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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여왕 서거] 왕세자와 결혼하고도 세자빈이 못된 커밀라, 왕비에 올라

다이애나 사망 후 '국민 불륜녀' 비난…결혼후 여론 조금씩 호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70주년에 '왕비 칭호' 교통정리

[英여왕 서거] 왕세자와 결혼하고도 세자빈이 못된 커밀라, 왕비에 올라
다이애나 사망 후 '국민 불륜녀' 비난…결혼후 여론 조금씩 호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70주년에 '왕비 칭호' 교통정리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서거하고 찰스 3세가 왕위에 오르면서 그의 두 번째 부인 커밀라 파커 볼스가 왕비 칭호를 받게 됐다.
국왕의 아내는 남편의 즉위와 함께 왕비가 되는 게 순리지만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사전 정지작업이 없었다면 커밀라가 왕비 칭호를 받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커밀라는 찰스 3세 국왕의 두 번째 부인이다. 커밀라는 1970년 윈저성의 폴로 경기에서 찰스를 처음 만났다.
친구가 된 이들은 서로 호감을 느꼈지만 1973년 커밀라는 예정됐던 약혼자 앤드루 파커 볼스와 결혼했다.
왕실 주요 관계자들이 남긴 회고록에 따르면 찰스는 결혼 소식을 들은 뒤에야 커밀라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달았다고 한다.
찰스 역시 1981년 첫 번째 부인인 다이애나 스펜서와 결혼했다. 문제는 찰스가 커밀라를 잊지 못하고 관계를 이어갔다는 점이다.
다이애나가 생전에 "우리 결혼은 복잡했다. 세 사람이 있었으니까"라고 불만을 토로할 정도로 심각한 삼각관계는 계속됐다.
다이애나와 찰스의 결혼이 1996년 파경에 이르고 다음 해인 1997년 다이애나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면서 커밀라는 '국민 불륜녀'로 지목돼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
전 남편과 이혼한 뒤에도 길거리에서 야유를 당해 사람을 피해 다녀야 할 정도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찰스와 커밀라는 끝까지 서로를 포기하지 않았다.

커밀라는 찰스의 그림자로 지내며 왕실 가족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서서히 찰스의 배우자로서 위치를 굳혔다.
찰스와 커밀라는 다이애나비 사망 후 8년이 지난 2005년 4월 9일 결혼했다. 말 많고 탈 많았던 35년간의 로맨스에 종지부를 찍고 합법적인 부부가 됐다.
하지만 '세기의 불륜' 커플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사후 영국인 상징인 차기 왕과 왕비가 된다는 것에 영국 국민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이를 의식한 커밀라는 다이애나가 받았던 왕세자빈(Princess of Wales) 호칭 대신에 '콘월 공작 부인'이라는 호칭을 사용해왔다.
커밀라는 왕실 입성 후 봉사와 자선활동 등 다양한 공무를 수행하며 입지를 넓혀나갔다.
그의 소탈한 성격도 널리 알려지면서 여론도 조금씩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쐐기를 박은 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지난 2월 6일 즉위 70주년을 기념한 성명에서 찰스 왕세자가 왕위에 오르면 부인 커밀라가 왕비로 인정받길 바란다고 밝혔다.
여왕은 성명에서 "시간이 차서 내 아들 찰스 왕세자가 왕이 되면 여러분이 제게 줬던 것과 똑같은 지지를 그와 그의 부인 커밀라에게 줄 것으로 안다"며 "커밀라가 왕비로서 충직한 역할을 하면서 왕비로 알려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에 따르면 커밀라의 전기 작가 페니 주너는 "여왕이 자신의 바람을 완벽한 순간에 알렸다"며 "즉위 70주년을 앞두고 온 나라가 여왕과 그 후계자에 집중하던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왕이 그때 그 말을 하지 않았다면 여왕의 서거 뒤에 커밀라의 호칭을 두고 뜨거운 토론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일찍 교통정리를 해준 덕분에 커밀라는 영국 왕비 칭호를 받게 됐다.
다이애나비 사후 25년, 찰스 3세와의 첫 만남 이후로는 52년을 인고한 결과다.
영국 왕실 홈페이지는 이미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직후 커밀라의 호칭을 '왕비 폐하(Her Majesty The Queen Consort)'로 소개하고 있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신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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