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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팬데믹과 예술가의 삶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우리 내외가 한 젊은 커플과 어느 식당 앞에 다정하게 앉아 있는 사진이 눈에 띄었다. 내용을 보니 2019년 8월 20일, 3년 전이다. 사라토가 예술 공연 센터에서 연주했던 캄사어린이오케스트라 지휘자로 2년째 한국에서 초청됐던 윤현진 지휘자와 그의 아내 정미선 작곡가와의 만남이었다. 돌이켜 보니 코로나19 팬데믹 몇 달 전이다.  
 
그 후 전 세계가 꿈에도 예상치 못했던 폐쇄된 삶을 3년이 넘게 살아오고 있다. 직장들이 오피스를 닫고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고 교회도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게 됐다. 학교도 물론 다 닫혀서 손녀가 중학교 졸업식을 온라인으로 하는 색다른 경험도 했다.  
 
이제 3년이 지나 대면 수업이 다시 시작됐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한 학습 결손으로 기초학력 내지는 아이들의 사회성 결핍 문제까지 제기되고 심지어 대학 진학률까지 저조해졌다는 뉴스다.  
 
장 보러 갈 때마다 느끼게 되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며 중산층 이하 가정에선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대학 등록금, 그 비싼 등록금에 준한 대학교육의 가치와 질에 대한 의문까지 한몫한다. 이에 반해 IT 계통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주 4일 근무와 재택근무로도 좋은 성과를 내며 잘 나간다. 빈부의 차가 더 커지는 추세다.
 


문제는 우리가 만났던 윤 지휘자와 같은 예술 분야 종사자들이 감당해야 할 팬데믹 속의 삶이다. 지난 3년여 사회 전반에 걸친 폐쇄된 삶으로 누구보다도 힘들게 된 분야는 예술계로 특히 무대에 서야 하는 연주자가 아닐까 싶다.  
 
밀집된 실내 모임이 불가능해지면서 모처럼 잡혔던 연주회나 콘서트가 취소되는 기사를 읽을 때마다 가슴이 내려앉곤 했다. 같은 교회에 다녔던 메트로폴리탄오페라 로스터에 소속된 바리톤 강 선생을 비롯한 음악인들과 독일 함부르크 국립음대 지휘과 최고연주자 과정을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하고 유럽 유수의 교향악단과 협연, 지휘자로서의 기반을 다진 윤 지휘자 같은 예술인들의 무대가 흔들리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물론 최근 혜성처럼 나타나 세계적으로 우뚝 선 임윤찬 피아니스트 같은 자랑스러운 예술가도 있다. 그러나 세계적 명성의 일인자 외에도 재능과 실력을 갖추고 피나는 노력 끝에 국내외 여러 무대에서 인정받은 우수한 젊은 연주자들이 한둘이 아니리라 생각한다.
 
어쩌면 ‘위드 코로나’처럼 색다른 바이러스와의 삶이 뉴노멀이 되는 세상이 도래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관람객의 숫자를 줄이고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라도 예술가들에게 그들의 역량을 한껏 나타낼 수 있는 무대가 주어지는 어떤 새로운 길이 모색되기를 기대한다. 그리하여 그분들의 오랜 노력의 결과가 아낌없이 발휘되고 일반인들은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반가운 연주회 소식이 곳곳에서 자주 들려오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김찬옥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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