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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 소 반마리씩 쟁여놓는다…덩달아 채식도 급증 이유

지난해 6월 15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한 식료품점에 진영된 고기 제품. 최근 미국에선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고기를 덩어리째 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변호사 로건 와고너(36)는 지난 봄에 냉장고를 하나 더 장만했다. 1주일에 200달러(약 28만원)가 드는 식료품비를 절약하기 위해 고기를 한꺼번에 싸게 사 냉동칸에 쟁여두려는 목적이었다. 그는 "아이들이 고기를 좋아하는 데다 가격이 너무 올랐다"며 이런 자구책을 마련했다. 이렇게 냉동칸에 '소 반 마리와 돼지 한 마리'를 채우는데 냉장고 가격을 포함해 2000달러(약 280만원)가 들었지만, 1주일 식료품비를 125달러(약 17만원)로 줄일 수 있게 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에서 육류를 비롯한 식료품비가 급등하며 고기를 덩어리째 사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지난달 27일 보도했다. 인플레이션과 함께 코로나19 기간 동안 겪은 공급 부족이 만든 새 풍속도다. 소비자들은 이제 소매점을 거치지 않고 산지와 직거래를 시도하고 있다.

몬태나 남동부의 소 목장주이자 미 육우생산자협회(USCA) 수석 고문인 제스 피터슨은 "정육점 소매가가 점점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확실히 높아졌다"며 "우리의 가격은 여전히 소매점보다 저렴하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포트 비드웰의 목장주 다나 캐리는 "목장과 직접 거래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고기의 원산지에 대한 관심보다 가격을 더 걱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글린 톤서 캔자스주립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많은 미국인이 식비 관련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고기를 사는 방법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덜 사거나 돼지갈비 대신 햄과 같은 저렴한 가공육을 사는 식이다. 이런 가운데 와고너처럼 통째로 사는 극단적인 방법도 생겨났다. 톤서 교수는 "아직 많지는 않지만, 농장에서 직접 고기를 사는 미국인의 수는 팬데믹 전보다 늘었다"고 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미 고용통계국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육류·가금류 가격은 지난해보다 11% 올랐다. 특히 베이컨은 12%, 닭고기는 18% 올랐다. 지난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9.1%로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英, 생활비 위기에 채식 늘어
선진국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가장 높은 영국은 '생활비 위기'가 일상이 됐다. 지난 7월 영국의 물가상승률이 10.5%까지 치솟은 가운데, 식료품비를 아까기 위해 육류를 포기하고 채식으로 돌아선 영국인들이 늘고 있다고 인디펜던트가 지난 1일 보도했다.

6일 리즈 트러스 영국 신임 총리가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러스 총리는 취임 일성으로 에너지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했다. 신화=연합뉴스

회계사인 마야 핀리(24)는 경제적인 이유로 채식을 택한 사람 중 한명이다. 그와 그의 파트너 잭 휴즈(28)는 올해 초 중부 도시 링컨으로 이사한 후 채식주의자가 됐다. 핀리는 "우리는 술을 제외한 일주일 식료품비를 각자 25파운드(약 4만원)로 맞췄다"며 "음식값을 아끼기 위해 콩류를 대량으로 사고, 주로 야채와 과일을 산다"고 말했다. 형편이 나아지면 다시 고기를 선택할까. 핀리는 "절대 아니라고 할 순 없지만, 재정적인 관점에서 단기적으론 아니다. 또 지금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브래드퍼드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커스티 퍼거슨도 올해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반채식주의'를 택했다. 그는 12·14세 두 아들이 "더는 콩을 먹지 않으려 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리처드 맥웨인 영국 채식주의자협회 회장은 "여전히 동물 복지 등 전통적인 동기로 채식주의를 택하고 있지만, 평소 채식주의를 고려하지 않은 사람들이 최근 경제적인 이유로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리서치기업 칸타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7월 영국의 소고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7% 감소했다. 또 돼지고기는 10.6%, 닭고기는 9.7%, 양고기는 23.7%, 생선은 11.6% 감소했다.

생활비 위기는 영국 대학생의 음주 습관도 바꿔놓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대학생들이 빠듯한 생활비로 인해 음주 빈도가 줄었다고 지난 2일 보도했다. 온라인 할인사이트 스튜던트 빈스의 지난 7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국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답한 대학생은 33%로 지난해 9월(27%)보다 늘었다.

겨울 앞두고 단열재 주문 증가
영국은 지난 6일 취임한 리즈 트러스 총리의 첫 일성이 "에너지 요금"일 정도로 폭등한 연료비가 가정·기업의 걱정거리다. 더 타임스는 지난달 30일 '생활비 위기로부터 집을 지키는 방법 40가지'라는 기사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여 연료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소개했다.

첫 번째는 집 안에 있는 모든 전자제품의 효율을 따져보는 것이다. 문제는 당장 에너지 등급이 좋은 기기로 교체하면 효율은 높아지겠지만,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 되도록 수명 연한이 될 때까지 쓰되, 교체한다면 효율이 낮은 순부터 고려하라고 조언했다.

영국 비영리단체 에너지 절약 트러스트(EST)에 따르면 창문에 접착 씰 테이프를 붙여 외풍을 막는 방식으로 연간 약 45파운드(약 7만원)를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영국 온라인쇼핑몰 온바이닷컴에서 단열재 주문이 13배가량 늘었다며, 겨울을 앞두고 난방비 절약을 위해 집수리는 필수라고 전했다. 더 타임스는 '봄 대청소'까지 기다리지 말고, 지금 당장 집안 곳곳을 정비하라고 조언했다.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영국에서 재택근무가 줄어들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최근 머니슈퍼마켓이 영국인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4%는 이번 겨울 가정의 에너지요금을 줄이기 위해 사무실에 더 오래 머무를 것이라고 답했다. 또 18%는 집에서 요리를 자제할 것이라고 했다.



김영주(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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