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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인데 손 한 번 못잡아 봐 서운”…면회 제한에 쓸쓸한 요양병원

요양시설 등에서 대면 접촉 면회가 금지된 지난 7월 25일 광주 북구 중흥동 한 요양병원에서 입소자와 가족들이 유리벽 너머 인터폰을 이용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시스
노인 20여명이 지내는 인천 한 요양원은 이번 추석 때도 비닐 가림막을 사이에 치고 가족 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가림막 탓에 손을 잡고 온기를 전할 수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어려워 지난 설에도 면회가 10분 이상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었다고 한다. 원장 강모씨는 “바깥세상은 코로나19 끝난 것처럼 사는데 요양원에서는 부모·자식이 손 한번 못 잡고 명절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거리 두기 끝났지만…“명절 같지 않다”
지난 7월 20일 광주 북구 중흥동 한 요양병원에서 북구보건소 직원들이 '대면 면회 잠정 중단'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거리 두기 없는 명절이 찾아왔지만, 요양병원·시설엔 여전히 시름이 가득한 분위기다. 정부가 이번 추석 요양병원·시설 등 감염 취약시설의 대면 면회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다시 10만 명에 육박(9만8974명)한 지난 7월 25일부터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조치다.

6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신규 확진자 수는 9만9837명, 이날 코로나19로 인한 신규 사망자(44명) 가운데 8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61%(27명)로 가장 높았다. 누적 사망자 2만7193명 중 59%(1만6017명)가 80세 이상이다.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지난달 코호트(동일 집단) 격리를 겪은 적 있는 한 요양시설 관계자는 “조금만 방심해도 고위험군인 어르신뿐 아니라 시설 관계자 모두가 코로나19에 걸리기 때문에 요양시설은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경은 이해하지만, 거리 두기가 풀리고도 부모를 제대로 만날 수 없는 현실에 아쉬움을 숨기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경기도 양주 한 요양병원에 80대 어머니를 모신 김모(55)씨는 “비닐막 면회를 여러 번 해봤는데 어머니가 노쇠해 의사소통이 쉽지 않아 사실상 면회 의미가 없다”며 “마스크나 장갑을 끼고서라도 어머니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요양시설 관련 인터넷 카페에는 “코로나19 검사하고 음성 나온 사람들만 시켜주면 되지 않나” “(부모님이 요양병원에 있으면) 몸을 직접 봐야 안심된다” 등 같은 불만 글도 잇따르고 있다.

추석을 앞둔 지난 4일 충북 청주 한 요양병원에 모신 구순 시어머니를 만나고 왔다는 임모(65·수원 거주)씨는 “어머니가 ‘저희 왔어요’라는 비닐막 건너로 듣자 눈에 생기가 도셨다”며 “추석 때 따뜻한 음식 하나 못 해 드리고 발길을 돌리니 눈물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일 경북 안동시 남후면 경상북도립노인전문요양병원을 찾아 추석 연휴에 운영될 안심면회소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아예 면회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전북 한 요양병원에 팔순 노모를 모신 50대 A씨는 “방침이 어쩔 수 없으니 안 가는 게 맞다고 보고 전화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 요양원 관계자는 “평소 연락이 잘 안 되는 가족들도 많고 코로나19 핑계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정부는 요양병원 대면 면회 제한이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한다. 요양병원 등 감염 취약시설은 정부의 표적 방역 대상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일 경북 안동 경북도립노인전문요양병원을 찾아 “추석 명절에 가족 간 대면 면회를 할 수 없게 된 것에 대해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추석 때는 한시적으로 대면 면회가 가능해 올해 실망했을 일부 요양병원 어르신을 배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임숙영 방대본 상황총괄반장은 6일 오전 브리핑에서 “거리 두기 없는 첫 명절로서 일상생활은 영위하면서도 고연령층·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을 포함하는 만남 등은 최소화해달라”고 당부했다.



채혜선(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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