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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추석 민심' 싸움에…전문가는 "밥상에 썩은 음식만 올린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김건희 특검법'을 제출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7일 소속 의원 169명 전원의 명의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특검법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또 김 여사가 해외 순방 때 착용했던 귀금속이 재산신고가 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아 윤 대통령을 검찰에 고발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사실상 ‘여사 리스크’에 대한 총공세를 개시한 모습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몸부림칠수록 당 대표와 당 전체는 더불어 파멸의 길로 갈 것”(권성동 원내대표)이라고 맞섰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법을 ‘방탄 특검’으로 규정하고,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부각하는 데 방점을 뒀다. 여야가 추석 기간 ‘밥상머리 민심’을 잡기 위한 샅바 싸움을 거칠게 벌이면서, 정치가 그 어느 때보다 혼탁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野, ‘여사 리스크’ 총공세…특검법, 귀금속 고발, ‘국감증인’ 거론
민주당이 이날 발의한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등 주가 조작 의혹 ▶대학 시간강사·전임교원 지원 시 학력·경력 위조 의혹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당시 각종 기업의 뇌물성 후원 의혹 등 김 여사와 관련된 3가지 사안을 수사 범위로 규정했다. 특별검사 후보자는 대통령이 속하지 않은 교섭단체(현재는 민주당이 유일)가 2명을 추천하면, 그 가운데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특검의 규모는 총 100여 명 이내로, 그중 3분의 1을 문재인 정부 때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공무원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대통령의 배우자가 수사대상이라 이해충돌 소지가 다분해 야당이 후보자를 추천하게 해 공정성을 확보했다”며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특검 때도 야당이 2명을 추천하고 그중 1명을 대통령이 임명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6월 28일(현지시간) 마드리드 주스페인한국문화원을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민주당은 또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 후보자 등록 시 고가의 명품 보석류 재산신고를 누락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윤 대통령을 검찰에 고발했다. 김 여사가 지난 6월 나토 해외순방 등 대외 활동 과정에서 민주당 추산 1억 4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귀금속을 착용했는데, 윤 대통령 재산신고 내역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대통령실은 해당 액세서리에 대해 대여한 것으로 재산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무소속 교육위원들은 김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한 국정감사 공세도 예고했다. 이들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여사는 국민대 재학 시절 작성한 논문 4편은 물론, 언론에 의해 표절이 확인된 숙명여대 석사학위 논문도 철회하고 학위를 반납해야 한다”며 “책임 있는 자들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민형배 무소속 의원은 회견 직후 “김 여사를 국감 증인으로 세우는 것에 대해 민주당은 전략적으로 판단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무조건 세워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검·고발 실효성 ‘의문‘…與 “무리수 특검이자 방탄 특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비상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그간 민주당 내부에서 '초강수 카드'로만 검토되던 ‘김건희 특검법’이 당론으로 발의된 건 이재명 대표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대표는 검찰이 소환 통보를 하기 전인 지난달 31일 비공개회의에서 “김 여사에 대한 의혹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필요하다면 김 여사 관련한 의혹을 특검으로 털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검찰이 이 대표를 소환하면서 당내 ‘김건희 특검법’ 논의에도 불이 붙기 시작했다.

다만 ‘김건희 특검법’의 실효성에 대해선 야권 내부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린다. 특검법이 넘어야 하는 첫 관문인 법사위 상정조차 쉽지 않아서다. 안건 상정의 키를 쥔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다. 수적 우위를 활용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리려 해도 민주당 법사위원이 10명에 불과해 ‘5분의 3 이상’인 패스트트랙 정족수(11명)를 채울 수 없다.

윤 대통령에 대한 검찰 고발 역시 마찬가지다. 현직 대통령은 임기 내 기소되지 않는 불소추 특권을 가진다. 현실적으로 수사는 윤 대통령이 퇴임한 후에야 가능하다. 민주당 내부에서 “김건희 특검법과 윤 대통령 고발은 실효성을 따지기에 앞서, 그 자체로 정치적인 의미가 있는 것”(수도권 의원)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김건희 리스크'를 극대화해 추석 민심의 밥상에 올리려는 시도라는 해석도 그래서 나온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이날 총공세에 대해 “무리수 특검”이라고 비판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제발 이성을 찾기 바란다. ‘맞불 특검’ ‘무리수 특검’임을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은 더 이상 없다”고 지적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특검법은)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온갖 스펙타클한 범죄 의혹으로부터 국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 보기 위한 것”이라며 “민주당은 당 전체가 이 대표 개인의 정치적 경호실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국무회의, ‘검수원복’ 시행령 의결…野, “시행령 쿠데타” 반발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태풍 '힌남노' 피해상황 긴급점검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의 효력을 일부 제한하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대통령 시행령을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민주당은 “꼼수 시행령 쿠데타로 국회의 입법을 무력화시켰다”(오영환 원내대변인)고 반발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여야 대치가 심화하는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악순환만 되풀이된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과거 정치권은 명절을 앞두고 민생이나 쇄신 같은 긍정적인 얘깃거리를 제시했는데, 이번 추석 밥상엔 정치권이 쓰거나 썩은 못 먹을 음식만 올리고 있다”며 “0.73% 포인트 박빙 대선의 악몽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원호(정치학) 서울대 교수도 “정치를 정치로 풀어야 하는데, 다 송사(訟事)로만 진행되고 있다”며 “서로 상대를 범죄자로 바라보는 태도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현석(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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