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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 21주년] 가장 긴 전쟁의 시작…'피의 보복' 악순환

美 WTC·국방부 납치 여객기에 공격…약 3천명 희생 승리선언도 없이 끝난 20년간 전쟁…잇단 알카에다 수괴 제거는 성과 테러방지 명분에 침해되는 기본권…재판 지지부진에 테러범 단죄 지연

[9·11테러 21주년] 가장 긴 전쟁의 시작…'피의 보복' 악순환
美 WTC·국방부 납치 여객기에 공격…약 3천명 희생
승리선언도 없이 끝난 20년간 전쟁…잇단 알카에다 수괴 제거는 성과
테러방지 명분에 침해되는 기본권…재판 지지부진에 테러범 단죄 지연



(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테러의 공포로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를 전율하게 했던 9·11사태가 발생한 지 어느덧 21주년을 맞았다.
맑은 하늘에 날벼락처럼 강타했던 당시 연쇄테러는 인류의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 그 자체였다. 문명의 이기(利器)를 테러의 수단으로 악용한 인간의 잔인성과 증오심을 TV 생중계를 통해 지켜봐야 했던 세계인들은 무자비함에 치를 떨었다.

◇"미국이 공격당했다"…납치 여객기로 세계무역센터 등 테러
두 대의 민간 여객기가 잇따라 충돌했던 뉴욕 맨해튼의 랜드마크 세계무역센터(WTC) 건물에선 구조에 투입된 소방관과 경찰관까지 합해 모두 2천753명의 무고한 생명이 희생됐다.


승객을 태운 또 다른 여객기가 미사일처럼 건물에 박힌, 워싱턴DC 인근 국방부에서도 184명이 목숨을 잃었고, 연방의회 건물을 노리고 워싱턴DC로 향하다가 승객의 저항을 받아 펜실베이니아의 벌판에 추락한 유나이티드 항공 여객기에서도 40명이 숨졌다.
21년이 흐른 지금 당시 테러 현장은 대부분 복구돼 흔적은 사라졌지만, 그날의 상처와 후유증은 아물지 않은 채 여전히 남아 있다.

◇보복의 악순환…아프간 이어 이라크로 확대된 '테러와의 전쟁'
끔찍한 테러는 미국의 군사적 응징으로 이어졌고 금방 끝날 것 같았던 '테러와의 전쟁'은 20년간 이어지며 보복의 악순환을 불러왔다.
미국은 테러의 배후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알카에다를 지목했다.
이들과, 이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을 상대로 미국 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미군은 개전 두 달여 만에 탈레반을 권좌에서 쫓아냈지만 궤멸시키지는 못했다.

이어 미국은 2003년 대량살상무기(WMD)를 개발하고 테러 집단을 지원한다는 구실로 이라크를 침공, 2주만에 사담 후세인 정권을 몰아냈다.
그렇지만 후세인 정권이 사라진 이라크는 종파, 종족간 갈등과 대립으로 내전의 소용돌이에 빠졌고 미국은 2010년 어색하게 '임무 완수'를 선언하며 이라크에서 슬그머니 군대를 철수했다.
미군 철수로 인한 이라크의 힘의 공백은 '이슬람국가'(IS)와 같은 또다른 이슬람 극단주의단체의 배양토가 됐고 이들이 세력을 확장하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했다.
1979년 소련의 아프간 침공으로 10년간 이어진 전쟁에서 미국의 군사·정보 지원을 아프간 탈레반에게 중계한 알카에다가 9·11 테러의 주모자였다는 점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수렁에 빠진 20년 전쟁과 미군의 아프간 철군
미국은 2011년엔 파키스탄에서 9·11 테러를 총지휘한 알카에다의 수괴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하는 등 뒤늦은 전과를 올렸지만 아프간은 탈레반의 저항이 이어지며 내전이 계속돼 수렁 속으로 끝없이 빠져들었다.
9·11테러 이후 미국은 8조 달러가 넘는 천문학적인 돈을 테러와의 전쟁에 퍼부었지만 전쟁의 끝은 보이지 않자 여론은 급속히 악화했다. 미군 희생자도 7천명을 훌쩍 넘어섰다.
결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8월 전격적으로 아프간에서 철군을 결정하고 미국 역사상 가장 긴 20년 전쟁의 터널을 빠져나오며 아프간 전쟁 종식을 선언했다.

그렇지만 아프간 전쟁 종식 선언으로 테러의 위협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군하던 과정에 카불공항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해 미군 13명과 아프간 주민 170여명이 희생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전쟁에서 손을 떼더라도 아프간은 물론 다른 곳에서도 테러와의 전쟁을 늦추지는 않겠다고 다짐하며 성난 민심을 달랬다.


◇알카에다 수괴 알자와히리 제거…활개치는 자생적 극단주의자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에서 미군을 철수한 지 1년이 채 안 된 8월1일 빈라덴 사망 후 알카에다의 후계자가 된 아이만 알자와히리를 드론 공습으로 제거하며 성과를 올렸다.
미국 대테러 연구기관인 수판 센터는 최근 알카에다에서 오랫동안 입지를 구축한 인물이 잇따라 제거되면서 잠재적인 후계자 후보군이 좁아졌다고 분석하는 등 조직 재건을 노리던 알카에다가 큰 난관에 직면했음을 시사했다.
미국이 그동안 테러와의 전쟁을 통해 알카에다나 이슬람국가 등 극단주의 세력의 지도자를 축출하고 있지만 이들의 활동에 큰 타격을 줬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 조직이 전세계적으로 수세에 몰리면서 이미 탈집중·분권화한 가운데 점조직 형태로 세력 확산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테러와의 전쟁이 이어지면서 조직화한 테러단체도 문제지만 인터넷을 통해 극단 사상에 심취한 '외로운 늑대', 즉 '자생적 극단주의자'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독버섯처럼 확산하고 있어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기존 테러조직이 소셜미디어(SNS) 등 온라인을 통해 극단주의 사상을 주입하고 테러 행위를 부추기고 있어 총체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인의 삶 바꿔놓은 9·11…9·11 테러범 재판은 지지부진
9·11테러는 현대사에서 미국인의 삶을 바꾼 가장 큰 전환점 중 하나다.
무엇보다도 테러를 막는 조치가 강화하면서 '이민자의 나라'로 불려온 미국에서 반(反) 이민정서가 강해졌다.
또 이슬람에 대한 종교적 반목도 깊어져 중동 출신이나 무슬림에 대한 경계심과 차별이 심화하고 있다.
테러방지를 명분으로 일반 국민에 대한 정보당국의 감시활동이 대폭 확대됐다. 2013년 국가안보국(NSA)의 감시시스템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21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9·11 테러와 직접 관련된 것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것 중 하나가 테러범들에 대한 재판이다.

미국에선 현재 알카에다의 전 작전사령관이자 9·11 테러의 기획자로 자처한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KSM)를 비롯해 5명이 관타나모에 수용돼 9·11 테러와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다.
KSM은 2003년 파키스탄에서 체포된 이후 2006년 관타나모 수용소로 옮겨져 15년째 재판을 받고 있으나 재판이 수시로 연기되면서 지지부진하다. 지난달에도 재판전 심리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런 상태라면 심리 절차에만 10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작년 9·11 20주년을 앞두고 열린 심리에서는 테러범들이 심리 내내 웃는 모습을 보이거나 휴정 시간에 법정을 빠져나오면서 기자들에게 손을 흔드는 여유까지 보여 이들에게 조속히 법의 심판을 내리기를 바라는 유족과 시민이 분노했다.

bings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김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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