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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여왕 서거] 지구촌 추모 물결 속 옛 식민지 주민은 '떨떠름'

"조부모 억압한 여왕 서거 슬퍼할 수 없다…식민 지배 책임져야" "여왕에게 모든 책임 있는 것 아니야" 주장도

[英여왕 서거] 지구촌 추모 물결 속 옛 식민지 주민은 '떨떠름'
"조부모 억압한 여왕 서거 슬퍼할 수 없다…식민 지배 책임져야"
"여왕에게 모든 책임 있는 것 아니야" 주장도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1952년부터 70년간 재위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에 전 세계의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지만 과거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국가의 주민은 이를 마냥 애도할 수 없는 입장이다.
AP통신은 11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카리브해, 중동, 아시아 국가 중 영국 식민지였던 곳을 중심으로 식민주의와 노예제 등 영국의 어두운 과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케냐의 변호사 앨리스 무고는 여왕이 통치하던 1956년 케냐인을 대상으로 발행된 '이동 허가서'를 공개했다.
당시 10만 명 이상의 케냐인이 열악한 환경의 수용소에서 지냈고 이들은 한 장소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면 영국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이 시기는 영국이 케냐에서 일어난 독립 투쟁 '마우마우 봉기'를 잔혹하게 진압한 때이기도 하다.
무고는 8일 여왕이 서거한 후 트위터에 "우리 조부모의 대부분은 억압당했다"며 "나는 슬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카리브해 국가의 주민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자메이카 국립배상위원회의 버트 새뮤얼스는 "영연방의 부는 영국 소유일 뿐이다. 이는 절대 공유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영연방은 과거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은 국가들의 연합체를 말한다.

가디언은 중동 지역에서는 엘리자베스 2세의 서거에 대한 대중의 애도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영국이 현대 중동 분쟁의 불씨를 댕긴 식민주의적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에서도 영국의 식민 지배 흔적을 지우고 싶어하는 기류가 포착된다.
뉴델리의 기업가 디렌 싱은 AP에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큰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에게 왕과 여왕을 위한 공간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식민 지배에 대한 모든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케냐 나이로비에 거주하는 막스 카힌디는 마우마우 봉기를 "아주 씁쓸하게 기억한다"면서도 당시 여왕은 아주 어린 여성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는 그 특정 시기 겪었던 모든 고통에 대해 여왕을 비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상반된 입장이 공존하는 것과 관련, 자메이카의 활동가 나딘 스펜스는 과거 영국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우리를 돌보는 자애로운 여왕'으로 소개했던 만큼 윗세대는 여왕에게 감사함을 느낄 수 있지만 젊은 세대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왕의 서거에 있어 주목한 부분은 그가 죽었다는 것과 노예 제도에 대해 사과한 적 없다는 것뿐"이라며 "그는 사과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hanj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유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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