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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시평] 물고기 코에 들어 있는 자석

연어는 참 신기한 동물이다. 생선으로 먹을 때 보이는 붉은 색깔과 특이한 감칠맛도 있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번식하는 과정이다. 연어는 강에서 부화하여 좀 크면 바다로 나가서 살다가, 알을 낳을 때가 되면 다시 강으로 돌아간다. 강물의 흐름을 거슬러서 상류로 올라가면서 경사가 진 곳에서는 물 밖으로 펄쩍펄쩍 튀어 올라가기도 한다. 그렇게 연어가 튀는 장소에서 곰이 기다리고 있다가 공중에서 낚아채 포식하는 그 모습을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보신 분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상류에 도착한 연어는 강 바닥에 둥지를 짓고 알을 낳아 수정시킨 후에 기력이 쇠진하여 사망한다.
 
그런데 연어가 알을 낳을 때 아무 강에나 가는 것이 아니고 원래 자기가 태어났던 곳으로 찾아간다고 한다. 이동 거리도 길고 어떤 경우 수천㎞가 된다. 그렇게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힘들기도 하겠지만 지도도 휴대폰도 없는 물고기 주제에 그 길을 어떻게 찾는 것일까? 종류에 따라 다른데 연어는 1년내지 8년간이나 바다에서 지낸다. 그런 오랜 세월을 바다에서 떠돈 후에 어떻게 고향에 가는 길을 기억하고 있을까? 장거리 여행을 하며 길을 찾는 동물들은 연어뿐이 아니고 매년 같은 서식지를 왕래하는 철새들을 비롯하여 나비, 거북이 등 많이 있다. 이들의 방향 감각은 아직 과학자들이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신비로운 문제이다.
 
최근에 연어의 코에 자석이 들어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렇게 말하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 좀 차근차근 설명을 해 보겠다. 동물들이 어떻게 길을 찾는가에 대한 가장 유력한 가설은 지구의 자기장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옛날부터 사람들이 항해할 때 나침반을 써서 동서남북을 감지하고 방향을 잡았던 것처럼 연어같은 동물들은 자성을 느낄 수 있는 감각기관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아무리 해부를 해 보아도 자석이 들어 있는 것은 보이지 않았는데, 근래에 밝혀진 것은 이런 동물들의 세포 안에 자성을 띤 아주 미세한 결정(crystal)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철광(magnetite)이라는 물질인데, 화학적으로는 비교적 단순한 철의 산화물이다. 일종의 세균들이 세포 안에 이 자철광의 결정을 품고 있다는 것이 1970년대에 알려졌는데, 나중에 더 연구가 진행되어 큰 동물들도 자철광을 가진 예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고 연어의 후각기관에도 자철광 결정을 포함한 세포들이 검출되었다. 이것을 발견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강자성공명, 원자현미경등 온갖 최신 기술을 다 동원했다.
 
그런데 연어 코에서 자철광을 검출했다고 해서 의문이 다 풀린 것은 절대 아니다. 그것을 가지고 동서남북을 가릴 수 있다고 해도 복잡한 길 찾기가 해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전혀 지리를 모르고 지도도 안 가진 사람에게 그냥 나침반 하나 쥐어 준다고 상상해 보라. 망망대해 깊은 물속에서 연어는 어떻게 자기 위치가 어디고 거기서 어느 방향이 자기가 태어난 강의 하구인지 아는 것일까? 거기에 접근하면서 물에 녹아있는 미세한 화학적 성분들을 감지하여 고향 특유의 냄새를 확인한다고 추측들도 한다. 연어가 고향을 찾아가는 이치를 과학이 제대로 깨우치려면 아직 멀었다.
 
우리 인간들은 다른 동물들을 미천한 짐승이라 해가며 무시하지만, 많은 동물들은 인간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기가 막힌 인지적 능력들을 소유하고 있다. 조그마한 벌레들조차 그렇다. 거미가 집을 짓는 것부터 개미들이 서로 협력하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을 보면 금방 느낄 수 있다. 언어를 가진 것은 우리 뿐이라고 인간들은 자만하지만, 사실 다른 동물들이 하는 이야기를 우리가 알아듣지 못할 뿐이라고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고래들은 항시 복잡한 노래를 하고있고, 그 뜻이 무엇인지 과학자들은 아직 전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다른 동물들이 어떻게 해서 특출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해 거의 이해하지 못한다. 벌은 뇌세포가 고작 100만개 정도이다(인간의 뇌세포 수는 거의 1조, 쥐도 천억개쯤 된다). 그러나 벌은 그 조그마한 두뇌를 가지고 먹이를 찾고 그 장소를 기억하며 서로에게 알리는 춤을 추고 꿀을 만들고 새끼들을 돌보고 서로 협력하며 여왕을 섬길 줄 안다. 신경과학자들은 그렇게 비교적 단순한 벌의 뇌부터 좀 이해해 보고자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많은 것이 밝혀지리라 생각된다.
 
이렇게 과학적으로 자연을 탐구하다 보면 이중으로 겸허함을 배운다. 다른 동물들의 능력에 비해 인간이 초라해 보이기도 하고, 또 우리가 지식을 늘려가면서도 항상 느끼게 되는 것은 그 한계이다. 그렇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역시 인간은 엄청난 능력을 지닌 동물이라는 것도 명백하다. 뼈와 살과 피가 뭉쳐진 덩어리인 인간이라는 존재가 과학 연구 같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얼마나 신기한가. 누가 던진 역설적 농담이 생각난다. 우리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인간의 뇌가 단순하다면, 우리는 지능이 너무 낮아서 그런 것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장하석 /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과학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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