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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여왕 서거] 13살 때 장래의 남편 만나 첫눈에 반해…왕실 반대 뚫고 결혼

"필립공은 여왕을 인간으로 다룰 수 있었던 유일한 남자"

[英여왕 서거] 13살 때 장래의 남편 만나 첫눈에 반해…왕실 반대 뚫고 결혼
"필립공은 여왕을 인간으로 다룰 수 있었던 유일한 남자"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서거하면서 70여 년을 해로한 필립공(2021년 4월 별세)과 여왕의 이야기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9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두 사람의 첫 만남은 1939년 7월 다트머스 왕립해군 학교에서 시작됐다.
아버지 조지 6세를 따라 해군학교에 갔던 13살의 공주는 18세 필립공에게 반했고, 필립공이 졸업 후 영국 해군에 입대한 후에도 편지를 주고받으며 애정을 키웠다.
그리고 만난 지 8년만인 1947년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서 화려한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이들의 결혼은 처음엔 환영받지 못했다. 필립공이 그리스와 덴마크의 왕자 신분이었지만 모국에서 쫓겨나 친척들의 도움을 받는 처지였고, 누나들이 독일인들과 결혼한 점도 2차 대전 후 영국인들에게 거슬리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공주와 부마(駙馬, 왕의 사위)였던 이들 커플은 조지 6세가 갑작스럽게 숨을 거두면서 1952년 여왕과 여왕의 남편이 됐다.
이후 약 70년간 총리를 비롯한 수많은 고위관리가 바뀌었지만,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옆자리 또는 몇 걸음 뒤에는 항상 필립공이 있었다.
필립공은 원래 성격이 무뚝뚝하고 쉽게 화를 내기도 하며 어리석은 사람들의 모습은 못 참는 성격으로, 매사에 조심스러운 여왕과 대조적이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필립공의 친구들에 따르면 그는 대중 앞에서는 공손하지만, 왕궁 담벼락 안에서는 더 가부장적이었다고 한다.
가족 문제에 있어서는 여왕도 대체로 필립공의 의견을 따랐다는 전언이다.


결혼 초기의 일화는 이런 두 사람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
필립공이 여왕과 삼촌인 마운트배튼경을 차에 태우고 폴로 클럽에 가던 도중, 속도가 빨라지자 긴장한 여왕이 들릴 정도로 소리를 내며 숨을 골랐다고 한다. 이를 참지 못한 필립공이 "또다시 그러면 차에서 내리게 하겠다"고 소리를 질렀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 마운트배튼경이 왜 항의하지 않았느냐고 하자 여왕은 "그가 하는 말을 듣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여왕이 남편에게 굴종적이지는 않았다고 한다. 전기작가 새라 브래드퍼드에 따르면 여왕은 "필립. 입 닥쳐라.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와 같은 말을 하는 걸 꺼리지 않았다고 한다.
1954년 여왕 부부의 호주 방문 당시 일화도 있다. 당시 촬영기사는 여왕 부부의 코알라·캥거루 관람을 촬영하기 위해 숙소인 오두막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더니 필립공이 날듯이 집 밖으로 나왔다. 이어 여왕이 따라 나오며 돌아오라고 고함을 질렀고 결국 여왕은 필립공을 끌고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다시 바깥으로 나온 여왕은 "모든 결혼생활에 이런 일은 있게 마련이다. 이제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고 한다. 카메라맨은 문제의 장면이 찍힌 필름을 햇빛에 노출해 못쓰게 한 뒤 언론담당 비서에게 제출했다.
사진기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필립공은 황혼기에도 여왕의 눈이 소녀처럼 반짝거리게 하는 마법을 부렸고, 여왕은 종종 대중 행사 도중에도 필립을 찾기 일쑤였으며, 필립공이 자신에게 걸어오는 걸 보면 얼굴이 밝아졌다고 한다.
여왕의 비서였던 차터리스경은 가디언에 "필립공은 여왕을 그저 한 인간으로 다룰 수 있는 유일한 남자였다.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녀는 그런 행동을 가치 있게 인정한다고 나는 믿는다"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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