, 문서에도 쓸 수 없었기 때문에 실생활에서 잘 쓰이지 않는 한자 하나만으로 지었다. 왕의 이름자는 뜻이 통하는 글자로 바꾸거나 획을 생략하는 등의 방법으로 회피했는데, 이를 '피휘'라 한다.

반면 서구에선 부모나 조상이 썼던 이름을 다시 쓰는 경우가 흔하다. 최근 서거한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재위 1952~2022)의 본명은 엘리자베스 알렉산드라 메리다. 엘리자베스는 어머니, 알렉산드라는 증조모, 메리는 조모의 이름에서 따왔다. 단, 군주의 이름이 중복될 땐 로마 숫자를 붙여 이전의 왕과 구분했다.

엘리자베스 1세(재위 1558~1603)는 잉글랜드 군주였다. 평생 결혼하지 않고 후사를 남기지 않아 튜더 왕조의 마지막 왕이 됐다. 엘리자베스 2세는 윈저왕가 4번째 왕으로, 영국과 영연방의 수장이다. 엘리자베스 1세와 다스리는 영역은 다르지만, 국가를 승계했으므로 2세라 붙였다.

엘리자베스는 히브리어 ‘엘리세바’에서 유래했다. 구약성서에선 '엘리세바'로, 신약에선 ‘엘리사벳’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영어 성경에선 엘리사벳을 ‘Elizabeth’로 번역했다. 독일과 프랑스 등에선 ‘z’ 대신 ‘s’를 써서 ‘Elisabeth’로 표기한다.

서양에서 결혼한 여자는 남편 성을 따른다. 영국 윈저왕가는 원래 빅토리아 여왕(재위 1837~1901)의 부군을 따라 독일식 가문명을 썼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으로 반독일 감정이 심해지자 영국식인 윈저로 명명하고, 후에 여왕이 나와도 이를 바꾸지 않기로 한다. 엘리자베스 2세가 남편 성을 따르지 않고 윈저 가문 이름을 고수한 이유다.

대통령실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서거에 애도의 뜻을 표하는 트위터 메시지를 작성하면서 이름을 'Elizabeth'가 아닌 ‘Elisabeth’로 잘못 올렸다가 황급히 수정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s'와 'z'는 각각 철자 하나에 불과하지만, 영국식이냐 독일식이냐를 가르는 기준이 되므로 무심히 넘기긴 어렵겠다.



이경희(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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