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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촌에서 '인종화합' 추석 차례상

'피플스 마켓' 대니 박씨 준비
사망한 노숙자들 추모 의미
"K문화 알리고 이웃과 화합"

스키드로에 위치한 ‘피플스마켓’의 대니 박(가운데) 사장이 9일 지역 주민들과 노숙자들에게 한국 명절 추석과 차례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스키드로에 위치한 ‘피플스마켓’의 대니 박(가운데) 사장이 9일 지역 주민들과 노숙자들에게 한국 명절 추석과 차례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추석(10일)을 하루 앞둔 9일 오후 4시, LA다운타운의 홈리스 거리인 스키드로에 특별한 차례상이 차려졌다.
 
지난해와 올해 거리에서 사망한 노숙자들을 위로하는 자리다. 차례상에는 풍성한 가을을 알리는 대추와 호박 외에 여름과 가을철에 즐기는 과일과 한국 전통음식인 송편·절편도 보였다.  
 
흑인과 히스패닉, 백인 주민 등 50여명이 참여한 이 날 추석 행사에는 노숙자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가족의 사진을 앞에 두고 명복을 비는 이들도 있었다.  
 
추석 차례상을 준비한 이는 스키드로에서 ‘피플스 마켓(Skid Row People’s Market)’을 운영하는 한인 대니 박(38) 사장이다. 박 사장은 UC샌디에이고를 졸업한 한인 2세다. 졸업 후 꿈에 그리던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디자이너로 취업했지만 쉼 없이 일하는 일상에 지친 그는 부모(메이·밥 김)가 1995년부터 운영하던 마켓을 2015년 인수했다. 이후 그는 노숙자 거리에서 흑인과 한인 시니어 종업원들과 팀을 이뤄 마켓을 운영하면서 지역 주민들과 노숙자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는 젊은 한인 업주로 LA타임스에 크게 소개되기도 했다. 〈본지 7월 27일자 A-1, 2면〉
 


2년 전 부터 차례를 지냈다는 박 사장은 “지금 우리 곁에는 없지만, 한때 이웃이었던 이들을 추억하고 또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해준 조상들에게 감사하는 뜻에서 마련했다”며 “무엇보다 한국 전통문화인 추석을 이웃들에게 알리고 이 시간을 통해 모두가 한마음, 한 커뮤니티가 되자는 생각에 올해도 준비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박 사장과 함께 일하는 직원 록시 포스터와 그녀의 딸도 자신들이 운영하는 음식점을 통해 마음을 보탰다. 행사가 끝난 후 이웃들이 함께 나눌 수 있게 프라이드치킨과 볶음밥, 바비큐, 야채 구이에 디저트로는 바나나 푸딩까지 푸짐하게 식탁을 차렸다.  
 
차례를 마친 후 박 사장과 마켓 직원, 지역 주민들은 음식을 나누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서로 들려주는 시간을 가졌다. 일부는 한국 전통악기인 장구, 북, 소고 등을 들고 박자에 맞춰 사물놀이를 연주하는 시간을 즐기기도 했다.
 
박 사장은 “올 한해 힘들었던 이웃들의 마음이 치유되고 위로를 얻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스키드로 주민들에게 필요한 이웃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장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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