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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비에 채소 다 녹았다"…고물가 덮친 전통시장 상인들 비명

8일 자양전통시장을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떡을 사고 돈을 내고 있다. 문희철 기자
“하이코, 시장님 물가 좀 잡아주이소.”

서울 광진구 자양전통시장에서 야채를 파는 김춘자(79)씨는 8일 바닥에 주저 않아 양파를 까면서 이렇게 말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양전통시장을 찾았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오 시장에게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위축된 소비 심리 여파가 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올해 최악의 가뭄으로 농작물 작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달 수도권 집중호우로 침수피해가 이어진 데다 최근 제11호 태풍 ‘힌남노’까지 겹쳐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고 한다.
추석 직전 고공행진하고 있는 농산물 가격. 그래픽 박경민 기자
[르포] 전통시장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
8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전통시장. 남문에서 뚝섬로55길을 따라 북서쪽으로 이어지는 거리는 장을 보는 손님으로 가득했다 문희철 기자
시민들이 소비를 줄이자 상인들도 올해 추석이 예년 같지 않다고 푸념했다. 김춘자 씨와 공동으로 야채 가게를 함께 운영하는 A씨는 “올해는 잦은 비가 야채를 녹여서 (팔만한 물건이) 없다”며 “지난해 추석 때 4000원에 팔던 무를 올해 5000~6000원에 내놓는데 (도매상에서) 떼 온 가격이 워낙 높아 (우리는)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명절 장바구니 물가를 관리하기 위해 사과·배·대추·밤·조기 등 추석 성수품 공급물량을 3년 평균 거래물량의 110%수준으로 확대·공급하고 있다. 또 20개 주요 농·축·수산물 가격동향을 매일 점검 중이다. 구체적으로 배추·무 등 10종의 농·임산물과, 쇠고기·돼지고기 등 4종의 축산물, 그리고 오징어·고등어 등 6종의 수산물이 점검 대상이다.

가파른 물가 상승과 더불어 코로나19가 국내서 재확산하면서 전통시장을 찾는 손님 발걸음은 더 뜸해졌다고 한다. 떡집을 운영하는 박정훈(43)씨는 “이제는 코로나19 뉴스만 나와도 가슴이 덜컥한다”고 말했다.

이날 전통시장을 둘러본 오 시장은 “물가가 많이 올랐는데, 특히 제사상에 오른 품목이 많이 오른 것 같아서 걱정이다”라며 “사과나 배, 혹은 전 부치는데 필요한 생선은 보조금을 지급해서라도 가격이 지나치게 오르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북적거리는 자양전통시장 남문길과는 달리, 자양전통시장 서문↔동문길(왼쪽)이나 시장 뒷길(오른쪽)은 다소 한산했다. 문희철 기자
吳 “제사상 품목 가격 많이 올라”
추석 명절 기간 서울시 물가모니터링 대상 품목. 그래픽 신재민 기자
박정훈씨에 따르면 이날은 명절 연휴 바로 전날이어서 그런지 자양전통시장에 평소보다 손님이 꽤 많이 찾아왔다고 한다. 실제로 약 2시간 가량 시장을 살펴본 결과, 자양전통시장 남문에서 뚝섬로55길을 따라 북서쪽으로 이어지는 시장 메인 거리는 북새통이었다.

게다가 최근 서울시가 내놓은 지역사랑상품권도 소비에 영향을 줬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시가 지난 1일 4790억원어치를 발행한 서울사랑상품권은 사용가능액의 10%를 할인해 구입할 수 있다. 이 상품권은 자치구별로 불티나게 팔렸다. 장춘조(65) 소문난만두 대표는 “요즘 금융기관에서 대출도 제대로 안 해줘 장사하기 정말 어려운데, 서울사랑상품권이 발행될 때마다 열흘 정도는 손님이 확 늘어난다”며 “서울시가 앞으로도 계속 상품권을 발행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8일 전통시장 일부 상점에서 서울사랑상품권을 사용해 물건을 구입했다. 문희철 기자
“지역사랑상품권 뜨면 손님 몰려”
최근 5개년 추석 3주전 시금치 가격 추이. 그래픽 김현서 기자
한편 오 시장은 이날 제수용품 등을 사러 나온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을 점검했다. 2003년 개설한 골목형 생활시장인 자양전통시장에는 현재 130개 점포가 운영 중이다. 서울시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직접 시장을 방문하기 힘든 시민을 위해 온라인 장보기와 배송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상인들은 대체로 오 시장을 환영하는 분위기였지만, 일부 상인들은 “장사도 안 되는데 방해가 된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뿔테 안경을 쓴 한 상인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보여주기식 행정을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오 시장은 “전통시장 상인들이 물가상승과 금리인상,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운 시간을 겪고 있다”며 “서울시는 꾸준히 주요 품목 가격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성수품 공급물량을 확대해 명절 장바구니 물가 안정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희철(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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