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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국사 연표서 고구려 쏙 뺐다…中박물관 동북공정 꼼수

지난 8일 중국 국가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중·일 청동기전을 찾은 한 관람객이 전시 중인 ‘옻칠한 칼집과 청동 칼(漆鞘靑銅劍·칠초청동검)’의 설명 글을 자세히 읽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중국 국가박물관이 고구려를 뺀 한국사 연대표를 버젓이 전시하고 있다. 한·중 수교 30주년과 중·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지난 7월 26일 개막한 ‘동방의 상서로운 금속(東方吉金): 한·중·일 고대 청동기전’에서다.
지난 7월 26일 개막해 오는 10월 9일까지 중국국가박물관 북1전시청에서 열리는 ‘동방의 상서로운 금속(東方吉金) 한·중·일 고대 청동기전’ 앞을 관람객이 지나가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지난 8일 찾아간 전시회에는 약 70만 년 전부터 1910년까지를 석기·청동기·철기로 나눈 ‘한국 고대 역사 연표(표)’가 전시되어 있었다. 철기시대는 다시 고조선 후기부터 신라·백제·가야·통일신라·고려·조선 순서로 구분했지만, 고구려와 발해는 보이지 않았다. 연표 아래에는 “본 연대표 내용은 한국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표기가 보였다. 관람객들이 한국의 공식적인 역사 구분으로 오해하기 쉬워 보였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유물을 설명하는 글도 논란 투성이다. 고구려·백제·신라의 삼국시대는 가린 채 한사군(漢四郡)만 강조했다. 경남 창원 다호리 출토, 국립 김해박물관 소장으로 표시된 ‘옻칠한 칼집과 청동 칼(漆鞘靑銅劍·칠초청동검)’ 전시 부스에 다음과 같은 ‘한국 원(原) 삼국시대’ 설명이 보였다.

“기원전 108년 서한(西漢, 중국 한나라 전기) 정부가 한반도 북부와 중부에 낙랑(樂浪)·현도(玄菟)·진번(眞番)·임둔(臨屯) 네 개 군을 설치했다. 역사는 ‘한사군’이라고 칭한다. 한반도 남부 지역에 세 개의 부락 연맹(마한·진한·변한)이 형성됐다. 세 개 부락은 이후 백제·신라·가야로 발전해 한반도 남부의 고대 국가 기초를 이뤘다. 한사군 설립 이후 한반도 남부는 한사군 문화의 영향을 받아 진흙회색도기(泥質灰陶·이질회도)가 출현하기 시작해 3세기까지 이어졌다. 이 시기 한반도 남부 지역의 역사를 ‘원삼국시대’라고 부른다. 시기는 약 기원전 1세기부터 서기 3세기까지다.”

기원전 37년 건국한 고구려는 아예 소개하지 않았다.

중국 베이징시 천안문 광장 동측에 자리한 국가박물관 전경. 신경진 특파원
원삼국시대 바로 옆에는 삼국시대를 건너뛴 채 ‘한국 통일신라시대’를 설명하고 있다. 고려시대 청동북(靑銅鼓) 뒤로 “7세기 중엽 이후 한반도 정세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다. 660년 백제가 멸망하고, 668년 고구려가 멸망했다. 신라가 점차 한반도 남부와 중부 지역을 통일했다. 9세기 말부터 통일신라의 왕권이 쇠락하면서 각 지역에서 반항 세력이 도처에서 일어났다. 통일신라 왕실은 935년 고려 태조 왕건에 투항했다. 통일신라 시대의 끝을 의미한다.” 전시 주관측은 고구려가 668년 멸망했다고 설명하는 데 그쳤다.
중국사에 고구려 이미 편입한 결과
전문가들은 이번 전시회를 중국이 고구려사를 중국사로 이미 편입한 결과로 분석했다. 전인갑 서강대 사학과 교수는 “지난 2004년 8월 고구려사 분쟁 당시 한·중 양국 정부가 합의했던 5개 항의 구두 합의를 의도적으로 폐기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매우 크다”며 “중국의 국가박물관이 한국의 역사 정체성을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또 한국의 국립박물관이 제공한 내용이라는 설명으로 전시한 이상 정부 차원에서 시정을 요구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고구려는 중국 변방의 소수민족 정권”이라고 주장하는 중국의 동북공정을 처음 보도한 중앙일보 2003년 7월 15일자 지면. 중앙포토

중국은 지난 2004년 고구려사 역사분쟁 당시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차관)을 한국에 파견해 최영진 외교차관과 회담을 갖고 “④중국은 중앙 및 지방 정부 차원의 고구려사 관련 기술에 대한 한국 측의 관심에 이해를 표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간다” 등 5개 항을 약속했다.

한·중·일 국립박물관 교류 차원에서 이뤄진 이번 청동기 전시회는 오는 10월 9일까지 계속된다. 개막 다음 날이던 지난 7월 27일에는 중국 주최로 제12회 한·중·일 국립박물관장 회의가 화상으로 열렸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의 청동기시대부터 조선 시대에 이르는 청동 유물, 중국 국가박물관의 주나라 청동 예기, 도쿄 국립박물관의 야요이시대부터 고분 시대까지 소장 유물 39건을 소개하는 전시”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중국 측의 ‘한국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표기 문제와 관련해 해당 보도자료 담당자에게 전화했지만 통화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지난 7월 26일 개막해 오는 10월 9일까지 중국국가박물관 북1전시청에서 열리고 있는 ‘동방의 상서로운 금속(東方吉金) 한·중·일 고대 청동기전’ 중 ‘한국 고대 청동문화’ 설명문. “한국 청동기 시대의 청동기는 검을 주종으로 삼았다. 비파형 동검, 세형 동검 두 종류로 나눈다. 이들은 모두 칼 몸과 칼 자루로 나눠 다시 하나로 합쳐서 만드는 방식이다. 칼 몸통과 칼 자루를 일체로 만드는 중국 청동기와 구별된다”며 중국과 다른 한국 청동기 문화를 설명해 놓았다. 신경진 특파원
베이징 천안문 광장 동쪽에 자리한 국가박물관은 현재 사전 예약자에 한해 입장이 가능한 상태다. 청동기전이 열리는 북1 전시청 입구에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세 나라의 민심이 서로 통하고, 문화가 서로 융합하고, 가치를 서로 나눠 지역의 지속적인 평화와 보편적인 번영을 촉진하는 조그마한 힘이 되길 희망한다”는 문구가 씌어 있었다.

손인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부원장은 “중국공산당이 바라보는 중국이라는 역사 정체성 자체가 이른바 ‘인류운명공동체’ 등 새로운 이데올로기로 다듬어져 향후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 못지않게 세계 질서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단순히 고구려사의 중국사 만들기를 시도하는 동북공정에 멈추지 않고 전세계를 대상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손 부원장은 “고구려사 이슈로 탄생한 동북아역사재단은 일본·식민지 역사뿐 아니라 본연의 역할인 동북공정 대응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중국 국가박물관에 전시 중인 한국 고대 역사 연표. 고구려가 빠져 있다. 신경진 특파원



5개 ‘한·중 구두양해사항’(2004년 8월 23일 합의)
①중국은 고구려사 문제가 중대 현안으로 대두된 데 유념한다.
②역사 문제로 양국 우호협력 관계가 손상되는 것을 막고, 전면적인 협력동반자 관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③고구려사 문제가 정치쟁점화하는 것을 방지한다.
④중국은 중앙 및 지방 정부 차원의 고구려사 관련 기술에 대한 한국 측의 관심에 이해를 표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간다.
⑤학술교류의 조속한 개최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

◇알려왔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고구려와 발해 건국 시점 등을 표기한 연표를 지난 6월 30일 중국 측에 보냈다고 알려왔습니다. 통상 전시에 사용되는 자료는 제공한 측의 자료를 성실히 반영하는 것이 국제적 관례이지만, 이번 중국측 태도는 신뢰관계를 훼손하는 것으로 심히 우려하는 사항이라며, 국립중앙박물관은 중국측에 즉각적인 수정과 사과를 강력히 요구했다고도 했습니다.



신경진(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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