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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번 폭행에 신체사진 협박까지…14살 '촉법소년' 짓이었다

1년간 지속 폭행 등 괴롭힘에 우울증·불안 장애

MBC '실화탐사대' 방송화면 캡처.
중학교 1학년인 A(14)군은 지난 1년간 같은 학교에 다니던 동갑내기 B군으로부터 끔찍한 학교폭력에 시달렸다. B군은 머리와 가슴, 배 등 부위를 가리지 않고 A군을 때렸다.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침을 뱉고 때린 적도 있었다. 가파른 계단에서 밀어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이렇게 지난 6월까지 1년여간 B군이 학교 안팎에서 A군을 폭행한 횟수는 무려 600회에 달했다.

B군은 A군의 모습이 이상하게 찍힌 사진을 퍼뜨리겠다고 협박하면서 시도 때도 없이 A군을 불러냈다. 자신의 명령에 복종하라고 요구하면서 담배를 피우게 시켰고 A군이 협박에 못 이겨 담배를 피우자 또다시 이 사진을 A군 부모한테 보내겠다면서 협박했다.

B군의 괴롭힘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A군을 집으로 부른 뒤 잠든 틈을 타 A군의 바지를 벗겨 은밀한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했고, 이 사진을 친구들에게 보여줬다.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협박도 했다.

A군은 상습적인 괴롭힘과 폭행으로 신체 상처를 입은 것은 물론 우울증과 불안장애, 대인기피 등 정신적 트라우마까지 앓게 됐다.
MBC '실화탐사대' 방송화면 캡처.
가해 학생 부모 “장난 좀 지나쳤다”

가해 학생은 동네 어른들도 피할 정도로 아이들을 때리거나 괴롭히고, 무면허로 차량 운전까지 하는 등 초등학생 때부터 온갖 비행을 저질렀다는 증언도 나왔다. 돈도 뺏었다. 학교 자체 조사 결과 B군이 A군 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지속해서 폭행하는 등 괴롭힌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B군의 부모는 아들이 친구들을 끈질기게 괴롭힌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B군 어머니는 MBC ‘실화탐사대’ 측에 “(B군이) 장난이라고 했는데 좀 지나쳤던 건 사실이라고 인정한다”면서도 “무자비하게 때린 건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신체부위 촬영과 유포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B군 아버지도 “어디를 두들겨 맞아서 부러졌다거나 하는 큰 이슈가 되는 사건이 아니지 않느냐”면서 “우리 자식을 매도하고 큰 범죄인 거처럼 이슈화한다. 샌드백처럼 맞았으면 왜 상처가 없겠느냐”고 항변했다.

MBC '실화탐사대' 방송화면 캡처.
강제전학 등 ‘8호’ 처분됐지만…촉법소년이라 처벌 불가

참다 못한 A군 측은 결국 학교폭력위원회에 B군을 신고했다. B군은 지난 8월 말 학폭위에서 가장 강한 처분인 ‘8호’ 처분을 받았다. 강제 전학 조처다.

형사법전문가들은 B군의 각종 가해 행위가 분명한 범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한다. 오윤성 순천향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B군에게 강제추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불법촬영·유포, 폭행, 금품 갈취 등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이 학생을 처벌할 수는 없다.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이기 때문이다. 촉법소년은 형사처벌을 면제받는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다.

날로 포악해지는 촉법소년 범죄…한동훈 “건설적 답 낼 때 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뉴스1

촉법소년들의 비행은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이 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이라는 점을 악용해 심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어 촉법소년 연령 하향, 나아가 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여야는 물론이고 정부도 촉법소년 제도를 손질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해 “여야 모두가 법안을 낸 상황에서는 건설적으로 답을 낼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범죄의) 숫자도 숫자지만 분명히 흉포화된 경향이 있다. 법무부 촉법소년 TF를 통해 관련 답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청소년 시절 한순간 실수로 ‘낙인효과’가 우려된다는 등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소년 나이에는 변화의 가능성이 있지만 조기에 전과자라는 낙인을 찍으면 성인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

소년 사건을 오랫동안 다뤄 온 천종호 대구지법 부장판사도 페이스북에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촉법소년 문제에 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형사 연령을 만 12세로 낮춘다고 해도 11세 이하의 촉법소년 문제는 여전히 남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촉법소년은 소년법에 따라 소년보호 처분을 받는다.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주장은 틀리다”고 반박했다.



이보람(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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