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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백종원 홀린 맛…막걸리 한 병에 160만원, 어떻길래 [e슐랭 토크]

배우 오달수 “맛과 격이 다른 막걸리”
# 지난달 19일 오후 2시쯤 전남 해남군 화산면. 영화배우 오달수(54)씨가 ‘땅끝마을’ 인근 해창주조장을 찾았다. 평소 친분이 있던 오병인(58) 해창 대표는 인사를 마치자마자 막걸리 한 병을 꺼내왔다. 해창이 지난해 출시한 160만 원짜리 ‘해창막걸리 아폴로(18도)’였다. 도자기로 만든 병 윗부분에는 금 라벨로 ‘해창’이라는 글씨가 한자(海倉)로 적혀 있었다. 오씨는 한 잔을 들이킨 후 “그동안 생각해왔던 막걸리와는 맛과 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 지난달 29일 오후 3시쯤 해창주조장. 대형 스테인리스 찜통에서 “쏴~” 하는 소리를 내며 하얀 증기가 쏟아졌다. 막걸리 제조의 사실상 첫 작업인 고두밥을 찌는 과정이었다. 막걸리는 고두밥을 찐 후 누룩과 물을 넣고 발효시키면 완성된다. 오 대표는 “해남에서 생산된 햇찹쌀과 멥쌀로만 술을 빚어 고두밥 냄새부터 다르다”고 말했다.


 해창주조장이 지난해 출시한 160만원짜리 '해창 아폴로(21도)'. 오른쪽은 일제강점기 당시 쌀창고로 출발한 해창주조장 앞 창고. 프리랜서 장정필
찹쌀 80%, 멥쌀 20%…막걸리 관행 바꾸다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막걸리 업계에 고급화·명품화 바람이 불고 있다. 젊은층이 불을 당긴 막걸리 열풍에 셀럽(유명인)들이 가세하면서 강력한 문화 콘텐트가 됐다. 과거 1000원대의 값싼 술로 각인됐던 막걸리에 좋은 원료와 풍미가 더해지면서 가격도 높아지는 추세다.


해창주조장은 막걸리 업계의 제조 관행을 뒤바꾼 곳 중 하나다. 국내산 햅쌀과 국산 누룩만을 고집해 ‘프리미엄’이라는 수식어를 따냈다. “수입산 쌀이나 몇해를 묵힌 이른바 ‘정부미’를 쓰는 관행을 바꿨다”는 평가다. 반면 첨가물은 넣지 않아 물과 쌀·누룩이 막걸리 원료의 전부다.

해창 특유의 은근하면서도 투박한 단맛 비결도 원료에 있다. 해남산 유기농 찹쌀 80%와 멥쌀 20%로만 막걸리를 만든다. 유기농 찹쌀은 일반 찹쌀보다 40%가량 비싸지만 단맛과 감칠맛이 강하다. 오 대표는 “찹쌀은 영어로 달콤하다는 뜻의 스위트 라이스(sweet rice)”라며 “해창 특유의 걸쭉함도 단맛을 극대화하기 위해 물을 적게 넣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해창주조장에서 생산된 막걸리들. 4종류의 알코올 도수별 출고가는 9도(8000원), 12도(1만2000원), 15도(5만5000원), 18도(11만원)다. 프리랜서 장정필
“가장 비싼 막걸리” VS “프리미엄 막걸리”
비싼 원료는 막걸리 가격과 직결된다. 해창은 국내 600여개 막걸리 브랜드 중에서도 고가로 이름나 있다. 해남 인근은 물론이고 수도권에서도 가장 비싼 값에 팔린다. 2014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된 후로는 한 해 5만여명이 양조장을 찾는다.


해창의 판매가가 비싼 것은 출고가격 자체가 상대적으로 높아서다. 4종류의 알코올 도수별 출고가는 9도(8000원), 12도(1만2000원), 15도(5만5000원), 18도(11만원)다. 주력인 12도와 9도는 대형마트나 인터넷 구입이 가능하지만 15도는 일부 골프장에서만 판다. 최고가인 해창 18도는 설날과 추석 전에만 생산해 출시한다. 선물용으로 연간 3000여 병을 만드는 데 대부분 완판된다.

해창 18도가 인기를 끌자 고가(高價) 논란도 일었다. “11만원인 출고가에 맞지 않게 페트병을 썼다”라는 말이 대표적이다. 당초 18도에 이름 붙여졌던 ‘롤스로이스 막걸리’는 자동차 브랜드인 롤스로이스 측의 항의로 삭제하기도 했다.
영화배우 오달수씨가 오병인 해창 대표와 '해창 아폴로(21도)'를 마시고 있다. 사진 해창주조장
“고가 원료·저온숙성 비결…기본이 삼양주”
이에 해창 측은 “단순히 비싼 막걸리가 아니고 귀한 막걸리”라고 설명한다. 고가의 원료비나 저온숙성 비결 등을 감안한 가격이라는 입장이다. 해창 18도는 나머지 3종류보다 한 번 더 덧술을 한 사양주(四釀酒)다. 막걸리는 발효 횟수에 따라 단양주(單釀酒)·이양주(二釀酒)·삼양주(三釀酒)로 나뉜다. 대부분 시중 막걸리는 고두밥과 누룩을 한 번에 발효시키는 단양주다.

이양주는 단양주로 밑술을 만든 다음 덧술을 한 번해서 알코올 도수를 높인다. 단양주에 고두밥을 추가로 넣어 효모 활동을 지속시키는 방식이다. 해창의 기본인 삼양주는 이양주에 고두밥을 한 번 더 투입해 맛과 향을 극대화한 게 특징이다.

방송인 백종원이 지난 4월 출시한 백걸리(백종원+막걸리)도 삼양주 기법을 사용했다. 걸쭉하면서도 진한 맛이 특징인 14도 막걸리다. 지난해 9월 서울시내에 양조장(백술도가)을 차리고 막걸리 양조에 들어간 그는 해창 마니아로도 알려져 있다.
해창주조장에 설치된 해창막걸리 조형물. 프리랜서 장정필
백종원 해창 마니아…정용진 부회장은 “인생의 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해창 사랑도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부회장은 2020년 11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해창막걸리를 '#인생막걸리'라고 소개했다. 허영만 화백은 해창막걸리 병에 쌀창고와 롤스로이스 그림을 그려줬다.

해창은 18도 막걸리의 성공과 고가 논쟁 후 또 한 번 고급화 전략을 내놨다. 900㎖ 한 병에 160만 원 하는 ‘해창 아폴로’를 출시했다. 기존 2개월 정도였던 발효·숙성을 6개월로 늘려 단맛을 줄이고 깊은 맛을 살린 프리미엄 막걸리다. 해남에서 빚어낸 도자기에 24k 금 한 돈으로 상표를 표기한 용기가격만 80만 원에 달한다.

해창 막걸리는 증류주에도 도전한다. 해창 18도를 증류해 만든 35도·45도·60도 3가지 알코올 도수의 소주다. 현대인이 즐겨 마시는 희석식 소주(17~20도)보다 알코올 도수가 높다. 증류주 도수가 높은 것은 증류과정에서 수분이 날아가 알코올 함량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증류기법은 약 1000년 전 페르시아에서 개발돼 700여 년 전부터 몽골을 통해 전 세계로 퍼졌다.

‘땅끝마을’ 전남 해남에 있는 해창주조장에서 막걸리를 제조하는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전통주가 1달러?…160만원 막걸리 넘어 증류주 도전
해창이 증류주에 눈을 돌린 것은 막걸리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술이 소주여서다. 전통 소주는 희석식 소주와는 제조방식 자체가 다르다. 안동소주나 제주 고소리술처럼 발효된 곡주를 증류시켜 만든다. 술 전문가들은 빼어난 곡주를 다시 기화시켜 만드는 증류주를 술 중에서도 으뜸으로 친다. “한국 전통주가 1달러 밖에 안되는 건 말이 안된다”는 오 대표 소신이 읽혀지는 부분이다.

“세계를 상대할 프리미엄 전통주를 만들겠다”는 해창주조장이 일제강점기 때 쌀 창고로 출발한 점은 아이러니다. 일본인 시바다 히코헤이가 1927년 해남에 들어와 쌀 창고를 운영하며 청주를 만든 게 시작이다. 해방 직후인 1945년 장남문씨가 인수한 후 1961년 정식으로 양조장 면허를 받았다.

해창주조장에는 술과 얽힌 일본과 인연이 지금도 남아 있다. 주조장 뒤뜰 동종(銅鐘) 앞에 적힌 문구가 대표적이다. 일본인들이 가장 즐기는 술인 청주가 한반도에서 건너갔음을 강조한 기록이다. 이곳에는 “(백제 사람) 수수보리(인번·仁番)가 빚은 술에 내가 취했네. 마음을 달래주는 술, 웃음을 주는 술에 내가 취했네”라는 일본 천황이 부른 노래가 적혀 있다.
‘땅끝마을’ 전남 해남에 있는 해창주조장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해창, 쌀창고로 출발…해남, 쌀 생산량 전국 1위
이 내용은 일본의 최고(最古) 기록인 『고사기(古事記)』에도 남아있다. ‘백제 사람 인번이 누룩을 이용한 술 빚는 기술을 전해왔다’고 기록된 대목이다. 일본 청주의 기원이 3세기경 백제에서 일본에 술 빚는 법을 전해주면서 비롯됐다는 사료다.

해창 막걸리의 성공에는 곡창인 해남에서 생산된 쌀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국내 최대 쌀 생산지인 해남은 2만944㏊의 논과 5156㏊의 친환경인증면적 전국 1위의 고장이다. 비옥한 간척지에서 해풍을 맞고 자라 찰기와 식감, 맛·향이 좋기로 이름나 있다.

이중 해창의 주된 원료인 찹쌀은 떡이나 술·식혜 등 전통음식에서 빠질 수 없는 곡식이다. 일반쌀인 멥쌀보다 소화가 잘되고 영양가가 높아 소화불량이나 설사·변비·피부미용 등에 도움을 준다.









최경호(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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