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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난민 받아준 유럽 가정들…에너지값 급등에 "나가달라"

우크라 난민 받아준 유럽 가정들…에너지값 급등에 "나가달라"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몇 주째 이어진 러시아군의 포격을 견디지 못하고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의 정든 고향을 떠나 접경국 헝가리에 도착한 소녀 알리사(16)와 그의 가족.
현지인 부부가 "전쟁이 끝날 때까지 머물러도 좋다"며 집 한편을 내어준 덕에 피란 생활이 곧 안정을 찾는가 했지만, 최근 헝가리 정부가 에너지 사용료를 크게 인상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에너지 요금을 낼 형편이 안된다면서…. 집주인 부부가 아주 공손한 말투로 '나가달라'고 요청하더라고요."
최근 유럽을 덮친 에너지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난민을 포용했던 각국 가정이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이들을 내보내야할 상황에 직면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월 말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한 이후 6개월간 헝가리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두 팔 벌려 우크라이나 난민을 맞아들였다.
하지만 서방의 제재에 반발하는 러시아가 가스관을 걸어 잠그면서 유럽 내 에너지 가격이 폭등했고, 곧 닥쳐올 겨울나기에 위기감이 번져가며 환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이다.
난민을 위한 긴급 지원 프로그램에 예산을 편성했던 각국 정부는 긴축으로 돌아섰고, 자발적으로 의식주 지원에 동참했던 민간인들도 차츰 '전쟁이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떠올리기 시작했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난민 가족에 숙소를 제공했던 러시아인 아나스타샤 추코프스카야는 "더는 손님을 거둘 형편이 안되는 이들 사이에서 퇴거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남편이 일하던 부다페스트의 한 공장 숙소로 아들과 함께 피신 온 우크라이나 여성은 최근 관리자로부터 방을 비워달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이 여성은 "다른 거처를 찾으려 아파트 70군데를 다녔는데, 애 딸린 우크라이나인이라고 하면 하나같이 '안된다'라고만 한다"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어느 곳보다 난민 수용에 적극적이었던 폴란드에서조차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2%가 "우크라이나인 수용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답할 정도로 여론이 바뀐 상태다.
게다가 인터넷 검색으로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찾아내는 데에 익숙한 우크라이나 청년층과, 영어나 외국어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노년층 사이 격차가 벌어지는 것도 문제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가디언은 "다른 나라에 정착한 우크라이나 난민들조차 의료 및 교육 서비스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지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지부터가 고민"이라고 전했다.
d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김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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