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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비키니' 노출죄 논란…그 여성 "경찰 부끄러울 것" [그법알]

인플루언서 임그린씨가 2022년 7월부터 8월 사이 서울 강남(왼쪽), 이태원 일대에서 비키니 차림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 사진 임씨 인스타그램
[그법알 사건번호 83] 비키니 라이딩, 수사해 처벌할 사건일까요
“비키니 입고 라이딩하는 커플(한국)”

지난 7월 31일 자동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사진과 함께 이 같은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7일 현재까지 30만 번 넘게 조회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글을 클릭하면 사진 3장이 나옵니다. 비가 오는 가운데 한 여성이 엉덩이를 훤히 드러내는 비키니 수영복 차림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여성 앞에서 운전대를 잡은 남성은 청바지에 신발을 신었지만, 상의를 탈의한 상태였습니다. 다행히 둘 다 헬멧을 썼습니다. 이들이 출몰한 지역은 서울 3도심 중 한 곳인 강남 일대로 알려졌습니다.

댓글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습니다. “둘 다 몸매가 좋으니 멋있네요”라는 식의 반응도 있었지만, “때와 장소를 가려야지 불쾌합니다” 같은 부정론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간간이 성희롱성 발언들도 올라왔습니다.

알고 보니 남성은 3만 1800명 이상의 구독자를 거느리는 유튜버 ‘BOSS J’, 여성은 26만 7000명 이상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임그린씨였습니다. 이들 배경에는 유튜버 ‘플레이조커’가 있었습니다. 플레이조커는 “미국 성인 잡지 ‘플레이보이’와 유사한 콘셉트의 성인 전용 플랫폼을 홍보할 목적으로 이번 퍼포먼스를 기획했다”라고 밝혔습니다. 파장이 일자 이들은 ‘비키니 라이딩’ 영상까지 공유했고, 국내·외에서 총 4000만 뷰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습니다.

경범죄처벌법 ‘과다노출죄’ 존폐 논란 불붙였다
문제는 이들의 퍼포먼스에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입니다. 경범죄처벌법 제 3조 ①항 33호는 ‘공개된 장소에서 공공연하게 성기·엉덩이 등 신체의 주요한 부위를 노출하여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사람’에 대해 1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 등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합니다. 바로 과다노출죄 입니다. 구류란 1일 이상 30일 미만의 기간 동안 교도소 또는 경찰서 유치장에 구치하는 형벌입니다. 이 때문에 서울 강남경찰서는 임씨 등에 대해 과다노출 혐의로 수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임씨 등은 굴하지 않았습니다. 임씨는 지난달 18일 웨딩 드레스를 입은 채 노란 스포츠카를 타고 강남경찰서에 출석했습니다. 온몸을 가리는 웨딩 드레스를 입은 건, 노출 많은 옷차림을 문제 삼으며 수사에 나선 경찰을 상대로 항의할 목적이라고 합니다.

같은 달 28일에는 서울 이태원 일대에서 다시 한 번 BOSS J와 ‘비키니 라이딩’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아주 천천히 지나가면서 시민과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물론 한편에선 혀를 차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한 남성은 손으로 임씨의 엉덩이를 때려 성추행 논란까지 불렀습니다.

유신 시절 “퇴폐 풍조 단속” 명목 신설…2016년 헌재 “위헌” 결정
과다노출죄는 경범죄처벌법이 제정된 1954년엔 없었습니다. 박정희 정권 유신 시절인 1973년 퇴폐 풍조를 단속한다며 ‘신체를 과도하게 노출하거나 안까지 투시되는 옷을 착용하거나 또는 치부를 노출하여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게 한 자’를 처벌하는 조항을 신설한 겁니다.

이후 1983년 말 ‘여러 사람의 눈에 뜨이는 곳에서 함부로 알몸을 지나치게 내놓거나 속까지 들여다보이는 옷을 입거나 또는 가려야 할 곳을 내어 놓아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사람’으로 과다노출 개념을 다소 구체화했고, 2012년 개정 땐 ‘속까지 들여다보이는 옷을 입거나’는 처벌 대상에서 뺐습니다.

헌법재판소가 2016년 11월 위헌 결정을 하면서 과다노출죄는 역사속으로 사라질 뻔했습니다. 당시 헌재는 “알몸을 ‘지나치게 내놓는’ 것이 무엇인지 판단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가려야 할 곳’의 의미도 구체화하지 않아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국회가 이듬해 2017년 10월 위헌 부분을 현재처럼 “공개된 장소에서 공공연하게 성기·엉덩이 등 신체의 주요한 부위를 노출하여”라고 구체화해 되살렸죠.

불쾌감 등 느낀 사람 비율 따라 판단 가를 듯
앞으로 경찰은 어떤 판단을 내릴까요. 법조계에 따르면 기준은 두 가지입니다. ① 해당 노출이 성기 노출에 준할 정도의 수준인가 ② 평균인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주었는가 등입니다.

두 번째 조건과 관련해선 댓글 반응에서 볼 수 있듯이 누군가는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가지지만, 분명 즐거워하거나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양측 각각의 비율이 어떻게 파악될지에 따라 경찰의 결론이 달라지리라는 게 법조계의 관측입니다.

2016년 헌재도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은 사람마다 달리 평가될 수밖에 없는 주관적이고 정서적인 부분”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시대착오적인 과다노출죄를 폐지해야 한다”라는 주장도 나오는 겁니다. 검찰 출신인 임무영(사법연수원 17기) 변호사는 “한국의 도덕적 엄숙주의는 지나치고 시간이 갈수록 그 위선(僞善)의 정도가 심해져가고 있다”라며 “형법에 공연음란죄가 존재하는 이상 (경범죄로) 음란성이 없는 노출까지 처벌하는 건 사라져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등 선진국에선 과다노출죄를 찾아볼 수 없다”라고 덧붙였습니다.
2018년 6월 2일 서울 강남구 페이스북코리아 앞에서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페이스북의 성차별적 규정에 항의하는 상의 탈의 시위를 하고 있다. 당시 서울 수서경찰서는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과다노출죄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연합뉴스

임그린 “퀴어축제 등 엉덩이 노출도 다 수사할 건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임씨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과다노출죄 폐지를 요구하는 동시에 경찰 수사를 비판했습니다. 과잉 수사를 했다는 주장입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현행법상 불법 여지가 있는 건 맞는데.
A : 무슨 말인지는 이해한다. 그러나 법에 비키니를 해수욕장에서만 입으라고 돼 있나. 해수욕장 근처 길거리에서 입는 건 왜 단속 안 하나. 엉덩이를 내놓고 하는 퀴어축제는 왜 놔두나. 비키니 입는 게 문제면 애초에 생산이 금지됐을 것이다. 비키니를 입든 엉덩이 보이는 치마를 입든 남들이 뭐라고 할 게 아니다. 불편하면 불편한 거고, 보기 좋으면 보기 좋은 거다. 개인이 어떤 옷을 입을지는 그 사람의 자유다.


Q : 경찰이 혐의가 인정되는 것으로 보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
A : 법 아래 모든 사람은 평등해야 한다. 금요일이나 토요일 아침에 유명 클럽 앞에 가면 엉덩이 보이는 옷을 입은 채 널브러져 있는 여성들이 많다. 그럼 그런 분들까지 다 수사해 검찰에 넘길 건가. 말이 안 된다.


Q : 워낙 이슈여서 경찰이 주목할 만하다.
A : 이슈가 된 건 맞지만, 솔직히 이게 수사할 일인가. 경제적으로 피해를 줘 눈물 나게 하는 진짜 범죄자들 수사하기에도 경찰에 여유가 없는 걸로 안다. 물론 날 수사하는 수사관을 이해한다. 위에서 시키니까 했겠지. 본인도 내가 뭘 하고 있나, 자괴감이 들 거다.
인플루언서 임그린씨. 플레이조커
그법알
‘그 법’을 콕 집어 알려드립니다. 어려워서 다가가기 힘든 법률 세상을 우리 생활 주변의 사건 이야기로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함께 고민해 볼만한 법적 쟁점과 사회 변화로 달라지는 새로운 법률 해석도 발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김민중(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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